정은경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5G 전체 가입자 수는 1938만 970명이다. 전체 이동통신가입자(7215만 3000명)의 약 27%가 5G 가입자다. 매달 5G 가입자가 60만 명 이상씩 순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연내 2000만명 돌파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5G 가입자 중 모두가 5G를 쓰기 위해 5G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5G를 지원하는 형태로 나오고 있어 자급제 단말기를 구매하지 않는 이상 일정 기간 5G 요금제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자급제 비중보다 이통 3사에서 할부로 단말기를 구매하는 비중이 높은 점을 고려하면 5G 가입자는 순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외치던 이통 3사는 ‘20배 빠른 LTE’라는 마케팅으로 LTE(4G)보다 지나치게 높은 가격대 요금제를 신설하며 5G 가입자 유치에 나섰다. 당연히 5G를 경험해본 적 없는 이들은 이통사 마케팅인 ‘20배 빠른 LTE’를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가입자들은 속도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반응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오픈시그널이 발표한 12월 ‘한국 5G 품질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5G 다운로드 속도는 ▲SK텔레콤 467.4Mbps ▲LG유플러스 414Mbps ▲KT 367.6 Mbps 등으로 나타났다. 과거 4G(LTE)의 평균 다운로드 평균 속도인 158.53Mbps와 비교하면 3~4배 높은 수준이지만, 그들이 광고했던 ‘20배’에는 한참 못 미치는 속도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정책국은 5G 서비스 초기 단계에서 ‘20배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는 광고가 허위 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과징금 등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심사보고서를 이통 3사에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통 3사가 강조한 20배 빠른 LTE를 구현하려면, 이론적으론 28GHz 대역의 5G 기지국을 구축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설치된 5G 기지국 중 대다수가 3.5GHz 대역이다. 3.5GHz는 LTE보다 약 4배가량 빠르다.
5G 품질 논란이 지속되자 20배 빠른 LTE를 광고했던 이통사들은 28GHz는 B2C보다 B2B(기업고객)에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그래서인지 28GHz보다는 3.5GHz 대역 기지국을 설치하는데 신경쓰고 있다.
5G 품질 개선을 위해 28GHz 대역 기지국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통 3사 모두 올해 설비투자비(CAPEX)가 전년 대비 줄었다.
올해 3분기까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누적 설비투자비는 4조 827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7668억 원 줄었다. 전년도(8조 3000억 원)와 비슷한 규모를 이어가려면 이통사별로 약 1조 원 가량 투자해야 한다. 이통 3사 모두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 분기에 1조 원 이상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이통 3사가 전국에 구축한 5G 28GHz 기지국 수는 204개다. 올해 초 약속했던 4만 5000대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전파법상 의무 구축 수량 대비 실제 구축 수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결과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 이에 이통 3사는 과기정통부에 지하철에 공동 구축하는 28GHz 5G 기지국 1500개를 의무구축 수량으로 인정해달라며 건의한 상태다. 사실상 꼼수다. 해당 건의가 받아들여지면, 당장 이통 3사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은 피할 수 있게 된다.
5G 뿐만 아니라 유무선 인터넷 품질 관련 논란도 올해만 KT에서 2건이나 발생했다. 지난 4월 유명 IT 유튜버에 의해 10기가 인터넷 속도가 사실은 100MB의 속도로 서비스 되고 있어 논란이 됐다. 또 지난 10월에는 유·무선 통신 장애 현상이 89분간 전국 단위로 발생하면서 결제서비스와 주식거래, 회사 업무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처럼 통신 품질과 관련된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통신사들은 본업인 통신 보다는 인공지능(AI)·구독 서비스·메타버스 등 신사업 챙기며 ‘탈통신’을 외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업들은 모두 통신과 연관이 돼있다. 즉, 통신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떠한 서비스도 제대로 구축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에게 단 하나의 사업만 하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통신을 기반으로 한 신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통사들이 본질인 통신에서 품질을 보장할 수 있어야 그들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탈통신 사업도 제대로 서비스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