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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HMM 단계적 매각”

임지윤 기자

dlawldbs20@

기사입력 : 2021-09-14 13:09 최종수정 : 2021-09-14 14:42

구조조정 위해서는 부실기업 ‘호봉제 도입’ 필요

“조선업과 항공업 재편을 위해 공정위 나서야”

“구조조정 무조건 반대하는 지역‧노조 안타까워”

“대우조선 매각 절차, 공정성·투명성 확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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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KDB산업은행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3일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KDB산업은행

[한국금융신문 임지윤 기자] “HMM 노사가 임시조직(TF)을 구성해 3년 내 성과급 제도를 마련하고 임금 정상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은 진일보한 것이지만 경영 정상화라는 시각은 시기 상조입니다”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KDB산업은행 회장이 해상운송 업체 ‘HMM’ 지분의 단계적 매각 방침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HMM이 지난해 10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회복세를 보여 민영화 작업에 시동을 걸 수 있게 됐지만, 우려할 부분이 남았다는 얘기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며 공정거래위원회가 전향적으로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중흥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졸속 협상’ 관련해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재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책임이 없고, 법률적으로도 문제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 “HMM 보유지분, 단계적 매각 필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3일 취임 4주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HMM의 원활한 M&A를 위해서는 보유지분의 단계적 매각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어 “매각은 정부의 정책적 고려와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HMM 지분 24.9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용보증기금(7.11%)과 해양진흥공사(3.44%) 등도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이 회장은 HMM의 향후 적자 전환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HMM은 10년간 누적적자 4조6000억원을 냈던 취약 기업으로 최근 흑자는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와 대규모 정책지원 등 우호적인 환경 덕이 컸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 된다”며 “최근 경영 호조를 바탕으로 정상화 기반을 닦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HMM이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많은 돈을 벌었지만, 내후년이 되면 이익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올해 수익이 생기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그 자금으로 어떻게 경쟁력을 높일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 방안은 나온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HMM은 지난해 흑자로 전환한 뒤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영업이익은 6조원 이상으로 관측된다.

HMM노조의 3년 단위 임금 단체협상에 관해서는 “노사문화가 중요하다”며 “이제껏 노사 풍토는 매년 임금 단체협상으로 투쟁했고, 노동조합은 정치화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부분이 안정적으로 경영해서 부실기업이 구조조정을 빨리 끝내는 데 장애가 됐다”며 “호봉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퇴직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고임금 직원의 경우 신속한 구조조정보다는 ‘이래도 버티고 보자, 난 퇴직할 테니 모르겠다’는 풍토가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어 “산업은행 회장으로서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매년 임금 단체협상을 하는 대신 다년간 하는 쪽으로 개선되는 게 좋다”는 말도 함께 전했다.

HMM 노사는 지난 6월부터 2021년 임금협상을 77일간 진행, 2일 합의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임금 인상 7.9% ▲격려금 및 생산성 장려금 650% ▲복지 개선 평균 약 2.7% 등이다.

◇ 기업결함 심사 결론 못내는 공정위에 쓴소리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공정위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위한 필수 절차인 ‘기업결합 심사’에 관해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 최대주주인 한진칼과 항공산업 구조 개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진칼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따라 지난해 말 한진칼 제3자 배정 유상증자(5000억원)에 참여하고 한진칼 사모 교환사채(3000억원)을 인수했다. 한진칼은 산업은행 투자금 8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을 지난 3월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하지만 아직 기업결합이 나지 않아 대한항공이 아시아나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하는 작업이 지연되는 중이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신고는 세계 각국 경쟁당국의 승인이 진행되고 있다. 필수 신고국인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는 아직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과 한진칼(대한항공 대주주)이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합병 발표 이후 약 두 달 뒤인 올해 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신고를 했지만, 8개월 가까이 검토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공정위가 심사를 위해 6월 초로 예정했던 기업결합 관련 연구용역을 10월 말로 연장한 탓이다. 이 사이 터키와 필리핀, 태국 등 해외 경쟁당국은 심사를 마무리한 상황이다.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M&A 또한 기업결합 신고서가 2019년 7월 공정위에 제출됐으나 기업결합 승인 대상 6개국 중 한국과 일본, EU(유럽연합)에서 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거제시가 M&A에 반대하는 상황이다.

이동걸 회장은 “조선업과 항공업 재편을 위해 경쟁당국(공정거래위원회)이 나서달라”고 요구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도, 아시아나도 국내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너무 힘들다”며 “두 건의 M&A 모두 조선업과 항공업 재편 차원이지, 일반 소비자 편익을 침해하는 게 아니다”며 공정위가 문제 해결에 앞장서길 주문했다.

그는 “현재 대한항공이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각국 경쟁당국에 기업결합 승인 요청을 하고 있고, 한두 개씩 이뤄지고 있다”며 “산업적 관점과 부실기업 도태 시 생기는 파장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공정위도 이 문제를 전향적으로 보고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EU 경쟁당국이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등 미국의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를 규제하려 하면 미국 경쟁당국은 보호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않은 상황에 안타까움도 전했다.

이 회장은 “항공산업은 글로벌 간 사활이 걸린 경쟁”이라며 “시장과 산업적 관점에서 대한민국 항공산업 생존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른 나라 경쟁당국도 설득해 주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그는 “기업결합 승인이 나도 그 뒤에 실질적인 통합까지는 인수 후 통합 계획(PMI) 등 오랜 기간 시간이 소요된다”며 “오래 걸리는 이유가 승인이 나도 대한항공 전산 시스템은 전 세계 연합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빨리 ‘기업결합 심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한진칼 주주와의 면담과 관련해서는 “주요 주주들과의 협력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협력 방식에 있어 업무협약(MOU) 추진 등 세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반도건설(17.41% 지분 보유)은 사전 면담으로 협력 의사를 확인했으며 KCGI(17.02% 지분 보유)와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지만 KCGI는 유동적인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KCGI는 엑시트(자금 회수) 의사가 있고 산업은행이 들어오면서 투명성이 달성돼 소기 성과를 거뒀다는 보도도 있어서 강성부 KCGI 대표와의 논의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실무진이 접촉해 협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 회장은 “대우조선 노조와 지역 정치인들이 격렬하게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의 기업결합을 철회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EU 경쟁당국에서 승인 압박을 느끼고 있다”며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지역 정치인들에게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기업결합 철회하라면서 튼튼한 좋은 기업을 왜 특혜 주면서 망치냐고 하는데, 독자생존에 자신 있으면 강력하게 말해달라”며 “그렇다면 정부를 설득해서 모든 금융 지원을 끊고, 홀로서기 하도록 설득하겠다”고 반문했다.

◇ “쌍용차 매각, 책임 있는 경영자가 참여해야”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오는 15일 쌍용자동차 매각 본입찰 마감에 관해 “책임 있는 경영 주체가 참여하는 게 중요하다”며 “조속히 쌍용차가 정상화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는 제대로 된 사업주체의 사업 계획 없이는 산업은행이 살릴 방법이 없다”며 “잘 마무리되기 위해선 신규 투자자의 진실성과 쌍용차 노사의 협조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15일 마감하는 쌍용차 본입찰 접수를 두고 에딘스모터스와 SM그룹 등 11개 국내외 업체가 경쟁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구조조정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이해당사자의 비협조와 무조건적인 반대 또는 구조조정 기업 직원들의 무조건적인 일자리 유지와 금융 지원 보조 요청”이라며 “노사 상호 신뢰 기반 하에 최선의 협조로 신속하게 구조조정하는 것이 정상화를 빨리 이루는 것이고, 지역 회생과 기업 회생을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도 노동자”라며 “노동자 기본권은 철저히 보장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다만, 노조가 경영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요구하면, 결국 자멸하게 되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현상을 놓고 어디까지 지원하고 어떻게 턴어라운드(기업 회생) 할 건지 결론을 빨리 내려야 노동자와 기업, 지역 모두 상생할 수 있게 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쌍용차 인수 후보자들이 평택 부지에 거액의 돈을 벌어들이고 그만큼의 구실은 하지 않은 채 수익만을 챙겨서 떠나는, 이른바 ‘먹튀’ 가능성에 대해서는 낮게 본다며 우려를 불식했다.

그는 “쌍용차 공장부지 이전은 현재 확정되지 않았고, 계획을 추진해도 최소 7~10년은 걸린다”며 “이러한 점을 보고 투자자가 들어오지는 않을 듯 하다”며 인수 후보자들이 쌍용차 평택 부지 차익을 노리고 참여했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이어 “산업은행도 부동산 투기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아직 법원 관리하에 있는 만큼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대우건설 매각 가격 인하 법적 문제없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매각 가격 인하 논란에 관해서는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산하에 있는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지난 6월 본입찰 때 중흥건설 컨소시엄으로부터 2조3000억원을, 경쟁사인 스카이레이크 컨소시엄은 1조8000억원을 써냈다.

하지만 중흥건설이 인수 조건 조정을 요청했고 KDBI는 이를 수용해 다음날 재입찰을 진행했다. 결국 중흥건설이 당초 제시한 가격보다 2000억원 낮은 2조1000억원의 가격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이를 두고 매임 소지 등의 논란이 제기되자 시민단체에서 감사원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산은도 자체 조사하고 있다.

이에 관해 이 회장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 권한을 KDBI에 위임했다”며 “지금도 공정하고 투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필요하다면 더 투명하고 공정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항은 대우건설 매각 절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말씀을 못 드리지만, 법률적으로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가 20조원 규모 한국형 뉴딜펀드를 책임지는 한국성장금융 투자운용본부장에 내정돼 벌어진 ‘낙하산’ 논란에 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우리는 성장금융에 지분 8.7%를 보유한 소수주주”라며 “산업은행은 뉴딜펀드 출자자로서 성공적 조성과 투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만 언급했다.

새로 취임한 고승범닫기고승범기사 모아보기 금융위원장에 관해서는 산업과 산업은행 역할에 관한 이해가 깊다며 호평했다. 그는 “앞으로 금융위와 긴밀하게 협의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하고,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유동성 긴축과 금리 인상과 관련해서도 금융위와 합의해나갈 계획”이라고 피력했다.

한편, 이동걸 회장은 오는 23일부터 이틀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되는 ‘D20 정책금융기관 회의’에 참석한다. 산업은행이 올해 정회원 가입이 되면서 해외 정책금융기관과의 네트워크 강화 길이 열린 것이다.

이 회장은 “D20 정책금융기관 회의에 첫 정회원으로 가입한 산업은행은 23~24일 열리는 D20 회의에 참석한다”며 “산업은행의 롤 모델인 독일재거은행(KfW)와도 만나서 다양한 정책 분야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혁신성장 가속화에 발맞춰 금융 지원도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탄소중립을 위한 저탄소 경제, 지속 가능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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