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8일 임단협 관련 파업이 전체 조합원의 73.8% 찬성을 얻어 가결됐다고 밝혔다. 올해 노조가 요구한 사항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성과급과 정년 연장 등이다. 매년 사측의 거부로 최종 협상 과정에서는 빠졌던 내용들이다.
다만 '수익 배분'과 관련한 20·30대 연구·사무직 직원들의 불만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른 무거운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이를 의식한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지난 1일 임직원 서한을 통해 "임금·성과급에 현장의 다양한 평가가 있고 SNS 등에서 주요 전자·IT기업과 비교하는 분이 많다는 걸 안다"며 "단지 '내 주변에 누가 얼마를 받는데'가 아니라, 인원과 원가구조 자체가 제조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전자·IT업체와의 비교가 과연 맞는 것인지 냉정히 판단해 달라"고 밝혔다.
반면 MZ세대들은 임금 산정에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다. 이들은 다른 대기업 보다 낮은 기본급, 40·50대 생산직이 중심이 된 연봉협상 과정, 그룹사 연구개발 비용을 도맡는 실적 구조 등을 지적한다.
직원들의 불만이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것은 연봉이 동결된 지난해부터다.
작년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1조9246억원으로 전년 대비 40% 감소했다. 다만 이는 세타2 엔진 및 코나EV 리콜 등 2조5000억원에 달하는 일회성 비용 탓이다. 이를 제외하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현대차 이사회에서도 상당히 선방한 실적이라고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경영진이 높은 보수를 수령한 점이 근거다. 지난해 연구직을 이끄는 알버트 비어만 사장과 생산직 수장인 하언태 사장은 직전년 보다 각각 68.5%, 32.9%씩 더 많은 연봉을 타갔다. 회장으로 승진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17.8% 올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3월 직원 타운홀 미팅에서 "기존 보상과 소통 방식이 전체 직원들의 눈높이에 쫓아가지 못했다"며 "올해 수익성이 올라가는 만큼 보상을 정확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럼에도 현재 임금체제에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회의감이 감돈다. 한 현대차 직원은 익명게시판에서 "최종 협상 결과를 지켜보겠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