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우건설 노조, 매각 절차 비판 나서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 자회사 KDB인베스트먼트는 이날 지분 50.75%를 갖고 있는 대우건설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시작한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산은의 밀실 매각과 졸속 매각을 반대한다”며 매각 절차를 비판하고 나섰다. 매출액 8조원이 넘는 건설사 인수금액을 한 달도 안 된 시점에 결정하고 입찰서를 제출하라는 요구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KDB인베스트먼트는 매각 주관사로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를 선정한 지 25일 만에 본입찰 일정을 잡았다. 투자설명서(IM) 배포와 예비입찰, 적격 예비인수 후보 선정, 경영진 프레젠테이션‧현장 실사 등도 생략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미 인수 후보를 정해놓은 상태에서 절차적으로만 공개 매각을 진행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혈세가 낭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산은은 대우건설을 인수했던 금호그룹이 위기에 처하자 지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대우건설에 3조2000억원 혈세를 쏟았다. 지분 인수와 유상증자 등으로 대우건설 대주주로 올라선 뒤 경영정상화를 진행했고, 9년 뒤 대우건설을 구조조정 전담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로 넘겼다.
산은은 대우건설 매각가를 2조원대 초반으로 잡고 있다. 하지만 원매자들은 2조원보다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하기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금으로 이제껏 투자했는데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미 두 번에 걸친 매각 실패 경험도 산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대우건설 매각 작업은 이번이 세 번째다. 대우건설은 대우그룹 해체 이후 워크아웃(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거쳐 2006년 금호아시아나에 넘어갔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로 인한 후유증과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3년 만에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대우건설을 떠안은 산은은 지난 2017년 공개매각으로 호반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지만, 호반건설은 당시 선정된 지 9일 만에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 대우건설 해외 사업장에서 드러난 3000억원의 부실 문제 때문이었다.
◇ 이동걸닫기이동걸기사 모아보기 회장 “대우건설, 지금 매각해야”
이동걸 산은 회장은 현재 시점을 대우건설 매각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대우건설 매각 여건이 조성되는 듯 보인다”며 “수익성이 개선됐고, 잠재부실도 거의 정리된 것으로 시장에서도 인정했다. 투명성도 개선돼 신뢰성까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호반건설 매각이 불발될 당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대우건설 매각 재추진과 관련해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5583억원을 기록했다. 총매출액은 8조 1367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2294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약 90% 이상 늘어난 실적을 거뒀다.
이에 인수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2조원 몸값의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되고자 자금 확보를 하려는 주요 인수 후보자들의 발걸음은 한층 더 빨라지고 있다.
현재 인수 유력 후보로는 부동산 시행업체 DS네트웍스가 중심이 된 컨소시엄과 중견 건설사 중흥건설이 거론되고 있다. 해외 투자자로는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과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 등이 주목받고 있다. 호반건설이 3년 만에 다시 인수전에 재도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제안서 검토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연내 매각 절차를 마무리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지윤 기자 dlawldbs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