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증권 본사 사옥.
이미지 확대보기그간 6호 초대형 IB 사업자 경쟁은 신한금융투자와 하나금융투자의 2파전 구도로 진행돼왔다. 하지만 최근 메리츠증권도 초대형 IB 자격 요건인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하면서 ‘3파전 구도’로 새롭게 재편됐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금융투자는 지난 6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보통주 745만주를 주당 6만7100원에 배정받는 형식이다. 이를 통해 5조원 수준의 자기자본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투자의 이번 증자는 초대형 IB 달성을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증자 당시 하나금융투자 측은 “확충된 자본은 IB 경쟁력 강화를 비롯한 디지털 혁신 가속화, 글로벌 채널 확대 등 성장 전략 추진에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초대형 IB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현재 초대형 IB로 지정된 증권사는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총 다섯 곳뿐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일찍이 지난 2016년부터 초대형 IB 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서왔다. 이는 하나금융그룹의 중장기 목표인 비은행 비중 30% 달성과 그룹 내 이익 비중 20% 이상 등을 달성을 위한 비은행 부문 강화 기조와도 맞아 떨어져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앞서 지난해 말 기준 자본 규모가 4조4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초대형 IB 자본요건을 일찍이 충족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 변수가 생기면서 일정에 차질이 생긴 상태다.
신한금융투자 또한 지난 2019년 자기자본 4조원의 요건을 충족함과 동시에 초대형 IB에 대한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말 기준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4조3608억원이다.
다만 신한금융투자도 ‘독일 헤리티지 DLS’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에 발목이 잡혀 초대형 IB 인가를 신청하지 못했다. 다행히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경징계’에 해당하는 징계를 받았지만, 현재 구체적인 인가 신청 계획을 세우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증권도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요건을 충족해 초대형 IB 대열 합류를 앞두고 있다.
다만 초대형 IB 진출을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대체 투자, 인수 금융,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본래 가지고 있는 강점을 통해 매년 꾸준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초대형 IB를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초대형 IB 진출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초대형 IB가 되면 발행어음 업무(단기금융업무) 인가를 받을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발행어음 사업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가 자사 신용으로 자기자본의 최대 2배까지 발행할 수 있는 어음이다.
회사는 발행어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회사채 등 다른 자금조달 수단과 비교해 발행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초대형 IB의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투자자 입장에선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데다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되는 만큼 사실상 원리금 손실 위험이 희박하다는 매력이 있다.
최근에는 미래에셋증권이 발행어음 업무 최종 인가를 받으면서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에 이어 4번째로 발행어음업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증권사가 됐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하나·신한·메리츠 세 증권사 모두 적절한 시점을 파악해 초대형 IB 인가 신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자기자본 4조원 요건 외에도 리스크 관리와 내부통제 능력 등도 중요하게 평가되기 때문에 누가 6번째 초대형 IB로 지정될지 예측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홍승빈 기자 hsbrob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