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는 13일, 이마트 서울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6820억원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이마트는 매각 목적에 대해 “재무 건전성 및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몇 년 전부터 부동산 매각을 지속하고 있다. 이마트는 2019년 11월, 약 9500억원 규모의 매장 13곳을 사모펀드에 매각했다. 지난해 3월에는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지를 8158억원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2800억원 수준이었던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19년 6809억원, 2020년 1조 1132억원을 기록했다. 2년사이 292%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빠른 현금 자산 증가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정해져 있지 않다”며 “자산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서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처를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롯데쇼핑도 자산 매각으로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달 22일 보유하고 있던 롯데월드타워 및 롯데월드몰 지분 15%를 롯데물산에 전량 매각한다고 밝혔다. 매각 금액은 약 8312억원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11월, 5개 점포와 물류센터 토지를 롯데리츠에 양도해 7300억원 규모의 현금을 마련했다. 롯데쇼핑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조 9132억원이다. 2019년보다 20.5% 증가했다. 이마트보다는 800억원 가량 많다.
양 사가 현금 자산 마련에 집중하자 업계는 이들의 향후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유통 사업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 또는 부동산을 보유하기보다는 효율적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유통업체의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다. 지난해 이마트의 SSG닷컴 이커머스 점유율은 3%, 롯데쇼핑의 롯데온은 5%다. 2020년 거래액 20조, 시장점유율 12%를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단숨에 이커머스 강자로 도약할 수 있다.
다만 높은 인수가가 문제가 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예비 입찰 당시 예상 인수가는 5조원 수준이었다. 현재 업계에서 3조원 수준으로 하향돼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다. 일각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해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와 이마트 모두에게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많은 고민이 따를 것”이라며 “두 회사가 마련한 재원이 어떻게 활용되는지가 앞으로의 사업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홍지인 기자 helena@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