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미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공장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준공 시점은 내년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SDI는 한국 울산, 중국 시안, 헝가리 괴드 등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미시간주에 판매법인을 두고 완제품 형태로 조립하는 배터리팩 공장만 보유하고 있다. 삼성SDI가 미국 투자를 확정한다면 현지 첫 생산거점이 되는 셈이다.
앞서 1월 삼성SDI는 2020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미국 전기차 배터리 증설 계획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신규거점 계획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업계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야심차게 육성하려는 미국 친환경차 시장 공략 없이는 글로벌 배터리 주도권도 잡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국내 배터리 3사 재무상태. 단위=원, 자료=각사 공시.
삼성SDI는 국내 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삼성SDI의 부채비율은 61.2%다. SK이노베이션(149%)과 LG에너지솔루션(163.6%) 보다 안정적이다.
이는 삼성SDI가 수익성 중심의 보수적인 경영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삼성SDI는 2017년 헝가리 공장을 증설한 이후 헝가리·중국을 중심으로 기존 공장의 생산량 증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비해 다소 소극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부터 헝가리, 중국, 미국 등 3대 생산거점을 중심으로 신규 공장 증설이 한창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증설계획이 마무리되는 2022년말경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이 삼성SDI를 앞지를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을 마무리한 이후 미국에서 현재까지 결정된 투자액(약 3조원)과 맞먹는 추가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준닫기김준기사 모아보기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은 12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맞춰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삼성SDI가 미국 증설에 투자할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SDI는 지난해말 기준 1조5459억원을 현금 및 현금성자산으로 쌓아놨다. 수익성 중심의 경영을 펼친 덕에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곽호룡 기자 horr@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