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동걸 “아시아나 인수 무산 시 모든 책임은 HDC현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3일 온라인 현안 브리핑을 열고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시 모든 책임은 HDC현대산업개발에 있다”며 “HDC현산이 보도자료를 통해 내세운 주장은 상당 부분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왜곡된 측면이 있고, 쓸데없는 공방을 마무리 짓고 계약을 종결지을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제 더 결정을 미룰 수가 없는 결단의 시점이 왔다”며 “금호는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했고 계약이 무산된다면 원인 제공은 HDC현산이 계약금 반환소송을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의 발언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이 대면 협상에 응하지 않은 채 아시아나항공 12주 재 실사를 요구한 것을 사실상 ‘인수 포기’ 행보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근거로 HDC현산에 최후 통보를 한 것. HDC현산은 지난해 12월 2조5000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거래가 종결이 늦어지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아시아나항공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이 회장이 정몽규 회장에게 인수 의행 의지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장이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은 취임 이후 야심차게 준비했던 굵직한 M&A들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2017년 9월 취임 당시 금호타이어와 KDB생명을 꼬집으며 임기 내 마무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당시 발언과 달리 이 회장은 임기 내 금호타이어를 제외하고 대우건설, KDB생명,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등 매각 완료가 이뤄진 기업이 없다. 금호타이어 역시 매각이 완료됐지만, 인수자인 더블스타와 잡음이 불거지면서 위태로운 길을 걸은 바 있다.
◇ HDC현산 행보 주목
이는 지난달 30일 요구한 아시아나항공 재실사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보였던 반응과 대조적이다.
HDC현산은 이날 아시아나항공이 재실사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DC현산 측은 “재실사 요구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행위들을 중단하고, 8월 중 재실사 개시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며 “진정성 있는 재실사 제안이 계약금 반환을 위한 명분 쌓기로 매도됐고,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 충족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당사의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지난달 29일 오전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재실사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인수하는 경우 혹은 국유화의 경우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요구되는 필수적인 과정”이라며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인해 항공업을 포함한 많은 기업의 존폐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상황 점검과 대응 전략을 세우지 않은 채 거래를 종결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신중론’을 펼침에 따라 오는 12일에 이목이 쏠린다.금호산업은 HDC현산이 재실사 요구를 촉구한 지난달 30일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거래 종결을 회피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비판과 함께 오는 12일까지 HDC현산이 구체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계약 파기까지 언급한 상황이다.
서효문 기자 sh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