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공장 역할을 수행하며, 세계 경제의 성장 동인 역할을 수행하던 중국에서 터진 이번 위기는 인류에게 심각한 생존의 위협을 주는 동시에 세계 경제는 어느 정도의 충격으로 성장 동력이 무너지고 마이너스를 가져올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중국 경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한국경제는 주요 기업들의 생산이 올스톱되고 내수 소비마저 급격히 위축되는 심각한 위기가 연초에 휘몰아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초고속으로 성장해온 전세계 스타트업들도 현재의 코로나바이러스 위기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아직 분석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중무역 갈등의 촉발된 보호주의 어두운 그림자가 팬데믹(Pan-demic) 현상 앞에서 더욱 폐쇄적으로 바뀌고, 공유경제의 큰 틀이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론해 본다.
2019년 한국 벤처캐피탈은, 4.1조원의 재원조달과 4.27조원의 투자를 달성하여 역대 최고 수준이었으며, 벤처투자촉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어 벤처캐피탈의 산업적 기반이 보다 공고히 구축된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더욱이, 2조 원대 기업가치의 무신사의 투자유치와 배달의 민족에 대한 4조원의 해외 M&A 소식은 한국 스타트업 잠재력과 평가에 대한 국내외 시선이 더욱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굿-뉴스였다.
2020년 한국 벤처캐피탈은 어떤 도전과 성장의 역사를 새롭게 보여줄 것인가? 벤처캐피탈을 이해하는 3가지 꼭지는 “펀딩·투자·회수”이며, 3가지 꼭지는 순환적으로 반복되어 간다.
지난 10년간 전세계 벤처캐피탈은 우상향의 방향으로 순환적으로 3가지 꼭지들의 지속적으로 확대되어왔다.
한국 벤처캐피탈 역시, 비록 3가지 꼭지가 균형적으로 확대되었다고 평가하기 어렵지만, 모두 확대 발전되어 온 것은 분명하다.
펀딩 : 투자를 위한 재원조성은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스타트업 육성정책(모태펀드, 산업은행, 성장금융 등)과 최근 확대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활발한 성장과 성공에 기반하여 민간부문(연기금, 보험/금융기관, 기업 등)의 벤처펀드 출자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규모면에서 전년 4조원을 상회하는 펀드 조성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모태펀드의 8000억원 출자계획은 벤처생태계가 큰 마중물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되며, 연초부터 시작된 소재부품장비(일명 소부장) 전문 벤처펀드의 조성 발표는 올 한해 벤처펀드의 확대조성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공적부문의 벤처조성 확대에 비해 민간부문의 벤처참여 확대가 여의치 않은 점에서 벤처캐피탈들의 펀드조성은 치열한 경쟁양상을 띨 것으로 보이고, 특히 투자실적을 보유하고 있지 못한 신설 벤처캐피탈들의 펀드조성은 매우 어려운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 : 연초 CES에서 AI와 5G의 큰 흐름이 더욱 주목받은 점에서 해당 분야들을 중심으로 한 투자가 확대될 것이다. “인터넷 -> 모바일 -> 플랫폼 -> AI” 의 큰 축으로 발전해온 IT 기술과 사업의 발전이 보다 다양하게 전개될 것으로 생각된다.
AI는 기술 자체가 투자대상이라기 보다는, 마치 인터넷/모바일이 사업의 기본이 되듯이, 5G를 기반으로 AI를 활용하여 기존에는 상상하지 못하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핵심 투자대상이 될 것이다.
투자에서는 양극화가 나타나, 잠재력이 높은 창업초기에 대한 집중적 투자확대 (엑셀러레이터, 컴퍼니빌더, 벤처캐피탈의 협력과 경쟁)가 이루어지고, 유니콘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후기기업에 대한 투자확대(국내 대형 벤처캐피탈, 해외 벤처캐피탈, PE 등)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수년간 집중적인 투자(2020년, 전체투자의 25.8%)가 이루어진 바이오분야에 대한 투자는, 주요 상장 바이오기업들의 임상 3상 결과 실패, 바이오부문에 대한 상대적인 투자 과다, 일부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기업가치 이슈들로 보수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국내투자와 함께 투자수익과 한국 스타트업 기반확대 차원에서, 동남아(서비스), 미국/중국(기술, 서비스, 시장확대) 등으로 한국 벤처캐피탈들의 해외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회수 : 전년도에도 코스닥 시장에서는 100여개 이상의 IPO가 진행되어 상장기업 숫자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소가 있으나, 년 2조원 수준의 공모 규모는 벤처투자 규모(벤처캐피탈 이외에 비상장투자까지 고려하면 그 격차가 더욱 현저해짐)와 비교하여 크게 부족한 규모이다.
미국, 중국 등 선진 벤처캐피탈의 주요 회수 수단(80% 이상)이 M&A인 점을 고려할 때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적극적인 M&A 추진이 필요한 시점이며, 배달의 민족 경우에서 보듯, 해외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평가가 재고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회수의 양적, 질적 개선, 확대는 한국 벤처캐피탈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 가장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꼭지로 생각된다.
해외 PEF들의 국내 스타트업 인수 사례에 보듯이, 국내에서도 대형 M&A펀드를 조성하고 전략적 역할을 수행할 성공 스타트업과 상호 협력할 수 있도록 하여,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회수시장 생태계를 조속히 (그리고 대규모로)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 IPO를 포함하여, 적극적으로 해외자본 시장으로 회수 시장을 확대하는 노력이 경주되어야 할 것이다. 상장 전의 비상장 주식시장은, 라임사태 등으로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2020년 전반적 회수시장은 보수적으로 예상된다.
벤처캐피탈의 핵심자산은 우수한 운영인력이다. 필자는, 강남권 학부모들에게 벤처캐피탈이 자녀들의 가장 유망 미래직업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으며, 실제 다양한 산업군의 유능한 젊은 인재들이 속속 진입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벤처캐피탈의 결과는 누가(한국에서는 어느 벤처캐피탈회사가) 하느냐에 따라 가장 큰 편차가 나타난다.
필자의 희망은, 2020년에 새로운 인재들이 활발하게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제도적(산업 경험자들의 핵심인력 인정 등과 같은 펀드규약의 획기적 개선)으로 보완되어 한국 벤처캐피탈를 끌고 갈 미래 인력들이 크게 확대되는 한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