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장기간 기업 경영 선두에 서서 업계 1위로 발돋움시킨 데 공통점이 있다. ‘횡거철피(橫渠撤皮)’라는 말처럼 제때 물러남으로써 명예를 지킨 것이다. 또한, 수십년 간 익힌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살겠다고 밝힌 점도 같다.
◇ ‘60년 뱃사람’ 동원 김재철 회장
김재철 회장이 30대 중반에 직원 3명으로 시작한 회사는 국내 대표 생활기업 ‘동원그룹’과 증권기업 ‘한국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하는 신화를 이뤄냈다.
신규 어장 개척과 첨단어법 도입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오일쇼크 등 갖은 위기를 잘 넘겨 국내 최대 수산업체로 발돋움했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던 해에는 죄인이라는 심정으로 일절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경영에만 전념했던 일화도 있다. 또 공채제도를 도입한 1984년 이후 한 해도 쉬지 않고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김 회장은 1991년 장남 김남구닫기김남구기사 모아보기 부회장에게 주식을 증여하면서 62억 3800만원의 증여세를 자진 납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회장이 성실한 기업활동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납세와 고용창출 그리고 ‘인재육성’이었다.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원양어선 선장이던 시절부터 고향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던 김 회장은 창업 10년인 1979년에 자신의 지분 10%를 출자해 장학재단인 ‘동원육영재단’을 설립했다. 대기업조차 장학재단을 운영하는 예가 드물던 시기였다.
김 회장은 창립 50주년 기념식이자 퇴임식에서 “’인생의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럴수록 인간은 성장하니까’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고 노력해왔다”며 “동원의 자랑스러운 50년을 만들 수 있도록 바탕이 되어 준 우리나라와 사회에 감사를 드리며 우리 사회에 더욱 필요한 기업이 될 것을 다짐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 ‘25년 최장수 CEO’ 한샘 최양하 회장
최양하 회장은 국내 500대 기업 중 보기 드문 최장수 CEO다. 그는 25년간 한샘을 진두지휘하며 매출 2조원 규모의 국내 인테리어 업계 1위 기업으로 성장시키며 한샘의 반백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 회장은 1979년 한샘에 입사한 이후 7년만인 1986년에 부엌가구 부문을 업계 1위로 올려놓았다. 종합 인테리어 부문도 97년 사업개시 이후 5년만에 1위에 등극했다. 이후 한샘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올해 2분기까지 7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 회장은 ‘공간을 판매한다’는 사업전략을 구상, 리하우스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침대가 아닌 침실을, 책상이 아닌 자녀방을 판매한다’는 전무후무한 아이디어는 한샘만의 독자적 사업모델인 리하우스 사업으로 발전했다.
이를 발판삼아 한샘은 빌트인플러스 등 세상에 없던 공간을 창출하는 신사업 모델을 잇따라 내놓으며 종합 홈 인테리어 유통기업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최 회장이 밝혀온 한샘의 목표인 ‘주거문화 전체를 책임지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주거문화 기업’을 향해 전력을 다한 결과로 최 회장의 추진력과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최 회장은 그동안 후배 양성을 위한 교육 및 사업 기회 마련의 뜻을 밝혀온 만큼 퇴임 후에 이와 관련한 청사진을 구상할 계획이다.
최 회장은 “한샘은 사실 성공 사례보다는 실패 사례가 많은 회사”라며 “우리가 겪은 시행착오를 한 번쯤 정리해 다른 이들에게 전수하는 것도 내 역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의 후임은 강승수 부회장이 맡는다. 한샘은 지난 5일 조창걸 명예회장과 강승수 부회장을 각자 대표로 선임했다고 공시했다. 그동안 재무를 책임졌던 이영식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해 전략기획실을 총괄적으로 지휘해 나간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