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추이 / 그래프 출처= 인베스팅닷컴
같은 상품에 대해 판매를 승인한 은행이 있는 반면, 불승인을 결정하고 판매에 나서지 않은 은행으로 엇갈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유럽 금리연계 DLF를 승인해 판매에 나선 은행으로는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꼽힌다. 은행 PB(프라이빗 뱅킹) 센터를 통해 사모 형태로 대다수 팔린 게 특징적이다.
반면 신한은행 등 나머지 주요 국내은행의 경우 자체적인 상품 판매 검토 프로세스를 거쳐 최종적으로 팔지 않기로 불승인했다.
이같은 불승인 결정 배경에는 금리 변동성에 베팅하기에 리스크가 컸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 기초자산인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나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부터 하향 곡선을 그렸다. 독일 경기 부진, 노딜 브렉시트 우려 등이 제기되며 유럽 내 채권선호가 높아졌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달 15일(현지) 종가 기준 -0.701%까지 떨어지며 DLS 원금 전액 손실(-0.7%) 가능 구간에 진입했다.
영국 CMS 금리에 연동된 영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0.407%까지 떨어지면서 평가손을 기록하고 있다. 독일과 영국 국채 금리는 최근 1년간 변동률이 각각 -335.4%, -66.64%에 달한다.
불안정성이 컸던 만큼 우리와 KEB하나 두 은행의 판매 이유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연 3~5%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반대편에 원금손실 가능성에 크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파생결합증권은 이익 상환 확률이 높도록 설계돼 있기는 하나 손실이 발생하면 손실 규모가 커지는 리스크가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금리의 2~3배 격인 쿠폰도 높지 않은데 사실상 손실범위가 무한대로 갈 수 있게 짜인 구조"라며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어떻게 판매에 나설 수 있었는 지 의아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비이자 수익처를 공략 중인 가운데 기초자산 가격 변동성에 노출된 파생상품을 공격적으로 판매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장 9월을 시작으로 만기를 짧게 잡은 우리는 연내 , KEB하나는 내년까지 DLS 손실 위험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은행 신뢰와 직결되는 만큼 우리·KEB하나은행은 전담인력을 꾸려 대응책 마련에 부심이다.
다만 두 은행은 첫 만기까지 시간이 한달 가량 남아 있다며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판매 과정에서 "불완전판매는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 투자자와 쟁점이 되고 있다.
투자자와 판매·운용사간 분쟁 조짐과 소송전으로 비화되면서 금융당국도 나서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파생결합증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시중은행에게 자료를 취합하고 있으며, 상품 설계부터 판매승인 절차, 영업 행태까지 아울러 점검 대상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