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돈을 벌고 싶은 게 맞습니까? 돈 버는 방법을 알려 드릴게요. 지금이라도 회사 접고 여기서 멈추세요.”
‘세상에 없는 기술을 만들겠다’고 도전하는 KAIST 출신의 한 젊은 창업가는 데모데이(demoday)에서 공공기관 투자자에게 이렇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는 개의치 않고 묵묵히 목표를 향해 뛰었다. 독설이 약이 되었을까? 5년이 지난 지금 그는 100억 원대 기업 가치를 인정받는 회사를 키웠고 벤처캐피탈(VC)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다. 독설을 날린 투자자의 안목은 결과적으로는 옳지 않았다.
창업행사가 봇물인 시대다. 창업자가 초기 기업의 사업 모델을 발표하며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데모데이는 자금 유치가 절실한 창업가와 경제가치가 명확한 투자자간 절실한 생존의 현장이다.
최근 사업 분야별, 지역별, 학교별, 기관별로 스타트업을 위한 페스티벌, 데모데이, 어워드, 경진대회, 서밋, 사업화 포럼 등 다양한 형식으로 창업행사는 일상이 되었다.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여 창업국가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도 강하다. ‘창업과 재창업’, ‘투자와 회수’가 선순환 되는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관계부처 목표도 확고하다.
창업진흥원이 발행한 「2018 창업기업 실태조사 (발행 2019.04)」에 따르면 ‘창업기업에게 필요한 창업 지원정책’으로 ‘초기단계 금융지원’이 46% 응답으로 가장 높았다. ‘창업지원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창업행사와 네트워크’가 4.2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게다가 ‘창업 후 추가 필요자금 조달 방법’ 으로는 △정부출연금, 보조금 1.4% △엔젤, 벤처캐피탈 투자 0.4% △주식, 회사채 발행 0.03% 순이다. 80%이상을 차지하는 자기자본투자에 비하며 투자 자금 조달은 현저히 낮다. 그러니 투자 자금 유치를 위한 창업 행사가 확대되는 것은 수요를 반영한 흐름이다. 창업가와 투자자의 만남은 창업생태계 구축에 도움이 되는 것도 자명하다.
그러나 세상에 없는 진귀한 블랙스완 같은 스타트업을 찾기에는 기존 창업행사는 아쉬움이 있다. 화려한 무대와 보여 주기식 퍼포먼스, 공공재 같은 과거 평가항목 등 경직되고 딱딱하다. 흐르는 물의 양을 측정해야 하는데 막대 자를 들이대는 꼴이니 미래를 담기에 유연하지 못하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접근을 다루기에 기존의 정형화된 표준이 적합한 가를 돌아 봐야 할 것이다.
과학천재들이 ‘창업으로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겠다’며 도전장을 내 주목을 끌고 있다. KAIST 국제 대학생 컨퍼런스 조직위원회(ICISTS)가 오는 8월 2일(금요일) 카이스트 본원 학술문화관에서 「제1회 GRAFFITI Startup Festival」을 개최한다.
사진= KAIST ICISTS 조직위원회 (KAIST ICISTS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GRAFFITI’ 라는 정해진 틀 없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벽화로 메시지를 던지는 예술정신을 닮고자 시도한다. “Whatever you do, Be Crazy!" 란 슬로건에 창업으로 하고 싶은 일에 맘껏 도전하는 가치를 담는다.
무엇보다 스토리와 사람에 집중한 투자 게임을 한다. 기업가의 진정성 있는 도전과 스토리로 평가하니 기성세대들의 창업 행사와는 다른 시도다.
「GRAFFITI Startup Festival」은 기업을 초점으로 하지 않는다. 기업의 제품이나 경쟁력을 다루지도 않는다. 그러니 기술 전시박람회 형식도 거절한다. 기업을 만든 사람과 스토리에 집중하니 네트워크 중심의 창업생태계에 더 가치를 둔다.
페스티벌에 참여한 투자자는 창업가의 스토리와 마인드, 팀문화와 철학이 담긴 멘탈리티에 투자한다. 스타트업은 투자게임 라운드마다 주어진 콘셉트와 핵심 키워드로 스토리를 구성하여 발표한다.
투자자는 창업가의 스토리 기반 멘탈리티로 성장가능성을 가늠하고 APP으로 투자하여 누적 투자액으로 배당을 받는 구조다. 투자한 팀이 탈락하면 투자액은 잃는 방식이다.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KAIST 기술경영학부 정다호 학생은 “도전하지 않으면 후회 할 것 같다”며 “도전하여 실패하면서 얻는 경험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타트업은 하고 싶고 꿈꾸는 가치를 고민하며 도전하는 선구자다”라며 “성공한 창업가의 스토리와 멘탈리티에 집중하는 다른 시도로 차별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전하는 20대가 많아질 수 있도록 스토리로 도전하는 사회 분위기를 바꾸는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본 행사에서 기획을 담당하는 같은 학부 권혁태 학생은 “주변에 Risk-taking하는 도전으로 스타트업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20대 과학도가 많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스펙을 쌓으라고 권한다” 면서 “도전을 권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하겠다는 도전 또한 나에게는 삶의 큰 도전”이라며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 신청 및 문의가 가능한데 많은 분들이 도전에 동참하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 = GRAFFITI Startup Festival 포스터 (KAIST ICISTS 제공)
과거의 잣대만으로 미래 기술 가치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스타트업이 진귀하고 접근이 새롭다면 경제가치와 시장경쟁력, 마케팅, EXIT 등 체계적인 똑똑한 전략은 경험이 많은 기성세대가 함께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반면 젊은 창업가의 도전정신과 흔들림 없는 철학, 강한 멘탈리티는 조력자가 키워 줄 수 없다.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사고에서 나오는 뚝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젊은 창업가의 진귀한 도전 가치를 인정함에는 인색하지도 성급해서는 안 될 것이다. 도전을 권하는 성숙한 사회의 분위기와 포용하는 탁월한 시선이 필요하다.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사회에 대한 좋은 가치를 전하기 위해 주체적으로 선도하는 KAIST 인재들의 싱싱한 도전이 창업국가에서 빛을 바라길 기대한다.
이근영 기자 geunyung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