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지주 본점
하나금융지주는 국제상공회의소(ICC) 산하 국제중재재판소가 원고인 론스타가 제기한 청구를 기각하는 이같은 내용의 판정문을 보내왔다고 15일 밝혔다.
종합하면 론스타가 주장한 '한국 정부의 매각 지연과 가격인하 압박'이 통하지 않았다.
하나금융지주 측은 통지받은 ICC의 판결문에서 "ICC가 론스타가 스스로 가격을 내리지 않으면 금융당국이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봤고 "론스타는 하나금융이 ‘가격 인하가 없으면 승인이 없다’는 식으로 강박했다고 주장하나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종합해 보면 이를 협박(threat)으로 보기 어렵다"며 "기망과 강박 주장이 이유없으므로 착오 주장도 이유없다"고 결론내렸다고 전했다. 아울러 ICC측은 판결문에서 "하나금융은 계약에 따라 최선의 노력을 했고 론스타와 충분히 협력·협의하였으므로 계약 위반 사항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전부 승소하면서 하나금융지주는 론스타가 요구한 손해배상액을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되고, 론스타는 소송 관련 비용까지 물어내야 한다.
하나금융지주와 론스타가 얽힌 계기는 2010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금융지주는 당시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지분 51.02%(3억2904만주)를 4조6888억원에 인수키로 계약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승인이 1년 2개월이 지난 2012년 1월에서야 이뤄졌고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마무리됐다. 몇 차례 가격 조정이 이뤄지면서 최종 매각대금은 당초보다 7732억원 줄어든 3조9156억원으로 결정됐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정부의 승인이 지연되는데 하나금융지주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을 제기했다. 손해배상 요구 금액은 46억9000만 달러(한화 5조1000억원)에 달했다.
또 론스타는 2016년 8월에는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국제중재재판소에 손해배상 중재를 청구했다. 당초 손해배상 소송 금액은 5억달러였으나 이후 이자, 원천징수액 등을 합쳐 14억430만달러로 조정됐다.
ICC가 하나금융지주 손을 들어주면서 론스타와 한국 정부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로 당초 이번 중재 결과는 ISD 소송 결과를 내다볼 수 있는 예고편으로 일컬어졌다.
론스타와 한국 정부의 ISD 소송전도 기본적으로 외환은행 매각에 따른 손해배상 여부를 다룬다. 다만 ISD는 한국 정부가, 국제중재재판소는 하나금융지주가 각각 당사자 대상이다. ISD도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하나금융지주 승소 결과가 ISD에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 지는 불확실하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가격을 깎으려고 금융당국을 빙자했다는 론스타의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 하지만 론스타가 정부를 상대로 외환은행 매각 지연 책임을 묻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CC 결과와 관계없이 ISD 재판은 독립적으로 이뤄져 영향을 받으면 안된다는 입장과 원칙"이라며 "다만 ICC를 통해서 론스타가 하려고 했던 주장과 논리가 판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의미하므로 결과적으로 정부에 불리한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선은 기자 bravebamb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