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올해 농협손보의 실적 부진과 농협금융지주 김광수닫기김광수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쇄신 기조로 인해 오병관 사장의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시각을 내놓기도 했으나, 결과적으로 1+1년의 임기가 보장되는 농협금융 계열사 CEO 인사 관행상 오 사장에게도 1년의 기회가 더 주어진 것으로 보인다.
오병관 사장의 특기 분야는 기획 및 전략 분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6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하여 농협중앙회 금융구조개편부장, 농협중앙회 기획실장, NH농협금융지주 재무관리담당, 부사장 등 요직을 거쳤지만 2017년 농협손보의 수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보험업 경력이 없어 우려를 샀다.
오 사장은 NH농협금융지주 출범과정에서 실무 작업을 맡아 금융지주의 체제를 닦아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등에 능한 살림꾼으로 통했다. 여기에 지주 부사장을 지냈던 만큼 다른 계열사와의 시너지 창출에도 이점이 있을 것으로 기대받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첫 해 오병관 사장의 성적표는 보험업 환경 악화와 여름철을 강타한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폭염 등 악재가 겹치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농협손보의 영업이익은 96억 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58.62% 줄었으며, 당기순이익 또한 3분기 누적 28억 원으로 전년 동기 -83.23%를 기록하는 등 빨간 불이 켜진 상태다. 건전성 부문에서도 위기는 이어져 2017년 190.6%였던 지급여력 비율이 2018년 3분기 기준 177.6%까지 하락했다.
◇ 농작물·가축재해보험 등 ‘정책성보험’ 누수... 이상기온에 손해율 관리 대책 절실
지난해 여름은 기상 관측 111년만의 최악의 폭염이 40일 넘게 이어지며 한반도를 ‘불반도’로 만들었다. 폭염에 이어 곧바로 이어진 태풍 ‘솔릭’의 한반도 관통 등 악재가 이어지며 손보업계는 기상이변이 적어 안정적이던 2017년과는 달리 손해율 상승에 몸서리를 쳐야 했다.
농협손해보험은 자동차보험 판매 라이센스가 없어 다른 손보사들과는 달리 자동차보험으로 인한 손해율 상승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히려 농협손보는 전담해 판매하고 있는 농작물·가축재해보험 등 정책성 보험에서 적잖은 손해를 봤다. 이들 상품은 다른 보험사들도 일부 판매하고는 있으나, 농협손보가 97%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사실상 농협손보의 전담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오병관 사장은 취임 이후 농작물재해보험 전파에 총력을 기울였다. 태풍이나 폭설 피해를 입은 농가들에게 보험금을 조기지급하거나, 전국을 돌며 ‘현장경영’ 행보를 선보이며 농작물재해보험 홍보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정책성보험 가입률은 큰 폭으로 늘었지만 그만큼 지급보험금도 늘었다. 폭염으로 인해 농작물은 물론 돼지, 닭 등의 가축들도 집단 폐사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올해 농협손보가 11월까지 지출한 관련 보험들의 지급보험금(추정보험금 포함)은 총 6246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기록했던 2873억 원의 2배가 넘는 수치다.
그 결과 3분기 기준 농협손보의 영업이익은 96억 원으로, 전년 동기 거둔 232억 원에 비해 58.2% 줄어들고 말았다. 3분기 누적 순익을 따져 봐도 28억 원에 불과해 전년 동기 대비 83.2%나 감소한 것은 물론 농협 계열사 최하위 신세를 면치 못했다.
여기에는 정부가 올해 들어 ‘가금류 폭염피해’를 기존에 특약을 통해 보장하던 것에서 주계약으로 변경한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농작물 및 가축재해보험의 보상규모 확대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및 정비수가 상승 등의 요인이 겹치면서 올해 중순부터 손보사 전반이 순차적인 보험료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이어지면서 갈수록 폭염과 폭설 등의 자연재해가 늘어나면서 농작물 및 가축재해보험의 수요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 체제를 유지한다면 농협손보의 손해율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러나 정책성보험인 농작물 및 가축재해보험은 아무리 손해율이 커져도 보험사가 먼저 나서서 요율 조정을 하기는 제한이 따른다는 시선이 많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자동차보험보다 정부의 눈치를 더 많이 볼 수밖에 없는 것이 정책성보험”이라며, “정부가 손실을 일부 보상해준다고는 하나 가입률과 보장이 늘면서 손해율도 커지고 있는 정책성보험들은 농협손보에게 있어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손보의 이러한 방향성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농협금융지주 ‘핀테크’ 혁신 행보, 농협손보에도 이식
농협금융지주 김광수 회장은 2019년도 신년사에서 “2019년은 핀테크 혁신기업에 대한 제3의 인터넷은행, 이종 산업의 금융업 진입규제 완화 등,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혁신지원 확대가 예고됐다”며 “제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차를 맞이하는 오병관 사장 역시 이러한 기조에 발맞춰 ‘인슈어테크(보험과 기술의 합성어)’ 혁신 행보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농협손보는 이미 지난해 업계 최초로 전자금융거래에 홍채, 지문 등을 활용한 바이오 인증 서비스를 도입한 바 있다. PC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이나 웹의 로그인과 본인인증, 전자서명 등 모든 전자금융거래영역에 지문, 홍채 등으로 인증이 가능한 것으로, 로그인부터 전자서명까지 가능하다.
아울러 농협손보 측은 “간편비밀번호인 PIN인증도 가능해 고객은 편리하게 전자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로 인해 고객은 처음 한번만 휴대폰 인증을 통해 바이오인증 서비스를 등록하면 이후부터는 바이오인증을 통한 보험 상품가입, 보험 계약조회, 보험금 청구, 보험계약 대출 등의 업무를 처리 할 수 있다.
또한 농협손해보험은 다이렉트 전용 보험몰에 의무보험인 재난배상책임보험, 다중업소화재배상책임보험을, 모바일 앱과 웹에는 주택화재 보험을 추가해 온라인을 통한 고객의 보험 선택 폭을 넓혔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이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것 역시 업계 최초 행보로 눈길을 모았던 바 있다.
재난배상책임보험은 화재와 폭발, 붕괴 등 재난사고로 인한 제3자의 신체와 재산 피해를 보상하는 보험이다. 지난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재난취약시설로 지정된 시설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한다. 대상은 1층 음식점(100㎡이상)과 주유소, 숙박업소, 장례식장 등 19개 업종, 전체 17여개 시설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