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7일 최정우 포스코 회장(오른쪽)이 포항제철소 제2고로를 찾아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 사진 = 포스코
또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냉각된 채용 시장에 포스코가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 현 정부와의 호흡을 맞추기 위한 단초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철강과 신성장 사업, 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사업 등에 45조 원(연평균 9조 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철강사업 고도화와 신성장산업 발굴, 친환경 에너지 및 인프라 사업 등에 집중된다.
우선 철강 사업 부문에서 광양제철소 3고로 스마트화, 기가 스틸 전용 생산설비 증설, 제철소 에너지 효율성 극대화를 위한 부생가스 발전 설비 신설 등에 26조 원을 투자한다.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기술력을 고도화 작업과 리튬 추출 기술 효율화 및 공장 신설, 국내외 양극재 공장 건설 등에 10조 원을 사용한다. 에너지 인프라 사업의 경우 청정화력발전 건설과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 추진, 미얀마 가스전 시설 확장 등에 9조 원이 투입된다.
신규고용도 늘린다. 2014∼2018년 뽑았던 7000명의 약 3배(2만명)까지 채용문을 넓힌다.
이를 통해 12만명의 추가 고용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그룹 측은 기대했다. 철강 신기술 개발과 생산현장 경쟁력 확보, 신성장 사업 추진 등을 위한 우수 인재를 조기 확보한다는 차원에서다. 모두 정규직이며 철강 1만명, 소재·에너지 5000명, 인프라 5000명 등을 뽑는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글로벌 철강산업을 이끌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하려면 한발 앞선 투자와 인재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정부의 정책 기조에 대한 화답으로 보고 있다. 실제 지난해 LG그룹을 시작으로 현대자동차, SK, 신세계, 삼성, 한화, GS, 포스코 등이 잇따라 투자·고용 계획을 발표했다.
◇ 정부 정책과 호흡 맞춰
포스코는 한 발 더 나가 정부의 남북 사업 지원에 나섰다.
대부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최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그룹의 각 계열사와 관계사가 모여 남북 경협 관련 TF를 이미 구성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남북 평화 분위기 속에 경협에 대비해 철강산업의 단계적 준비가 필요하다”며 대북 사업에 대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무엇보다 (북한의) 노후화한 사회기반시설(SOC) 개발이 본격화하면 철강 수요로 연결될 것”이라면서 “남북 경협이 동북아 협력으로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전무급 임원이 팀장을 맡은 ‘대북사업 TF’에는 포스코대우와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등이 참여했으며, 남북 경협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어떤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관계자는 “남·북·미 관계 등 정세변화에 따라 단계적으로 실수요자 입장에서 원료 등 자원 수입을 검토하고,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 구축에 참여해 장기적으로 한반도 철강산업 재건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TF는 그룹 계열사의 핵심 역량을 활용할 수 있고 경협 기여가 가능한 사업 참여를 원칙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코의 ‘대북사업 TF’ 발족은 지난달 말 공식 취임한 최 회장이 적극적으로 의지를 밝히면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최 회장은 취임 당일 기자회견에서도 “이번에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포스코는 남북 경제협력에서 가장 실수요자가 아닌가 생각한다”면서 “나아가 북한의 인프라 구축 사업이나 북한 제철소 리노베이션 등 철강업에 대한 투자도 포스코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특히 2007년 포스코켐텍이 북한 단천 지역의 마그네사이트 개발 사업에 투자했던 경험을 소개한 뒤 “현재는 마그네사이트를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지만 북한의 마그네사이트 매장량이 세계 2위”라며 북한에 매장된 원료 개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내놨었다.
◇ 자원개발 투자 업그레이드
최 회장은 리튬 사업에도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달 27일 호주 퍼스에서 갤럭시리소스(Galaxy Resources)와 리튬 염호 광권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회사가 광권을 확보한 염호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Hombre Muerto) 호수 북측 부분이다. 인수 금액은 2억 8000만 달러(약 3100억 원)다. 크기는 1만 7500헥타르(ha)로 서울시 면적의 약 3분의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염호는 20년간 매년 2만 5000톤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염수를 보유하고 있다.
현지에서 생산되는 수산화·탄산리튬은 양극재를 만드는 포스코ESM에 원료로 공급돼 포스코켐텍의 음극재와 함께 그룹의 이차전지소재 사업 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이차전지사에도 리튬 공급을 확대하게 돼 원료수급 안정화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포스코는 공급 계약을 통해 올 2021년부터 연간 5만 5000톤 규모의 리튬을 생산할 수 있는 체재를 갖췄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3가지 리튬 추출기술을 모두 확보하고 있다.
포스코는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다양한 신사업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폐이차전지에서 인산 리튬을 추출해 리튬을 생산하는 기술 확보와 광석인 리튬정광으로 리튬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 회장은 취임 당시 “양·음극재 산업 통합은 물론 리튬과 인조흑연 사업화를 촉진해 에너지 소재 분야 일류업체로 도약하겠다”며 강조한 바 있다.
◇ 배터리 핵심원료 리튬 3년 새 3.5배 상승
지난 몇 년간 전기차 생산 증가에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과 양극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배터리용 탄산리튬 가격이 2015년 톤당 6000달러에서 지난달 기준 톤 당 2만 3100달러로 3년 새 3.5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 확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배터리 핵심 원료 중 하나인 리튬 확보 경쟁이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수요 증가 전망에 비해 공급 측면의 신규 증설 물량이 예정대로 출하되지 못하고 있어 가격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2025년 리튬 총공급량 예상치를 63만 8665톤으로 총수요량을 70만 7717톤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는 산업용 수요가 4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전기차용 배터리 수요가 지난해 약 6만 6000톤에서 2025년 약 39만 7000톤으로 급증하며 리튬 수요를 견인할 거라는 전망이다.
오영일 수석연구원은 “지금은 리튬 시장이 레벨업되는 단계로 수급 상황의 가변성이 큰 시기”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대부분의 신규 설비 생산 일정 및 설비 가동률이 목표치에 못 미쳤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공급 초과 부족 현상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함께 제시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