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즉시연금 일괄지급'을 사실상 거부한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에 대한 민원 소송 시 민원인 편에서 소송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즉시연금을 둘러싼 소송이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계는 당국이 소송 지원에 나서는 배경을 ‘보험사에 대한 우회적 압박’의 일환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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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금감원이 보험사들과의 직접적인 소송이나 법정 다툼을 벌이는 대신,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을 앞세워 ‘대리전’을 벌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소비자 보호를 명목으로 보험사들과의 기 싸움을 벌이는 것”이라는 날선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금감원에 접수된 즉시연금 관련 민원 건수가 저조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접수된 즉시연금 관련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200여건 정도에 그치는 수준으로, 전체 즉시연금 가입자가 약 5만5000여명 규모인 것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상품은 많은 금액을 일시납으로 납부하는 구조이므로 상대적으로 생활에 여유가 있는 부유층이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굳이 소송까지 가서 과소지급 된 보험금을 받는 것에 번거로움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감원 측은 최근 언론보도가 활발하게 이뤄지며 민원 건수도 늘어나고 있다며, 향후 민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공동 대응도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이번 소송지원은 예산 범위 내의 소송비 지원, 보험사 검사 결과 등의 제출자료 지원 등으로 이뤄진다. 금감원이 소송지원에 나서는 것은 2010년 이후 8년 만의 일이다. 소송지원제도 신청은 지금까지 6건이 있었지만, 금융사가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이유로 8년간 실제 지원이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르면 금감원은 분쟁조정위원회가 신청인(민원인) 청구를 인용했거나 인용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피신청인(금융회사)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