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권 사장(CSO, 최고전략책임자)과 데이비드 은 사장(CIO, 최고혁신책임자)
지난해 말 삼성전자는 손영권 사장(CSO, 최고전략책임자)의 역할을 대폭 확대하고 성장동력 확보라는 중책을 그에게 맡겼다. 최근에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신설, 데이비드 은 사장을 임명했다. 이는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미래 성장동력으로 인공지능(AI)을 낙점했다. 우수인재 육성 및 확보는 물론, 관련 분야 최고 석학을 영입하는 등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 AI센터를 한국과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에 개소한 데 이어 곧 프랑스 파리에도 센터를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지난 몇 년간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통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대내외적인 변수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TV·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삼성전자 주요 제품 점유율이 하강 곡선을 그리는데다 반도체마저 중국의 추격, 통상 압박 등으로 미래를 담보할 수 없어 성장동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재용 끌고 손영권·데이비드 은 밀고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조직개편을 통해 손영권 사장의 역할을 확대하고 ‘미래 먹거리 발굴’이란 중책을 맡겼다.
이후 손 사장은 간 삼성전자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글로벌 무대를 종횡무진 누볐다. 지난 3월 프랑스 현지 마크롱 대통령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손 사장은 프랑스에 AI 연구개발센터를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파리센터 연구 인력은 현재 15명이지만 연말까지 50명 수준으로 늘리고, 최대 100명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 2월 이재용닫기이재용광고보고 기사보기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이에 대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됐다. 이 부회장은 석방 후 유럽·캐나다 출장길에 삼성전자 최대 현안인 신성장 동력 발굴과 관련해 인공지능(AI), 정보통신기술(IT)에 대한 현황과 트렌드를 살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AI 연구개발 인력을 2020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확대·강화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AI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와 대니얼 리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도 영입했다.
△세바스찬 승 교수와 다니엘 리 교수
지난 5일에는 최고혁신책임자(CIO) 직책을 신설하고 데이비드 은(David Eun) 삼성넥스트 사장을 선임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에서 사업부문 전반을 총괄하는 CIO 직책이 처음 생겼다는 점에서도 이런 의지가 드러난다. 삼성전자에는 3개 사업부문의 최고경영책임자(CEO) 외에 최고책임자 명칭을 붙인 직책은 손영권 최고전략책임자(CSO)와 노희찬 최고재무책임자(CFO) 정도에 그친다.
은 사장은 앞으로 삼성넥스트 사장 본연의 업무인 스타트업 투자와 우수인재 확보, 신사업 발굴에 주력하는 동시에 삼성전자 사업부문별 혁신전략을 총괄 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지난달 미국, 영국, 캐나다, 러시아 등 5개국에 설립한 인공지능(AI) 연구센터와 연계된 사업전략을 짜는 과정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은 사장은 삼성넥스트 홈페이지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최고혁신책임자로서 5년 이후 삼성전자의 비전을 만드는 데 더욱 초점을 맞출 것이다”며 “이는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다른 동료들과 함께 공조하고 개발한 비전을 안팎으로 공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삼성이 어떻게 바뀔 수 있을지, 소비자를 위한 새로운 기회와 경험이 무엇이 될지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사물인터넷에서 인공지능,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블록체인 등의 기술까지 집중하는 그룹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미래먹거리 발굴 서두르는 이유는
삼성전자가 이렇게 미래먹거리 발굴 서두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삼성전자 4대 제품인 D램·TV·휴대전화·디스플레이 중 반도체를 제외한 제품의 글로벌 점유율이 몇 년째 하강곡선을 그리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소비자가전(CE) 부문 주요 제품인 TV의 올해 1분기 점유율은 20.1%로 작년보다 1.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몇 년 동안 20%는 꾸준히 유지됐지만 연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올해는 10%대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IT·모바일(IM) 부문의 주요 제품인 휴대전화도 올 1분기 18.9%로 2.5%포인트 감소했다. 2013년 1분기 26.8%의 점유율을 보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거의 10%p까지 떨어진 셈이다. 디스플레이의 점유율 하락은 심각하다. 2015년까지 20%의 점유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14.8%로 떨어지더니 올해 1분기에는 작년보다 1.8%포인트 하락한 13.2%를 기록했다.
반도체 제품 D램은 올해 1분기 44.9% 시장점유율을 기록 작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반도체 굴기를 내세우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중국의 위협도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대규모 반도체 산업 투자와 통상 압박이 거세지며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손 사장 등이 미래먹거리 발굴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현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반도체 슈퍼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경기가 꺾이기 전 신성장 동력 확보가 절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sh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