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3일 조규홍 재정관리관 주재로 공공기관 채용비리 관계부처 회의를 열어 채용비리 관리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 결과로 공공기관은 오는 7월 말까지 채용비리 피해자가 확인되면 즉시 채용하거나 응시 기회를 주는 내규를 도입해야 한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은 하반기 채용부터 정부가 마련한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세부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방침이다. 가이드라인은 피해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와 특정 피해자를 확인할 수 없지만 피해자 범위를 추측할 수 있는 경우 두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 피해자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경우엔 해당 피해자가 피해를 본 단계 바로 다음 단계의 응시 기회를 줘야 한다. 예컨대 피해자가 서류단계에서 피해를 본 경우 다음 단계인 필기시험의 기회를 부여한다. 필기 단계에서 피해를 봤다면 면접시험 기회를 준다. 최종 면접 단계에서 피해를 본 사람은 즉시 채용한다.
정부는 특정 피해자를 골라내지 못하지만 피해자 범위는 추측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응시 기회를 부여하라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피해자 범위에 있는 사람들을 그룹으로 묶어 똑같이 피해 다음 단계의 응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아울러 피해자 구제책은 부정합격자 퇴출 전이라도 우선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기관들의 정원 외 인력을 한시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국책은행들은 피해자 구제 가이드라인 도입 외에도 부정합격자를 면직하는 내규를 선제적으로 반영했다. 오는 9월 28일 △채용비리 연루 임원의 수사・감사 △임원 명단 공개 △부정합격자의 채용과 임용, 승진을 취소할 수 있는 기준 마련 △채용비리 연루 기관의 성과급 수정 기준 마련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 시행됨에 따라 처벌 규정을 사전에 내규에 반영하고 있는 상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지난 4월 10일자에 '부정합격자는 회장 직권으로 면직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규에 반영했다"며 "조만간 공시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인사규정 개정을 통해 부정합격자와 채용비리 연루 직원에 대한 은행장 직권 면직 조항을 신설했다. 당행이 아닌 공공기관에서 부정하게 합격한 전례가 있을 경우 채용을 취소하는 조항도 마련했다.
수출입은행은 채용비리 연루자 처벌 조항 내규 반영을 현재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인사팀이 세부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는 상태"라며 "채용 시 부정사실이 적발될 경우 입사 취소될 수 있단 내용은 사전에 공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책은행이 채용비리 피해자 구제 가이드라인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처벌 내용을 제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미이행 기관의 경우 기관명 공개, 기관평가 반영 등을 통해 엄중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며 "일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