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부회장(좌)과 신동빈 롯데 회장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네이버로 동일인 변경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총수 지위를 유지한다.
1일 공정위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18 대기업집단(그룹) 지정현황’을 발표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한다. 동일인은 기업 집단은 물론 자신이 보유한 회사까지 공정거래법상 공시‧신고의무, 총수일가 사익편취 등의 규제를 받는다.
이번 발표로 삼성은 1988년 고 이병철닫기이병철광고보고 기사보기 전 회장에서 이건희 회장으로 지정된 뒤 30년 만에 총수가 변경됐다. 롯데 역시 1987년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가 도입된 후 처음으로 총수가 교체됐다.
공정위 측은 “동일인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된 삼성과 롯데에 대해 경영현실과 공정거래법령의 취지에 부합하는 인물로 동일인을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기존 총수인 이건희 회장과 신격호 명예회장의 경영 참여가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입원 후 만 4년이 지나도록 경영이 불가능한 상태다. 신 명예회장은 96세 고령의 나이로 건강이 악화돼 지난해 6월 대법원에서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된 상태다.
변경된 총수로 이재용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지정된 데는 그룹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삼성생명 등을 비롯해 지배구조 최상위 회사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어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김상조닫기김상조광고보고 기사보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삼성 미래전략실 해체는 삼성 조직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략적 판단”이라며 “이 부분이 이재용 부회장에 의해 결정‧실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롯데지주의 지분 10.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다. 또 지주체제 출점 전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해온 호텔롯데의 대표이사로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경영권 분쟁이 있었지만 지분이나 지배력 요건에서 신동빈 회장이 동일인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경우 이해진 창업자가 동일인 변경을 요청했음에도 공정위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도 영향력에 있다. 이 창업자의 지분은 3.72%로 미미하지만 여전히 네이버의 개인 최대주주다. 또 올해 3월 19년만에 이사직에서 물러났지만 여전히 이사회가 이 창업자의 측근들로 구성돼있다고 공정위는 판단했다.
앞서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이 창업자의 네이버 총수 지정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 자체가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의미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및 공시대상기업집단의 계열회사 전체에 대한 소유 지분 및 출자 현황 등을 분석해서 소유구조를 공개할 것”이라며 “내부거래 현황과 채무보증, 지배구조 현황 등도 연내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