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전하경 기자
하나은행의 고위직의 인사추천을 받은 지원자는 정량평가에서 점수가 미달됐지만 최종전형까지 올라 합격했다.
하나은행이 내부적으로 1등급으로 생각하는 출신 대학교들은 면접 등에서 다른 지원자보다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소위 출신대학이라는 이유 만으로 특혜를 받아 탈락자에서 합격자가 됐다. 여성은 처음부터 기회를 받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지원자를 받기 전부터 남성을 여성보다 더 많이 뽑기로 계획하고 실제로는 계획보다 남성은 더 많이, 여성은 더 적게 뽑았다.
이후 전형에서 여성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점은 감안하더라도 하나은행은 처음부터 학점, 영어성적 등의 성적순으로 자르는 정량평가에서도 여성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는 여지없이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된 범법행위다. 하나은행 뿐 아니라 국민은행도 남성 지원자를 우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기식닫기김기식광고보고 기사보기 원장의 말처럼 이는 비단 하나은행, 국민은행 문제만이 아니다. 금융권만의 문제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금융권이 남녀 차등 채용 명분은 ‘여성’이 생산성이 떨어져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을 채용하면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나가서 남성을 선호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채용 과정에서는 여성지원자가 남성지원자보다 모든 면에서 우수해 합격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성직원은 결혼과 출산 이후에는 업무 생산성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금융권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이또한 남성 채용 우대를 정당화하는 명분은 되지 못한다. ‘여성 지원자는 곧 나갈 사람이라는 전제로 지원자에게 지원자에게 기회를 박탈했기 때문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8%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여성 지원자들의 문턱마저 높아지다보니 ‘생존’을 위해 비혼을 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6년 539만8000가구이며 이 중, 여성 1인 가구가 272만명으로 남성(268만 가구) 대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사례로만 봤을 때, 여성지원자의 합격 점수권이 높아진건 여성에게 가산점을 줘서가 아니다. 여성이 점수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해서도 아니다.
생물학적 특성이 반영되지 않고 지원자 A와 지원자 B의 상황을 만들었을 때 여성지원자 점수가 잘나온 것 뿐이다.
이는 남성이 더 잘나올 개연성도 충분히 있다. 후천적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여성이 시험과 면접에 강한건 여성의 유전적 특성이 여기에 유리하기 때문에 잘나온다고도 보기 어렵다. 특정 대학 출신을 우대한 사례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다.
B대학에 졸업해 전형 과정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지원자(여성)가 합격권에 있었지만 A대학에 나온 점수가 합격권이 아닌 지원자(남성)가 A대학에 나왔다는 이유로 합격이 된 논리와 일치한다.
인식이 개선돼 남성도 육아휴직을 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 여성 육아휴직자 수는 8만2179만명인 반면 남성 육아 휴직자는 7616명이었다. 여성 육아휴직자가 많은건 임금격차 영향도 크다.
남성과 여성이 모두 육아와 출산으로 직업을 포기하는 상황에 놓여있을 때 여성이 더 많이 포기하는건 남성 임금이 더 높아서다.
지난 3일 기준 2017년 31개 금융회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은행과 금융지주사 남성 평균 연봉은 1억1600만원인 반면 여성은 7300만원이었다.
여기에는 임원 비율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 반영되어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출발선부터 남성의 군 경력이 인정돼 남성 임금이 높다. 구조적 모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선행됐을 때 여성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해도 늦지 않아 보인다.
남녀 차등 채용 뿐 아니라 특정 대학 출신, 특정 지인의 추천 등으로 인한 특혜채용 관행을 뿌리 뽑아야 한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나 “개인적으로 하나은행 채용검사에서 남녀 차등채용에 가장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채용비리가 의식 개선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하경 기자 ceciplus7@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