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다. 대회가 열리는 일주일은 ‘마스터스 위크’라 불린다. 마스터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4대 메이저 대회 중에서도 특별하다.
마스터스와 대회장인 오거스타내셔널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신비주의’다. 마스터스는 ‘아무나 나올 수 없고, 아무나 구경할 수 없다’는 대회다.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은 또한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아무나 회원이 될 수 없는 곳이다. 이러한 신비주의의 근원은 무엇일까.
‘위대한 골퍼’ 보비 존스의 비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장은 원래 특정인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바로 ‘골프 성인’으로 통하는 보비 존스다.
그는 1930년, 당시 4대 메이저 대회로 통했던 US오픈, US아마추어 선수권, 디 오픈, 그리고 브리티시 아마추어 선수권을 모두 제패했다.
유일무이한 ‘그랜드 슬램’(한 해에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제패)이다. 골프를 통해 막대한 부와 명예를 잡을 수 있었던 존스는 그러나 프로로 전향하는 대신 ‘영원한 아마추어’를 표방하며 28세의 한창 나이에 홀연히 은퇴를 선언한다.
위대한 골퍼이자 변호사였던 존스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수천의 관중 앞에서 경기를 펼쳤지만, 사실 그는 관중을 싫어했다.
그들로 인해 긴장을 하곤 했다. 관중은 그에게 중요한 존재였지만, 한편으로는 떨쳐 버리고 싶은 파파라치였다.
때문에 존스는 선수 은퇴 후 언제나 자신을 따라 다니는 골프 팬을 떠나 친구들과의 조용한 라운드를 꿈꿨고, 결국 직접 골프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곧 절친한 친구이자 뉴욕의 금융업자였던 클리포드 로버츠와 함께 자신의 이상향을 만드는 데 착수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바로 오거스타내셔널이다. 1933년의 일이다. 현재 클럽하우스가 있는 곳은 존스와 로버츠가 자신들의 이상향을 처음 내려다 본 곳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이렇듯 처음부터 폐쇄적인 목적을 지니고 만들어졌다. 존스와 로버츠를 비롯한 ‘소수 사내들만의 사교 모임 장소’가 그것이다.
하지만 콧대 높기로 유명한 오거스타내셔널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2012년 8월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과 투자회사 ‘레인워터’의 파트너인 사업가 달라 무어 등 여성을 회원으로 들였다.
비상업주의 표방… 그러나 엄청난 부
골프장 개장 이듬해인 1934년부터 시작된 마스터스는 ‘비상업주의’를 표방한다. 일정 자격을 갖춘 선수만 초청했기에 처음 명칭은 ‘오거스타내셔널 인비테이셔널’이었다.
그러다 5회 대회 때부터 지금의 마스터스로 바꿔 불렀다. 마스터스의 가장 큰 특징은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거스타내셔널이 모든 비용을 충당한다.
그러나 이익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의 경우를 보면, 매출 1억 2,000만달러에 순이익은 3,500만달러에 달했다. 1년이 아니라 단 1주일 장사에 대한 계산서다.
수입원은 크게 세 가지다. 입장권 판매, 식음료와 기념품 판매, 그리고 TV 중계권료다. 우선 입장권으로만 지난해 3,475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
식음료로는 775만달러, 기념품 판매로는 4,75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TV중계권료는 3,000만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광고를 허용하면 중계권료는 1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오거스타내셔널은 전통적인 파트너인 IBM 등 극소수 기업에만 광고를 허용한다.
그것도 1시간에 최대 4분이다. 광고를 배제하는 대신 시청자의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의도다. 한편으로는 ‘그깟 광고 없어도 자체적으로 충분히 운영할 수 있으니 필요 없다’는 자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