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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창립 51주년] 신동빈 구속 여파에 ‘숨죽인’ 생일

신미진 기자

mjshin@

기사입력 : 2018-04-03 06:00

롯데월드타워 개장 1주년 불구 대규모 행사 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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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3일 롯데그룹이 창립 51주년을 맞았다. 당초 롯데는 지난해 개장한 롯데월드타워 1주년 기념과 맞물려 대규모 행사를 열 것으로 전망됐지만 사상 초유의 총수 공백 여파에 별다른 기념식을 치르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이날 롯데그룹에 따르면 창립 51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행사는 진행되지 않는다. 다만 롯데월드타워를 운영하는 롯데물산을 중심으로 오는 5일부터 시작되는 ‘석촌호수 벚꽃축제’ 준비와 오는 17일까지 진행되는 롯데 유통계열사 통합 할인행사인 ‘롯데 그랜드 페스타’에 전념할 계획이다.

지난해 롯데는 창립 50주년과 롯데월드타워 개장을 기념해 대규모 불꽃쇼를 진행한 바 있다. 롯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창립 기념일 상징성이 커 대규모 행사를 진행했지만 올해는 별다른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롯데의 조용한 생일맞이는 신동빈닫기신동빈광고보고 기사보기 롯데그룹 회장 공백의 여파로 풀이된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신 회장은 지난 2월13일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70억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그동안 총수 공백 사태를 한 번도 겪지 않았던 롯데는 신 회장의 구속으로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이에 롯데는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위원회를 꾸리고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으나 신 회장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우선 그동안 신 회장을 중심으로 재계 5위에 오른 롯데그룹의 경영시계가 멈췄다. 신 회장은 2004년 정책본부장으로 취임한 뒤 지난해까지 총 36건의 M&A를 성사시키며 몸집을 불려왔다. 그러나 최근 롯데는 지배구조 개편에 행보가 쏠리면서 내부 다지기에만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월드타워 2018 새해맞이 불꽃쇼 시뮬레이션. 롯데물산 제공

롯데월드타워 2018 새해맞이 불꽃쇼 시뮬레이션. 롯데물산 제공

롯데의 10조원대 해외 사업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사드(THAA‧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직격탄을 맞은 중국 롯데마트는 지난해 9월부터 매각작업을 추진 중이나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한중 사드 해빙 기류가 감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안심할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야심차게 준비했던 동남아 사업도 오리무중이다. 롯데는 백화점과 쇼핑몰‧호텔‧아파트 등이 들어설 베트남 ‘에코스마트시티’에 약 20억달러(2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2020년까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점포수를 총 169개(인도네시아 82개·베트남 87개)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점포수(59개)와 비교하면 3년 만에 출점 규모를 약 3배가량 늘리는 셈이다.

신 회장은 2013년부터 맡아왔던 한-인니동반자협의회 경제계 의장으로써 사업 추진을 직접 이끌어왔다는 평을 받는다. 이처럼 해외사업 연결고리 역할을 맡아왔던 신 회장의 부재가 해외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호텔롯데 상장도 안갯속으로 빠졌다. 앞서 신 회장은 일본 롯데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롯데지주를 출범하고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해왔다. 롯데 측은 호텔롯데 상장 시 99%에 달하는 일본계 지분을 약 40%대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왔지만 신 회장의 구속 이후 모든 계획이 멈춘 상태다.

난관에 부딪힌 롯데는 ‘자중 모드’에 돌입했다. 롯데 비상경영위원회는 최근 각 계열사 대표 및 임원들에게 골프 등 불필요한 대외활동 자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달 29일 마감한 롯데 그룹채용 공고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채용까지 올라와있던 신 회장의 ‘정정당당’ 문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재계 관계자는 “롯데 창립 51주년에는 롯데월드타워 개장 1주년 의미도 담겨있어 총수가 구속되지 않았으면 최소한의 불꽃쇼라도 진행했을 것”이라며 “신동빈 회장의 판결이 2심에서 달라지더라도 대외적인 분위기를 회복할 때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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