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닫기허영인기사 모아보기 SPC그룹 회장은 2015년 창립 70주년 기념식에서 이 같은 야심을 드러냈다. 파리바게뜨‧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국내 식품 프랜차이즈 기업에서 전 세계에 매장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다.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의 핵심은 단연 파리바게뜨다. 국내 제과‧제빵 1위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해외 점포를 열었으며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에 총 319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중국에서만 230여개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가맹점수가 직영점수를 넘어섰으며, 이에 힘입어 중국 법인은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인 ‘폴’과 ‘포숑’도 진출 수년만에 문을 닫고 철수한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81만명.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등록된 파리바게뜨 계정의 팔로워 수다. 글로벌 햄버거 프랜차이즈 맥도날드의 팔로워 수는 102만명. 파리바게뜨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성과에는 SPC그룹의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 숨어있다.
◇ 14년의 ‘뚝심’
11일 SPC그룹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지난달 말 기준 중국에서 총 235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가맹점 수는 절반 이상이다. 이는 중국 제빵시장에서 파리바게뜨의 인지도나 운영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성과에 힙임어 현재 파리바게뜨는 명성점, AAA 브랜드, 중국 10대 브랜드, 5성급 브랜드, 베이징 올림픽 공급상, 네티즌 선정 인기 브랜드 등 전문가와 소비자가 손꼽는 브랜드로 매년 선정되고 있다.
SPC 관계자는 “파리바게뜨가 10여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현지에서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얼마전까지만해도 브랜드를 알리려고 노력했다면 이제는 개발상(가맹점주)들이 스스로 찾아와 입점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파리바게뜨는 1997년 중국 시장 개발에 착수한 지 14년 만인 2011년 첫 가맹점을 냈다.
첫 가맹점을 열기 전인 2010년 10월 파리바게뜨는 중국 정부 산하단체인 베이커리 및 당제품 공업협회가 꼽는 ‘중국 10대 브랜드’에 외국 브랜드 최초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국 10대 브랜드는 중국 베이커리업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알려져있다. 이를 기점으로 가맹점에 대한 자신감을 얻게됐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후 파리바게뜨는 국내 베이커리 업계 최초로 중국 난징에 진출했으며, 2012년에는 다롄, 텐진, 항정우, 쑤주어 등으로 신규 거점을 확대해나갔다. 향후 중국 서남부의 대표 도시인 충칭과 광둥성 지역까지 출점을 확대해 올해 총 300개로 매장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 철저한 현지화
‘빠리베이티엔(巴黎贝甜)’. 베이징 중심가에 자리잡은 유명 쇼핑몰 ‘더 플레이스(世贸天阶)’에 도착하면 중국어로 적힌 파리바게뜨의 간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파리 샹제리제 거리와 같은 화려함을 뽐내는 이곳 중심에 파리바게뜨 매장이 자리하고 있다.
SPC는 중국 파리바게뜨의 성공 요인으로 ‘고급화’를 꼽았다. 파리바게뜨는 철저한 현지 조사 뒤 중국 주요 도시의 중심 상권과 고급 주택가를 공략해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로 포지셔닝하는 전략을 세웠다.
가격도 중상층 이상의 중국 소비자 심리를 고려해 타 베이커리 브랜드보다 20~30% 높게 책정했다. 중심 상권에 위치한 매장에 고가격‧고품질을 내세운 전략은 중국 내 핵심 소비 층인 바링허우(1980년대 출생)과 주링허우(1990년대 출생)를 공략하기에 적절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파리바게뜨가 가맹점 사업에 박차를 가하던 2015년 KOTRA는 ‘권역별 시장진출전략-중국’ 보고서를 통해 “중국 내 고소득층‧젊은 소비층의 등장으로 고급재 및 서비스 수요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공요인 두 번째는 ‘현지화’다. 파리바게뜨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 현지에 직원들을 파견해 수년 동안 식음료와 외식시장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또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특화된 메뉴 비중을 20%로 유지하고,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굽는 제빵기사들도 대부분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현지화 메뉴는 ‘짱짱바오(脏脏包‧더러운 빵)’이다. 짱짱바오는 페이스트리에 코코아 파우더가루를 묻힌 제품으로 빵을 먹으면서 손과 입에 초코 가루가 범벅이 되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한 현지 베이커리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짱짱바오를 접한 소비자들이 온라인 상에 ‘인증샷’을 남기면서 입소문이 타기 시작했다. 파리바게뜨도 지난해 말부터 짱짱바오를 출시하기 시작하면서 열풍에 가세했다.
SPC 관계자는 “파리바게뜨의 성공 요인으로는 현지 시장에 대한 유연한 변화와 대응을 꼽을 수 있다”며 “현지인들의 기호와 선호도를 치밀하게 분석해 제품을 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파리바게뜨는 2005년부터 고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케이크만들기교실 행사를 900회 이상 진행하고, HSBC국제골프대회와 F-1경기대회 등 대형 행사 파트너로 참여하는 등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 파리바게뜨 글로벌 200호점 중국 링윈광창점. 사진 = SPC그룹
◇ 2020년 세계 제과‧제빵 1위
“2020년까지 미국 내 파리바게뜨 매장을 300여개까지 늘리고, 고용 창출 인원을 1만여명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8월 에드 로이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을 만난 허 회장은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파리바게뜨는 중국 외에도 2002년 미국 현지 법인을 설립한 뒤 2005년 LA 한인타운에 1호점을 열며 미국 시장 진출 신호탄을 쐈다. 이후 캘리포니아와 뉴욕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 현재 미국 전역에 총 66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미국에 투자한 금액만 4800만달러(약 510억원)에 달한다.
2015년에는 라스베이거스로도 영역을 넓혔다. 같은해 파리바게뜨는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 호스테터점을 열며 가맹사업에 본격 나섰다. 현재 가맹점 수는 전체의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가맹사업을 시작한 지 약 2년만의 성과다. 2016년에는 미국에서 연간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진출도 활발하다. 2012년에는 베트남 호찌민에 글로벌 100호점인 ‘베트남 까오탕점’을 열고 동남아 진출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9월에는 싱가포르에 첫 점포를 열었다. 2014년에는 국내 최초로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진출했고 지난해에 추가로 3개의 매장을 더 선보였다.
다음은 바게트의 종주국 프랑스다. 파리바게뜨는 2014년 파리에 1호점인 샤틀레점을 열며 향후 유럽과 범 프랑스 문화권 국가로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샤틀레점은 노트르담 성당과 루브르 박물관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관광 명소 인근에 자리잡았다.
2015년에는 파리 오페라 지역에 2호점을 곧바로 열었다. 프랑스 1호점을 오픈한 지 약 11개월 만이었다. 2호점에서는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를 더욱 강화했으며 크림빵과 단팥빵 등 한국적인 제품 마케팅도 더 강화해 선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는 총 중국과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 5개국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SPC 관계자는 “캐나다 등 북미 지역과 중동 지역에도 진출해 2020년 세계 제과제빵 1위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