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을 찾은 배리 앵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국회에 들러 한국정부가 자금지원을 해준다면 신차 2종을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공장에 배치하겠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2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앵글 사장은 국회를 찾은 당시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을 비공개 면담한 데 이어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닫기김성태기사 모아보기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등과 접촉했다.
앵글 사장은 이 과정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신차 2종을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공장에 배치하겠다”며 한국 정부와 노조가 협조해 줄 수 있도록 국회 차원의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신차가 투입될 경우 한국지엠 연간 생산량이 50만대를 유지해 인천과 부평 공장은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며 “현재 폐쇄된 군산공장은 인수 의향자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상에)임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환노위 다수 관계자들과 차 업계에선 앵글 부사장의 제안이야말로 국내 핵심 생산거점과 연관 업체를 볼모로 한국정부로부터 무조건적인 자금 지원을 끌어내려는 포석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앞서 GM은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에 3조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가도 요구해 파장을 불러온 바 있다. 산은이 응하게 된다면 5100억원 가량을 출자해야 한다.
정부와 산은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없으면 철수할 수밖에 없다는 엄포는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앵글 사장은 지난해 말 한국GM 노조와 만나 “정부(한국)의 도움이 없으면 현재 (한국지엠의 부실 경영을) 해결할 방법이 없으며, 인원 감축과 구조조정 및 한국 철수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다 앵글 사장은 국회에서 군산공장 매각 추진 의사도 내비쳤다.
한국정부와 산은 지원 없이 생존하기 어렵다며 거액의 대출금을 회수하고, 미국 본토 내 투자를 확대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차 업계 일각에서는 ‘제2 론스타 먹튀’ 행태가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비판받았던 내용과 금속노조 한국GM지부가 내놓은 보고서 등에 따르면 한국GM의 2012~2016년 누적적자 1조 9787억원 중에 약 1조 5000억원 이상은 미국 GM본사로 자금이 흘러갔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엠은 또한 본사로부터 빌려 온 자금 약 3조원의 이자비용으로 지금까지 5000억원 이상을 지급했다. 또 GM이 유럽·러시아·호주 철수 때 생긴 비용 부담금 5085억원, 연구개발비·구매비용 분담금 3730억원, 본사 업무지원비 1297억원 등이 본사로 들어갔다.
차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1998년 당시 한국에 진출한 론스타가 14년 만에 4조60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것에 전철을 밟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론스타는 외한은행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기까지 배당금 총액 1조799억원에 보유지분 일부 블록세일을 통한 수익 1조1928억원, 하나금융에 넘긴 지분 매각대금 3조9157억원 등의 거액을 챙겨 떠났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