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GB·BNK·JB금융지주 등 지방소재 은행도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새로운 수익 발굴을 위한 차원이다.
◇ DGB대구은행, 최초 해외 현지법인 설립
DGB대구은행과 캠캐피탈 은행은 지난달 18일 캄보디아 상무부(MOC)에 등록절차를 완료했다. 지난해 10월 인수를 위한 SPA(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고, 12월에는 캄보디아 중앙은행(NBC)로부터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승인을 취득한 바 있다. 이번 상무부 등록으로 국내외 인허가와 관련된 모든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셈이다.
DGB대구은행은 캠캐피탈 은행의 지분을 100% 인수했다. 이에 캠캐피탈 은행의 사명도 'DGB 특수 은행(Specialized Bank)'으로 변경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2012년 중국 상해, 2014년 베트남 호치민에 진출해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으나, 국외 현지법인 수립은 최초 사례다.
캠캐피탈은행은 지난 2009년 설립돼 캄보디아 프놈펜에 5개 지점을 운영 중에 있다. 직원 규모는 약 300여명이며, 설립 이래 매년 45% 이상의 자산성장성을 바탕으로 캄보디아 특수은행 중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339만5000미불)을 시현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대출자산 1억400만불을 운용하고 있으며, NPL(부실채권)비율은 0.07%로 양호한 수준이다.
캄보디아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7%이상 성장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으로 1970년대 중반의 대한민국 경제발전 초기단계와 유사한 성장경로를 보이고 있다. 또한 기축통화로써 미국 달러(USD)를 사용하므로 환리스크 및 외국자본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아시아 국가들 중 가장 매력적인 금융업 진출 시장으로 각광받고 있어 DGB대구은행의 세번째 글로벌 진출 국가로 낙점됐다.
△DGB대구은행인 인수한 캠캐피탈은행 전경./ 사진=DGB대구은행
◇ 지방은행 해외진출 나서는 이유
DGB금융을 비롯해 BNK금융과 JB금융도 올해 중장기 전략으로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제시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저성장, 저금리가 장기화되는 추세이며 금융업권 경쟁이 심해져 해외 시장 진출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부산은행은 지방은행들 중 해외에 가장 많은 점포를 냈다. 국내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는 중국, 베트남에 지점 한 개씩을 두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베트남 북부 하노이에 사무소를 추가로 개설했다. 미얀마 양곤과 인도 뭄바이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무소를 포함하면 동남아시아에 둔 사무소만 총 3개다.
BNK캐피탈도 2014년 3월 캄보디아와 미얀마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소액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라오스에 국내 금융회사 중 처음으로 리스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김지완닫기김지완기사 모아보기 BNK금융 회장은 "최근 동남아 시장에서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금융 수요 증가와 자동차 할부 시장 개척 등으로 캐피털 시장이 성장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며 "이미 진출한 BNK캐피탈의 현지화를 성공시킨 이후 은행과 증권 등이 동반 진출해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JB금융 전북은행은 지방은행 중에서는 최초로 2016년 8월 캄보디아 현지 은행인 프놈펜 상업은행을 인수합병(M&A)하며 해외진출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프놈펜상업은행은 캄보디아 소재 36개 상업은행 중 자산규모 10위권 은행으로 총 자산 5000억원, 직원 200명으로써 수도인 프놈펜과 주요 거점도시에 14개 지점을 보유한 은행으로 차별화된 영업방식과 우수한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캄보디아에서 경쟁력 있는 은행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프놈펜상업은행 지분율은 전북은행 50%, JB우리캐피탈 10%, 아프로서비스그룹 40%다.
광주은행은 지난해 11월에 중국 장쑤성 무시에 해외 사무소를 냈다. 외환위기 때 홍콩 사무소를 접은 이후 10년만에 첫 해외 진출이다.
광주은행은 중국 장쑤성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계획이다. 시장조사를 진행하면서 중국 지방은행이나 주요 도시의 금융투자기업과 상호 협력이나 제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지방은행들이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인 성장성 한계 때문이다.
채명석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은행업은 기본적으로 내수산업으로서 경제성장률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며 "최근 한국경제가 산업구조고도화, 고령화 등으로 인해 2011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4% 미만으로 낮아지며 구조적인 저성장 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은행업의 성장성도 제한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취약업종의 기업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있고 가계부채 부담도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국내은행들은 기업/가계 양대 차주 측면에서 과거와 같이 적극적인 외형확대를 통한 성장전략에 의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3대 은행·동남아지역 쏠림 현상은 '적신호'
지방은행들의 해외진출 지역이 동남아에 국한되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 전북은행 등 6개 지방은행이 해외에 설치한 지점, 사무소, 현지법인은 총 10개인데 이들은 부산은행(지점 2개, 사무소 3개), 대구은행(지점 1개, 사무소 1개, 현지법인 1개), 전북은행(현지법인 1개) 등 3개 은행에 몰려 있다.
또한 지방은행들의 진출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은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로 국한돼 있기도 하다. 아시아 신흥국의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남아지역은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경제규모가 작고, 대외의존도가 높아 경기변동성이 크게 나타나는 등 거시경제안정성 측면에서 다소 취약한 수준으로 평가 받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신흥국들이 중국과의 무역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보유한 점을 감안할 때,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 및 중국경제의 경착륙 가능성 등 거시경제 여건 측면에서 리스크요인이 상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NICE신용평가는 해외점포의 사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진출국의 경기여건 및 환율 변동 등에 따라 국내은행들의 자본적정성 지표의 변동성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채명석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한국 대비로는 신용등급이 열위한 상황이며 해당 국가들의 거시경제 안정성이 다소 취약한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저하에 따른 신용위험 확대 및 통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자본적정성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주요 진출국인 아시아 신흥국에서 차주들의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열위한 마이크로파이낸스사, 저축은행과 같은 비은행 금융회사 형태로의 진출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어 실적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구혜린 기자 hrgu@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