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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들, 뜨거운 지략대결 ‘한판승부’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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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1-03-13 19:34

5명 중 4명, 행원에서부터 CEO까지 오른 내부출신으로 기용
용장(勇將) vs 지장(智將) vs 덕장(德將) 3색 경영스타일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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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커들, 뜨거운 지략대결 ‘한판승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금융지주사의 외형 판도는 3강 1중에서 4강 체제로 재편되며 우열을 가리기 힘든 4강 체제로 전환됐다. 명실상부한 4강 체제 확립으로 선두은행간 영업경쟁이 시작됐지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대해 적극적인 영업과 상품경쟁력을 앞세워 개인고객과 대출시장을 공략하며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기업은행까지 합세하면서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전투를 예고하게 됐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 대전(大戰)을 앞두고 은행의 사령탑이 모두 교체되어 새 진영이 꾸려졌다는 것. 지난해 민병덕 국민은행장의 취임을 시작으로 경영진 내분으로 홍역을 치렀던 신한은행도 서진원 행장을 새롭게 맞이했다.

기업은행도 사상 첫 공채 출신인 조준희 행장과 외환은행의 차기 행장으로 윤용로 전 기업은행장이 내정되는 등 3월말 임기가 만료되는 김정태닫기김정태기사 모아보기 하나은행장만이 연임되면서 5대 은행의 사령탑 가운데 4명이 교체됐다. 전쟁에서 승리하는 지름길은 전략과 전술에 달려있다. 과연 5명의 은행 사령탑들은 어떤 지략과 전술을 가지고 승부대결을 벌릴지 어느때 보다 대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내부출신’ 인사 전성시대

이번 은행장들의 공통점은 행원에서부터 최고경영자(CEO)자리까지 오른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지난해 7월 4대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민 행장은 1981년에 국민은행 행원으로 입행해 30년 만에 국내 최고 은행의 수장에 올랐다. 2001년 구 국민은행과 구 주택은행간 통합 후 내부 첫 출신행장이기도 하다.

국민은행은 “민 행장은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업무에 있어서는 강한 추진력을 갖춘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으로 꼽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1대 통합 국민은행 초대 행장이었던 김정태 전 행장은 증권사 출신, 전임 행장인 강정원 전 행장은 외국계 은행출신이었던 만큼 국민은행의 강점과 약점을 두루 체득할 수 없었던 반면 민 행장은 30년간의 은행 생활로 두 가지를 모두 파악할 수 있어 2만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을 하나로 모으고 조직 영업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적임자로 꼽힌다.

조 행장도 30년 만에 공채 출신으로 최초로 은행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통상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장은 차관급 관료가 내려왔던 만큼 기업은행 임직원들로서는 결코 오를 수 없는 ‘진입장벽’이었지만 내부 출신으로 첫 행장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어 의미가 깊다. 조 행장에겐 ‘1등 제조기’라는 별칭이 따라 다닌다. 무역센터 지점장 재직 시, 전 금융기관 최우수 예금실적 거양으로 저축의 날 산업포장을 받았고, 경인지역본부장이 되어서는 중위권에 머물던 지역본부를 단 1년 만에 경영평가 1위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서 행장도 지난해 ‘라응찬-신상훈-이백순’ 경영진 간 소송공방으로 불거진 신한 사태를 수습하고 조직의 안정화를 위해 선임된 구원투수다. 전날까지만 해도 차기 행장 후보로 이휴원 신한금융투자 사장과 위성호닫기위성호기사 모아보기 신한금융 부사장, 최방길 신한BNPP자산운용 대표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던 상황이었지만 예상을 깬 결과였다.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은행 창립멤버로 누구보다 인정받고 사태 주도 논란에서 벗어나 있어 부담이 적었다는 평가다.

김정태 행장 역시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함께 하나은행 신화를 이끌어 온 인물이다. 은행장 취임 이후 ‘한국의 HSBC(하나·서울·보람·충청은행의 영문 머리글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하나은행 조직을 격의 없는 의사소통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 행장은 1년간 연임되며 자리를 보존하게 됐다.

윤 내정자는 행정고시(21회)에 합격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민간 금융기관의 간택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금융이 표면적으로 제시하는 윤 내정자 선임 배경은 김 회장이 제시한 외환은행장 자질론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김 회장이 차기 외환은행장 자질로 내세운 영어 구사능력과, 금융산업에 대한 식견, 60세 미만의 젊은 나이 등 3가지 요건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은 이번 인사에 대해 그리 놀랄 일이 아니라는 반응이다. 은행 관계자는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은행 안살림을 총괄하며 기업은행이 내실 있게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으로 윤 후보의 경영관리능력은 이미 검증됨 셈”이라고 말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재무부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을 두루 거쳤던 만큼 금융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상당부분 작용했다는 평가다.

◇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DNA

곧 펼쳐질 리딩뱅크 경쟁에서 행장들의 스타일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영업이라는 수식어가 잘어울리는 대표적 은행장으로 민병덕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민 행장과 김 행장은 전형적인 영업통 출신으로 용장(勇將)에 가깝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민 행장은 상대방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덕장의 면모가 묻어 나오지만 한번 결정하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30년간 대부분의 시간을 영업현장에서 직접 뛰어다니며 현장 하나하나 챙기는 열정과 승부욕을 갖춘 야전사령관의 모습이 강하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효율성 강화를 위해 본부조직을 줄이고 적자점포를 통폐합해 비용을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까지 6개 본부와 9개 부서를 축소하고 3200명의 대규모 희망퇴직 단행으로 비만증에 걸린 국민은행을 슬림화시킨 무서운 결단력을 보여줬다.

김 행장 역시 영업을 통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대표적인 CEO다. 지난 1991년 하나은행 창립멤버로 영업부문 중심에서 영업력 확대에 기여하고 수차례 조직내 갈등을 봉합해 온 지휘자형 리더쉽까지 보여줬다. 그는 스스로도 “영업의 달인”이라고 공언할 정도다.

조 행장도 취임전까지는 기준과 원칙, 인화와 단결을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원칙주의자이자 덕장(德將) 스타일로 꼽혔지만 이제는 용장(勇將)으로 통한다. 그는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는 기업은행이 100년 은행을 향해 힘차게 전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뒤 “책상에 앉아 서류만 뒤적여서는 중소기업을 제대로 볼 수 없다”며 현장 경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윤 내정자는 조용한 리더십과 내부소통 능력을 강점으로 덕장(德將) 스타일로 정평이 나있다. 기업은행장 재직시절 금융권이 부실공포에 휩싸여 중소기업의 돈줄을 조일 때 기업은행은 오히려 대출을 늘려 든든한 우산 역할은 물론 임직원이나 고객과의 소통을 위해 트위터나 메신저 같은 새로운 비대면 도구도 적극 활용한다. 은행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트위터(twitter.com/yryun)를 시작한 윤 내정자는 트위터를 활용하는 임직원들에게 직접 말을 걸어 격려하고 행내 메신저를 통해서도 직원들의 질문에 직접 대답을 해주며 유대관계를 쌓아왔다.

서 행장도 신한생명 사장 시절 위기극복 능력과 추진력으로 보면 용장의 모습이 강하지만, 일을 풀어가는 방식에서는 철저한 지장(智將) 모습 또한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과거 인력개발실장을 지낼 때 열정, 팀워크, 주인정신 등 신한문화 전파에 앞장섰으며 2006년 신한지주 부사장 때는 LG카드 인수업무를 진두지휘하며 인수를 성사 시켜 역량을 인정받았다. 2007년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으로 취임하고 나서는 당시 9위였던 신한생명의 시장점유율을 4위로 끌어올렸고 당기순이익도 60% 이상 신장시켰다.

◇ 과제와 한계 해결이 승패좌우

은행들이 올해에는 모두 ‘1등은행’으로 도약한다는 각오다. 그러나 저마다 취약점을 가진 것도 현실이다. 각 은행별로 갖고 있는 과제와 한계들을 얼마나 해결할 수 있을지가 대전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민 행장은 영업력 강화라는 자신이 맡은 역할을 얼마나 해내느냐가 가장 큰 과제다. 민 행장은 가계영업에 치우친 과거의 성공 방식과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영업 포트폴리오 개선과 상대적으로 미흡했던 기업금융과 투자은행(IB), 외환부문 등의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또 무너진 리딩뱅크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한국 은행 산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 임직원들로서는 ‘공채 출신 첫 행장’이라는 타이틀로 내부의 기대가 매우 크다. 그가 취임 일성으로 내건 것은 내실경영이다. “먼저 불필요한 캠페인과 프로모션 자제와 함께 신의와 정직을 바탕으로 한 정도경영의 길을 걷겠다”며 이는 윤용로 전 행장시절에 이룬 양적인 성장과 도약의 경영방침과는 기조를 달리하는 것이다.

또한 비관료 출신인만큼 정부와 국회 등 유관기관들과의 관계를 매끄럽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행장은 경북 상주 출신으로 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기업은행 특성상 관(官)과의 관계를 얼마나 형성하느냐에 따라 은행의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 행장에게는 분열됐던 조직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올해 은행권 판도 변화에 따라 치열해질 경쟁에도 대비해야 한다. 당장 영업망 정비를 통한 재도약에 힘써야 하고 한동우 신임 신한지주 회장을 보필해 최고 금융그룹의 명성을 되살리는 것도 그의 몫이다. 신한금융이 이번 내분사태 때 정부와 금융당국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은 만큼 정부, 이들과의 관계 정립도 과제다.

외환은행이 하나금융의 계열사로 편입되며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은 두 은행간의 시너지 효과를 어떻게 창출해 내느냐가 핵심이다. 하나은행 김 행장은 일단 가계부문, 자산관리, 영업 등 하나은행이 주력해 온 분야와 환전·송금 서비스 등 외환은행의 강점을 연계해 서비스의 질(質)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

오는 28일 하나금융 주주총회에서 윤 내정자가 정식 선임되면 1차적인 과제로 외환은행 노조와의 갈등을 원만하게 봉합시키는 일이다. 윤 내정자도 직원들의 거침없는 반감이 부담된 듯 지인들에게 많은 조언을 구하는 등 결정에 많은 고심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노조와의 갈등 등 내부통합 작업의 성공여부가 윤 내정자의 리더십 첫 시험대가 되는 것은 물론 지난 3년간 기업은행을 이끌어오면서 쌓아온 그간의 좋은 평가가 깍아내려질 수 있어 본인에게는 매우 중요한 결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풍부한 해외 네트워크 등 외환은행의 강점을 살리면서 소매금융에 강한 하나은행과 시너지 효과 창출 등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의 계열사로 안착시키는 것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되는 것은 물론 금융계 지각변동이 시작되는 만큼 누가 먼저 앞선 행동으로 기선을 제압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 민병덕 국민은행장

출생년도 : 1954년생(57세)

출 생 지 : 충청남도 천안

출신학교 : 대전보문고, 동국대 경영학과 졸업

주요경력 : △국민은행 남부영업지원본부 본부장 △국민은행 영업그룹 부행장 △국민은행 개인영업그룹 부행장 △국민은행장(2010년 7월~)

스 타 일 : 영업추진력 승부욕 있는 용장(勇將)



- 서진원 신한은행장

출생년도 : 1951년생(60세)

출 생 지 : 경상북도 영천

출신학교 : 대구 계성고, 고려대 사학과 졸업

주요경력 : △신한은행 영업추진본부장 △신한은행 부행장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신한생명 대표이사 사장 △신한은행장

스 타 일 : 전략기획에 강하고 원칙 중시하는 지장(智將)



- 김정태 하나은행장

출생년도 : 1952년생(59세)

출 생 지 : 경상남도 부산

출신학교 : 경남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주요경력 : △ 하나은행 중소기업부장 △가계고객사업본부장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대표이사 사장 △하나은행장(2008년 3월~)

스 타 일 : 영업력과 조직장악력 뛰어난 용장(勇將)



- 조준희 기업은행장

출생년도 : 1954년(57세)

출 생 지 : 경상북도 상주

출신학교 : 상주고, 한국외대 중국어과 졸업

주요경력 : △기업은행 동경지점장 △경인지역부 본부장 △종합금융 본부장 △개인금융 본부장 △전무이사(수석부행장) △현 기업은행장(2010년 12월~)

스 타 일 : 강직하고 추진력 뛰어난 용장(勇將)



- 윤용로 외환은행장 내정자

출생년도 : 1955년(56세)

출 생 지 : 충청남도 예산

출신학교 : 중앙고, 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주요경력 : △ 21회 행정고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 과장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기업은행장

스 타 일 : 화합과 조직안정에 강한 덕장(德將)



김성희 기자 bob282@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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