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이달중에 첫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일임형 랩어카운트(Wrap Account)가 증권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는 것은 물론 종래 일반인들에 부정적으로 비쳐졌던 업계 이미지를 개선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종래 증권사 영업 패턴은 성과에 대한 증권사의 책임 부재, 양과 질 면에서 변별력을 찾기 어려운 자료 양산 등으로 투자자가 거래하는 증권회사의 진정한 투자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었다.
하지만 일임형 랩어카운트가 시행되면 증권회사가 단순한 조언자 수준을 넘어 고객의 자산관리자로서 고객과의 관계가 분명해지기 때문에 이 성과는 증권사의 명성과 직결되게 된다.
따라서 일임형랩은 증권회사들간에 진정한 투자실력을 구분할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리서치 자료의 책임성을 높이는 간접적인 순기능도 가질 것으로 판단된다.
사실 증권사 일임형 랩어카운트는 세간의 관심과는 달리 이를 시행하려는 증권사 당사자들에게조차 초기시장의 수익성이 의문시 돼 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 시장이 막상 열린다 하더라도 신규 고객 창출은 어렵고 기존 자문형 랩어카운트 고객들이 이동하는 수준에 머물 것이란 게 대다수 증권사 관련 담당자들의 견해다.
특히 논란의 대상이 됐던 일임형랩에 대한 포괄주문제 허용여부가 불허로 결론이 나자 증권업계는 이 상품이 시장성을 가지기는 어렵게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처음으로 도입되는 증권사 일임형랩은 단순히 상품의 시장성을 따지는 수준에 머물 것이 아니라 향후 이것이 증권업계에 가져다 줄 새로운 바람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우증권 이기헌 자산운용팀장은 “단순히 상품으로만 인식하고 시장성만을 논한다면 이를 시행할 필요가 없다”며 “하지만 일임형랩이 성공할 경우 이 분야가 장기적으로 증권사의 수익원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증권영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증권사의 경쟁력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일임형랩이 증권투자문화를 바꾸는 또다른 측면은 증권회사 영업직원의 마인드 변화와 이들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생길 것이란 점이다.
종래 영화 등 매체를 통해 비춰지는 증권맨의 모습은 자신의 성과급을 위해 고객계좌를 무리하게 회전시키고, 작전에 개입하는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이는 다분히 증권사 영업직원과 고객간에 이해가 상충하는 면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임형랩은 고객과 증권사 직원의 이해가 합치함에 따라 고객의 수익이 직원의 성과로 이어져 고객의 수익을 최우선시하는 풍토가 생겨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 대형증권사들이 이와 비슷한 제도를 시도하고 있지만 브로커리지의 본질상 쉽지 않은 형국이다.
따라서 고객 랩 계좌를 관리해주는 전문매니저는 은행PB 이상으로 자산관리전문가로서 사회적 명성과 선망의 대상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미국 등 금융선진국에서는 일임형 랩어카운트를 관리하는 증권사 전문매니저가 후일 엄청난 금융계 거물로 성장한 예를 드물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워렌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 등 이름만 들어도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한 유명인사들이 전문매니저 출신이란 것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이와 관련 대우증권 등 일부 대형증권사는 일임형랩을 운용할 전문매니저를 육성하기 위한 각종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중에 있으며, 이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거워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