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 구조재편 문제가 서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자산운용업법 시행, 퇴직연금제 도입 등 자산운용시장의 일대 변혁을 몰고 올 사건들을 목전에 둔 상태에서 아무런 대비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
투신업계는 대형화나 전문분야에 대한 특화 전략이 서 있지 않으면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 합병 등 생존을 위한 다각적인 모색을 하고 있다.
1일 투신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한지주 계열의 두 투신운용사를 합치기 위한 사전작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투증권도 현투문제가 10월중에 마무리되는 대로 곧 푸르덴셜에 본격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본금 100억이 안되는 자산운용사들을 중심으로 매물이 쏟아지고 있으며, 또한 부동산, 선박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전문운용사의 출현도 초읽기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이러한 움직임중에 가장 빠른 진전을 보이는 곳은 조흥투신과 신한BNP파리바투신. 신한지주는 최근 양 투신운용사를 합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 떠도는 소문으로는 조흥은행의 인수로 지주사내에 두개 운용사를 가지게 된 신한지주가 비록 수탁고는 조흥투신보다 많지만 상대적으로 리테일이 약한 신한BNP파리바투신을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는 추측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매각을 고려한 것은 신한BNP파리바투신이 아니라 조흥투신이었으며, 실제로 원매자를 수소문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국내 투신업계의 전반적 침체와 아울러 내년에도 이러한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들이 팽배하면서 조흥투신의 원매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신한지주가 양 투신을 합치기로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 따른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양 투신을 합치기 위한 사전작업으로 신한지주는 조흥투신의 자산가치를 자체 평가해 제출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이 끝나고 나면 신한지주는 곧 조흥투신에 대한 실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양 투신의 수탁고를 합치면 거의 10조원에 육박하게 된다.
빠르면 이달 중에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는 현투 매각문제도 투신권 구조 재편에 큰 변수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현투가 푸르덴셜로 순조롭게 매각되고 나면 남은 수순은 제투의 합세라는 게 투신권의 중론이다.
푸르덴셜이 제투를 버리고 현투만을 가져갈 것이란 견해도 있지만 이미 푸르덴셜과 제투간에 맺어졌던 투자 약정의 강제성, 현재까지 5000억원 이상의 푸르덴셜 상품을 판매하는 등 제투가 기대 이상의 마케팅력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제투를 버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CJ그룹이 제투 매각에 대한 방침을 확고히 굳히고 매각 가격에 대해서도 유연한 자세로 돌아선 것도 푸르덴셜의 부담을 덜어주는 대목이다.
푸르덴셜 입장에서 볼 때 최근 분위기는 하나 가격에 두개를 먹는 아주 해피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투신업계에는 수탁고가 26조에 육박하는 메머드급 투신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기존 대형투신사들의 향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의 시행으로 내년부터 본격 허용되는 실물펀드에 대비해 전문운용사를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특히 법 시행 초기 가장 주목을 끌게 될 부동산펀드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진도가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부동산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은 이미 오래전부터 부동산전문운용사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 관계자 “아직 회사가 설립되기도 전에 부동산펀드 운용 아웃소싱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는 등 이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지대하다”고 말했다.
국내 두번째 선박운용회사의 탄생도 목전에 와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는 얼라이드 써밋이란 투자회사는 한국선박운용에 이어 국내 두 번째 선박운용회사가 되는 ‘얼라이드써미트(Allied Summ it) 선박운용’의 설립 인가 신청을 이번주 중에 해양수산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선박투자회사법이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로 상품이 아직 한번도 출시된 적이 없긴 하지만 또 하나의 선박운용회사 출현으로 이 시장에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배장호 기자 codablu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