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매각을 둘러싼 금감위와 뉴브리지 협상은 양측의 견해차가 심해 결렬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으나 정부가 지난해 초 투입한 1조5천억원외에 추가로 제일은행에 5조3천억원을 투입키로 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과의 정치적 관계 등을 고려, 협상을 서둔 결과 지난해말 MOU 체결이후 6개월만에 극적 합의에 이르게 됐다.
제일은행 매각합의에 따른 공식 발표는 지난 1일부터 계속 미뤄져 3일에도 합의문을 발표하지 못한채 5일경으로 미뤄졌지만 양측이 큰 원칙에는 합의함으로써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 등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금융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뉴브리지와 금감위의 합의문 발표가 계속 미뤄진 것은 양측 변호사들의 의견 조율을 통한 합의문 작성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몇가지 세부 사항에서 합의가 쉽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 금감위 주변에서는 제일은행을 매각하면서 영업권 프리미엄으로 우리정부가 받기로 했던 정부보유지분의 11%에 상당하는 신주인수권리(Warrant) 문제와 향후 분쟁이 생길 경우 준거법을 어디로 할 것이냐를 놓고 양측의 심한 이견을 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일 하오 현재까지 공식적인 합의문 발표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평가가 이르긴 하지만 금감위 대변인등이 기자들에게 밝힌 내용들이 사실이라면 우리입장에서는 적어도 1조원 이상의 국민혈세를 절약한 대단히 성공적인 딜로 평가받아 마땅하다는 것이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금감위가 비공식적으로 기자들에게 공개한 제일은행 매각에 따른 앙측 합의사항은 대략 다음 몇가지로 요약된다. 우리정부와 예금보험공사가 갖고있는 제일은행 지분 51%를 주당 5천원에 6억달러를 받고 뉴브리지에 넘기되, 풋백옵션 기간은 2년으로 하고 1년동안 발생한 추가부실은 우리정부가 1백% 책임지고 나머지 1년간 생긴 추가 부실에 대해서는 양측이 로스세어링을 한다는 것이다.
또다른 쟁점 사항이었던 제일은행 자산가치 평가와 관련해서는 MOU에서 합의한 대로 시가평가방식(MTM)을 택하되 고정이하 부실여신을 제외한 정상 요주의 워크아웃여신을 전액 뉴브리지가 인수하고 장부가의 96%수준으로 평가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경우 뉴브리지가 인수하게 되는 총여신은 지난해말 기준 14조9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금감위와 뉴브리지는 제일은행의 고정이하 불건전 여신에 대해서는 성업공사에 전액 넘기기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이밖에도 금감위와 뉴브리지는 대우그룹을 포함한 제일은행 기존 거래기업들에 대해서는 여신 지원을 계속하며 대우그룹의 주채권 은행도 계속 맡기로 했다는 것. 또 제일은행이 앞으로 뉴브리지가 기대하는 이상의 초과이익을 낼 경우 우리정부와 이익을 배분하는 프라핏세어링(Profit Sharing)도 약속했다는 것이 정부당국자들으 주장이다.
금감위 주장대로 이같은 합의내용이 사실이라면 매우 성공적인 딜로 평가받을 수 있다. 단적으로 서울은행 매각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HSBC은행 관계자는 이같은 협상결과가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뉴브리지측이 무슨 이유로 이처럼 대폭 양보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바보같은 행동을 했다"는 평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7조원에 가까운 공적 자금투입으로 국내 은행중 가장 건전한 은행이 된 제일은행을 겨우 6억달러에 넘기고 2년간의 풋백옵션을 허용한 것은 헐값 매각이며 지금까지 외자를 유치한 외환 국민은행 등의 지분매각 조건에 비해서도 매우 불리한 조건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으나 이는 한쪽만을 본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내 금융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국내 금융전문가들이 제일은행 매각을 성공적인 딜로 평가하는 것은 우선 제일은행 자산에 대해 시가평가 하기로 합의하고서도 총 4조원에 이르는 워크아웃 여신을 포함한 정상, 요주의 여신에 대해 장부가의 96%수준으로 평가하기로 한 점을 높이 사고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이 내부적으로는 워크아웃 여신에 대해서는 고정이하로, 정상인 대우그룹 여신에 대해서는 요주의 정도로 평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워크아웃여신을 포함한 정상 및 요주의여신에 대해 장부가의 96%수준으로 평가받은 것은 대단한 성과라는 중론이다. 여기에다 한국경제 회복을 아직도 완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풋백옵션 기간을 3~5년이 아닌 2년으로 하고 2년째 발생하는 부실에 대해서는 양측이 손실을 분담하기로 한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여기에다 제일은행 해외매각 성사로 얻게되는 대외신인도 제고나 국내 은행산업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등 `과외소득`까지 감안하면 이번 제일은행 매각협상은 수많은 제약조건하에서 최상의 솔루션을 찾은 딜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것. 이같은 결과는 우리경제의 호전등 주변여건이 좋아진 요인 외에 금감위 구조개혁기획단 실무자들의 피나는 투쟁의 결실로 봐야할 것같다.
박종면 기자 myun@kf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