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훈학 SSG닷컴 대표이사
한때 기업가치 10조 원까지 평가받은 것을 고려하면 그보단 대폭 낮아졌지만 3조 원도 현실과 간극이 크다는 의아함이 잇따른다.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데다 이번 투자자 유치도 급한 불 끄기에 지나지 않아서다. 올해 6월 새롭게 선임된 최훈학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여전히 치열한 이커머스 경쟁 속에서 흑자전환이라는 중요한 해결과제를 안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와 신세계는 지난달 14일 SSG닷컴의 새 재무적 투자자(FI)인 ‘올림푸스제일차’와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올림푸스제일차’는 KDB산업은행과 신한은행, NH투자증권 등 은행권 6곳과 증권사 4곳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이들은 기존 FI가 보유한 SSG닷컴 지분 30%를 인수했다.
주주 간 계약금액은 1조1500억 원이다. 기존 FI였던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BRV캐피탈은 원금 1조 원에 1500억 원의 이자를 챙겼다. 사실상 원금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성공적인 투자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평이 나온다.
새로운 투자자인 올림푸스제일차가 자금 회수를 하기 위해서는 SSG닷컴이 수익성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야만 한다. 다만 시장의 상황이 긍정적이진 않다. 이커머스 호황기 때와 달리 성장이 정체돼 있고, 시장의 거품도 빠졌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이 네이버와 쿠팡의 2강구도로 형성되면서 다른 이커머스가 빛을 발하기가 만만치 않게 됐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최훈학 대표의 승부수가 필요하다. 최 대표는 올해 6월 정용진닫기정용진기사 모아보기 회장의 수시인사를 통해 SSG닷컴의 수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신세계에서만 25년 근무한 ‘신세계맨’으로 그룹 내에서는 마케팅 전문가로 통한다.
1972년생인 최 대표는 인성고등학교를 나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신세계에 입사해 2015년 이마트 마케팅팀장, 2017년 이마트 마케팅담당을 지냈다. 이후 2023년 SSG닷컴에서 영업본부장을 맡았다.
최 대표는 SSG닷컴의 키를 쥐자마자 조직슬림화 작업부터 진행했다.
기존 4개 본부(D/I, 영업, 마케팅, 지원) 체제를 2개 본부(D/I, 영업)로 줄였다. 마케팅본부를 영업본부로 통합했고, 7월에는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수익성 개선이 절실한 만큼 인력 효율화 작업부터 진행한 것으로 풀이된다.
SSG닷컴은 2019년 818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69억 원 ▲2021년 1079억 원 ▲2022년 1111억 원 ▲2023년 1030억 원 등 지난 5년간 45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올해 들어서도 3분기 누적 474억 원의 영업손실 상태다. 2019년 3월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SSG닷컴. 다만 최근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는 점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최 대표 선임 소식을 전하면서 “그로서리 및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영업본부장을 맡아온 최훈학 전무가 대표를 겸직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의 설명을 고려하면 조직슬림화로 경영효율화 작업을 한 최 대표의 다음 작업은 SSG닷컴의 그로서리와 물류 경쟁력 강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세계는 올해 6월 CJ그룹과 물류협약을 맺었다. 물류 시스템 고도화를 위한 것으로, SSG닷컴의 쓱배송과 새벽배송, 물류센터 등 시스템 운영의 상당 부분을 CJ대한통운이 맡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히 김포 NEO센터 두 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 단계적으로 이관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다.
이와 동시에 물류비용 절감 효과도 누린다.
SSG닷컴은 CJ대한통운의 배송 네트워크를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를 통해 물류 운영 원가를 상당 부분 절감할 수 있어서다.
그로서리부분은 이마트가 30여 년간 쌓아온 상품 선별과 소싱 역량을 기반으로 강화한다.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역량을 SSG닷컴에 반영해 특화 경쟁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또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SSG닷컴은 올해 7월 그로서리 특화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쓱배송 클럽’을 론칭, 세분화된 고객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마트에서만 약 25년간 근무하며 유통산업에 정통한 최 대표인 만큼 수익성 개선에 탄력을 받아 흑자전환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더 얹어 지급한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