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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철 10년’ 오리온의 신세계…‘3조 클럽’넘어 바이오까지

손원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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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24-1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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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

[한국금융신문 손원태 기자] 허인닫기허인기사 모아보기철 오리온 부회장이 취임한 지 꼬박 10년이 지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에 입사하기 전 신세계에서 그룹 핵심사업인 이마트 대표이사를 맡았던 인물이다.

신세계에서만 20년 넘게 몸담았던 허 부회장은 오리온에서도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시야를 해외로 넓혀 연 매출 3조 달성에 바짝 다가선 것. 허 부회장을 필두로 신세계그룹 출신 인사가 경영, 인사, 재무, 감사, 신사업 등 핵심 분야에서 오리온을 이끄는 모습이다.

2일 오리온에 따르면, 회사는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2조1440억 원)보다 4.6% 오른 2조2425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3520억 원) 대비 9.1% 상승한 3839억 원을 냈다. 이로써 3분기 누적 영업이익률은 16.4%에서 17.1%로, 17%대를 넘게 됐다.

통상 식품기업의 영업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내수 침체로 국내 식품기업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상황이라 17%대 영업이익률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다.

오리온의 호실적 배경으로는 초코파이, 꼬북칩 등 탄탄한 스테디셀러 제품들을 보유했다는 점과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로 활로를 넓혔다는 점이 꼽힌다.

실제로 오리온의 3분기 누적 해외 매출은 중국 9245억 원, 베트남 3383억 원, 러시아 1615억 원, 인도 1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국내 법인 수출액 620억 원을 합산하면 오리온이 3분기까지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은 대략 1조5022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오리온 전체 매출의 약 67%에 이른다. 오리온은 현재 해외 7곳에 법인을 두고 있다.

이 같은 성장의 일등공신이 허인철 부회장이다. 1960년생 허 부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후 1986년 삼성그룹에 입사했다.

그는 삼성물산 관리본부에서 경리 업무를 맡던 중 1997년 신세계가 삼성으로부터 계열 분리하면서 신세계로 자리를 옮겼다. 허 부회장은 신세계 경영지원실에서 경리팀장과 재경 및 관리담당 상무 등을 역임했다. 이후 2006년 신세계 경영지원실 부사장에 올랐으며, 2011년 신세계가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으로 계열 분리되는 과정도 이끌었다. 그는 신세계에서 경영전략실 사장과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 지난 2020년 10월 오리온홀딩스와 중국의 산둥루캉의약이 한·중 바이오 사업 합자계약 체결식을 한 모습. 왼쪽부터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펑신(彭新) 산동루캉의약 동사장. / 사진 = 오리온

▲ 지난 2020년 10월 오리온홀딩스와 중국의 산둥루캉의약이 한·중 바이오 사업 합자계약 체결식을 한 모습. 왼쪽부터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펑신(彭新) 산동루캉의약 동사장. / 사진 = 오리온



허 부회장이 오리온으로 넘어온 것은 2014년 7월이다. 오리온이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횡령 의혹으로 ‘오너 리스크’에 휘말린 무렵이다. 이후 담 회장 부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그 빈자리를 신세계에서 온 허 부회장이 채웠다. 2017년 오리온을 투자사업과 식품사업으로 인적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로 만든 허 부회장은 현재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로도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3월 네 번째 연임에 성공하면서 오리온을 10년째 지휘하고 있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의 사업영역을 다변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본업인 제과에서 해외로 보폭을 넓히는 동시에 신사업으로 바이오와 간편대용식, 건강기능식품을 키워나갔다.

간편대용식으로 시리얼 형태의 ‘마켓오 네이처’와 건강기능식품으로 단백질 제품의 ‘닥터유’가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마켓오 네이처의 ‘오!그래놀라’, 닥터유의 ‘면역수(생수)’와 ‘닥터유PRO(단백질 바)’ 등이 꼽힌다.

이들 브랜드는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할 만큼 시장에 안착했다. 다만, 올해에는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대비 2.4% 감소하는 등 다소 주춤한 상태다.

허 부회장은 올해 초 오리온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했다. 제약회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리가켐바이오)를 5500억 원에 사들인 것. 오리온은 리가켐바이오의 지분 25.7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오리온이 지난 2016년 ‘제주용암수’를 인수한 후 8년 만에 성사된 인수합병이다. 허 부회장은 리가켐바이오의 ADC(항체약물접합체) 기술로 신약 개발을 서두른다. 오리온을 글로벌 식품 바이오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려는 계획이다.

허 부회장과 함께 오리온은 지난해 2조9124억 원 매출을 달성, ‘3조 클럽’ 문턱을 지나고 있다. 허 부회장 취임 전인 2013년 매출은 2조4852억 원이었다. 이 기간 회사의 영업이익도 2595억 원에서 4924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오리온이 외형과 내실을 모두 잡으면서 신사업을 강하게 펼쳐나갈 수 있는 이유다.

오리온은 허 부회장을 비롯한 신세계그룹 출신 인사를 주요 임원으로 영입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오리온과 오리온홀딩스의 등기·미등기 임원은 28명이다.

이 중 허 부회장 사례처럼 신세계에서 온 인물이 8명이다. 구체적으로 오리온 박성규 부사장(오리온 지원본부장·오리온홀딩스 경영지원팀장)과 김형닫기김형기사 모아보기석 전무(오리온 신규사업팀장), 김석순 상무(오리온 인사팀장), 홍순상 상무(오리온 CSR팀장·오리온홀딩스 감사팀장), 김영훈 상무(오리온 경영팀장·오리온홀딩스 경영지원팀), 권오병 상무(오리온 영업2팀), 장혜진 상무(오리온 홍보팀)가 있다.

특히 박성규 부사장은 지난 2014년까지 신세계와 이마트에서 재무를 맡다가 이듬해 오리온에 합류했다. 업계에서는 박 부사장이 허 부회장의 오른팔로, 오리온의 재무제표를 탄탄하게 관리했다.

김형석 전무는 이마트에서 지난 2013년까지 마케팅으로 경력을 쌓았다. 오리온에서는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중차대한 임무를 받았다. 그는 오리온바이오로직스 대표직을 맡아 오리온 ‘오너 3세’ 담서원 상무와 호흡을 맞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석순 상무는 신세계그룹과 신세계푸드에서 인사를 담당했고, 홍순상 상무는 서울 강남고속터미널에 있는 신세계센트럴시티 지원 업무를 맡았다. 김영훈 상무는 신세계푸드에서 재무를 관리했고, 장혜진 상무는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했다. 신세계에서 온 이들 8명의 임원이 오리온에서 경영, 인사, 재무, 감사, 신사업 등을 책임지고 있다. 다만, 이들이 오리온 전체 임원의 약 30%에 이르는 만큼 기존 오리온 사람들과의 융화는 필수다.

오리온은 올해 초코파이 50주년을 맞아 패키지 리뉴얼을 단행했다. 또한,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은 꼬북칩을 미국과 호주에 이어 유럽으로도 판매망을 넓히는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최근 초콜릿의 주원료인 카카오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초코송이와 마켓오 브라우니 등 13개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또한 오리온의 탄탄대로와 무관하게 내수 침체가 장기화하는 현상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허 부회장은 오리온의 추가 M&A 가능성을 계속해서 시사했다. 올해 3분기 기준 지주사 오리온홀딩스의 현금성 자산은 3569억 원, 부채비율은 18.3%다. 재무 상황은 튼튼하다. 오리온의 충분한 자금 여력으로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오리온은 지난해 국내외 투자 규모가 1911억 원을 기록, 전년(1054억 원) 대비 2배 가까이 늘렸다.

허 부회장은 “중국, 베트남 등 가리지 않고 매물을 보고 있다”며 “오리온 사업과 관련해 좋은 기회가 있다면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했다.

손원태 한국금융신문 기자 tellme@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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