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에 등록된 리스할부금융사 50곳의 지난해 연간순이익은 2조5725억원으로 전년(3조4223억원) 대비 24.83%가량 줄어들었다.
이러한 실적 감소는 고금리 환경 속 자금 조달비용 증가와 캐피탈사의 자동차 금융에 대한 높은 의존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신전문금융업은 수신기능 없이 자금조달의 대부분이 금융기관 차입 및 회사채 발행을 통해 이뤄진다. 그러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됨에 따라 캐피탈사의 자금 조달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와 더불어, 경제 성장이 둔화됨에 따라 자동차와 기계 설비 등 산업 경기가 부진해 주된 수익원이었던 리스 부분의 성장성이 둔화된 영향도 있다.
국내 여신전문금융업은 자동차 관련 금융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자동차 내수시장 규모가 여신전문금융업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렌탈, 리스의 선호 증가와 같은 차량 소유의 인식 변화로 자동차 내수시장의 향후 성장성은 다소 제한적일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의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대수 기준 자동차 내수시장 성장률은 4.4%로 나타났다. 단순 성장률로만 보면 2020년의 4.7%와 비슷한 수준이나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급격히 판매대수가 줄어든 기저효과로 인한 성장률이다. 지난 2020년 내수판매대수는 161만1000대로 지난해 145만7000대에 비해 15만4000대 가량 많은 규모다.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0.6% 감소한 144만대로 나타났으며, 2022년에는 그보다 3.1% 줄어든 139만5000대에 그쳤다.
또한, 자동차 금융시장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캐피탈사의 새로운 수익원 창출은 필수적이다. 할부·리스사는 자본적정성 및 위험관리를 비롯한 여러 부문에서 감독당국이 정한 요건을 상시로 충족해야 하는 등 일정 수준의 사업 요건이 존재한다. 그러나 필수 요건이 타 금융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수준이다.
기존 자동차금융시장은 캐피탈업권이 주로 경쟁하는 시장이었으나, 최근 은행 및 카드사 등의 금융사가 새로이 시장에 유입돼 경쟁 강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다. 특히, 캐피탈과 달리 카드 결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을 받지 않아 대출받는 고객 입장에서 유리해, 캐피탈사의 경쟁력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일례로 신한카드는 결제시장에서의 수익 창출이 쉽지 않자, 비카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특히, 신한카드는 카드사 중 자동차금융 취급 규모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현대캐피탈로부터 장기렌터자산 5000억원을 인수했으며, 같은 해 10월에 신한캐피탈의 리테일 자산 9545억원을 양도받은 바 있다.
카드사뿐만 아니라 인터넷은행도 자동차대출시장에 진출하며 시장 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캐피탈사들은 새로운 먹거리 발굴을 위해 개인금융과 기업금융 등 신규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모습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지난 11월 발표한 ‘구조적 문제점, 돌파구 찾기: 캐피탈사 현황 점검과 대응방안’ 리포트에 따르면 캐피탈사의 포트폴리오가 물적금융 중심에서 기업/투자금융으로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리스할부금융사 50곳의 할부금융자산이 지난 2022년에서 2023년 9.73%가량 증가한 것과 달리, 신기술금융자산은 같은 기간 29.65%, 유가증권은 13.56%의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주택할부금융의 경우 2022년 말 791억2700만원에서 2023년 말 662억1400만원으로 16.32%가량 감소했다. 기계류할부금융도 같은 기간 4736억7500만원에서 10.86% 감소한 4222억4500만원으로 드러났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분석한 28개 사의 영업자산별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리스·할부금융자산 비중은 2013년 42%에서 올 상반기 33%로 축소됐다. 같은 기간 기업대출은 27.5%에서 38.2%로, 투자성 자산은 8.1%에서 16.8%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기업대출 확대는 팬데믹 당시 부동산 개발시장 활황과 함께 제2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취급이 증가함에 따라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캐피탈사의 대출채권 내 부동산PF 대출 비중은 2014년 7%에서 2022년 22%로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포트폴리오 변화는 자산규모별로 다소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리포트에 따르면 대형사는 기업대출, 투자성자산이 자산 성장을 견인했으나, 리스 등 기존 자산의 성장률도 고르게 나타나며 비교적 고른 포트폴리오를 유지했다. 반면, 중소형사의 경우 자금조달 측면에서 불리해 고위험·고수익 사업을 추구해 기존 리스·할부금융에서 부동산금융을 포함한 기업대출 및 투자성자산으로 영업을 확장한 모습이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은 “대형사는 대부분 금융지주 계열 혹은 제조업 기반 캡티브를 보유한 회사로, 금융계열사 간 협력 혹은 포트폴리오 조정으로 사업 최적화를 실시, 계열사 간 시너지 발휘가 유리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며 “중소형사의 경우 고위험 고수익성 자산 확대로 인해 유동성 확장 시기 수익 호조를 보였으나, 금리 상승 및 부동산 경기 둔화로 운용수익률 훼손 및 영업이 크게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형사 중 하나인 KB캐피탈의 사업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자동차, 기업, 가계 금융 등 다양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10월 발급한 KB캐피탈의 신용평가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자동차금융자산 비중은 총채권의 49.3% 수준을 차지했다.
KB캐피탈은 중장기 자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리테일의 경우 중고차·상용차·렌터카 중심으로 실적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업금융에서는 유동화, 인수 금융 등 비부동산 여신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에 따라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나가고 있다.
이에 올 3분기 말 기준 KB캐피탈의 운용 자산을 보면 리스자산이 23.09%, 할부자산이 18.33%, 대출자산이 48.35%로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신용등급 ‘A-’ 이하의 중소형 캐피탈사의 경우 다소 포트폴리오가 기업금융 및 투자자산에 치중돼 있다.
일례로, 엠캐피탈의 사업포트폴리오는 9월 말 기준 리스금융 22.3%, 할부금융 1.4%, 팩토링을 포함한 대출채권이 39.8%로 구성돼 있다. 특히, 투자금융은 36.5%로 기업금융과 투자자산 비중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동영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과거 대비 설비금융의 비중이 감소하고 기업금융·투자자산 비중이 증가했다”며 “과거 회사의 사업포트폴리오는 설비금융과 자동차금융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전방 산업경기 하강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설비금융 비중이 감소하고, 기업금융 및 투자자산의 비중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김다민 한국금융신문 기자 dmki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