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가 해외면세점 비효율 점포 철수,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제공=호텔롯데
2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지난 28일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를 열고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핵심 계열사 매각과 토지 자산 재평가가 주요 골자다.
호텔롯데는 부동산을 포함해 롯데건설, 롯데렌탈 등 다양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자산은 매각 후 기존 사업을 이어갈 수 있고, 유동성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으로 자산유동화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호텔롯데는 지방 호텔을 중심으로 약 6조 원 규모의 부동산 자산유동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롯데호텔 울산을 포함해 서울에 위치한 4성급 이하 비즈니스호텔로 L7과 롯데시티호텔 등 최소 3곳이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롯데와 부산호텔롯데 등이 경영권 지분 60.67%를 가진 롯데렌탈 매각 작업도 추진한다. 롯데렌탈은 국내 렌터카 시장 1위로, 알짜 기업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경영권 지분으로, 업계에서는 롯데렌탈의 시가총액 등을 감안했을 때 거래 규모가 최대 2조 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점포 효율화 차원에서는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를 검토 중이다. 면세점은 호텔롯데의 매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부로, 국내 면세사업자 중에서 가장 많은 해외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 일본, 미국, 베트남,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에서 총 12개 지점을 운영하는 롯데면세점은 비효율 점포 정리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설을 잠재우고, 시장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는 등 특단의 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호텔롯데도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에 다가오는 2025년에는 재무구조 개선과 그룹의 위기 진화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하는 만큼 호텔롯데의 경영진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정호석 호텔롯데 대표이사, 김동하 롯데면세점 대표이사, 권오상 롯데월드 대표이사(왼쪽부터). /사진제공=롯데그룹
이미지 확대보기롯데는 강력한 인적 쇄신을 통해 본격적인 경영체질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호텔롯데 대표이사에는 정호석 롯데지주 사업지원실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정 부사장은 롯데 그룹사의 전략 수립을 지원하고 경영 리스크를 관리해온 경영 전문가다. 호텔뿐만 아니라 롯데월드, 롯데면세점을 포함한 호텔롯데 법인을 총괄 관리하는 법인 이사회 의장을 맡아 사업부 간 통합 시너지를 높여나갈 방침이다. 또 호텔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위탁 운영 전략 본격화를 통해 리스크를 관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은 김동하 롯데지주 HR혁신실 기업문화팀장(상무)이 전무로 승진하면서 신임 대표이사로 발탁됐다. 김동하 전무의 역할도 특히 중요한 시점이다. 롯데면세점이 국내 면세사업자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위태로운 데다 면세업황 부진 장기화, 개별 여행객 증가, 인천공항 면세점 부재 등 여러 가지 불안요소가 있어서다. 호텔롯데에서 가장 큰 매출을 차지하는 만큼 체질 개선을 통한 실적 회복이 시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월드는 권오상 신규사업본부장(전무)이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권 전무는 1994년 롯데백화점으로 입사한 뒤 2013년부터 12년간 롯데월드의 전략·신사업·마케팅·개발 등을 책임져온 테마파크 전문가다. 최근에는 롯데월드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해 베트남과 동남아 현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기획, 추진했다. 롯데월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적임자라는 평이다.
롯데는 이번 인사와 관련,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고강도 쇄신을 통해 경영체질을 본질적으로 혁신하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겠다”며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슬기 한국금융신문 기자 seulgi@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