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7월 5일 오전 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건물에 마련된 사무실에 출근하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사진=한아란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22일 김 후보자는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글로벌 경제 여건이 완만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과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국내적으로는 고금리와 고물가가 상당 기간 지속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가계부채 등 금융시스템의 잠재적 리스크 요인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금융 리스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은 과도하게 부채에 의존하는 우리 금융구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내실화 등을 통해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이 말한 대로 최근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중이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한 달에만 5조3415억원 증가했다. 이는 2021년 7월의 6조2000억원 증가 이후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다.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견인했다. 6월에 3조7991억원 불면서 총잔액 555조951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기준금리가 인하될 예정인 데다 부동산 시장 회복 기대가 맞물리면서 대출 수요를 자극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올해 1월 초부터 6월 말까지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총 1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디딤돌·버팀목·보금자리론(주금공 미양도분) 등 정책성 대출 증가액은 9조7000억원이다. 금융위는 이와 관련해 "올해 공급 목표와 예상 증가분 범위 내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정책금융 규모가 지나치게 늘어나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취지의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기획재정부 1차관 때부터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책금융들이) 다 이유가 있는 정책들이라 줄이려고 노력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책금융 중) 중복되는 부분과 민간이 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서 연착륙시킬 방법을 챙겨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 후보자가 가계부채 관리를 통한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만큼 스트레스 DSR 도입만 아니라 전세대출을 DSR 규제 안으로 끌어오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까지 DSR에 전세대출이 포함되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에 갭투자가 가능했다"며 "결국 대출자가 상환 능력에 따라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DSR 취지가 무색해졌기 때문에 (김 후보자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 프로그램을 점검한 후, 이자를 제대로 내는 분들을 대상으로 더 지원할 방안이 있는지 찾아보겠다"고도 말했다. 김 후보자는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소상공인의 월평균 순수익은 218만원으로 최저 임금 수준밖에 안 된다"며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 "유념하겠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이 외에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함과 동시에 건전성 확보를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가 국민 편익의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확대, 예대 금리차 공시 강화 등 손에 잡히는 정책들도 지속적으로 발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제 정책에 대한 심판으로 지난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했다’고 지적하자 “전 세계 유례없는 고금리·고물가 상황 속에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그래도 잘 버텼지만, 국민 개개인의 삶에 있어선 어려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김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의 첫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1차관을 역임했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제10대 금융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이용우 한국금융신문 기자 lee@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