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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부실 막는 ‘124조 안전판’…금융안정계정 도입 재시동 [금융이슈 줌인]

한아란 기자

aran@

기사입력 : 2024-07-11 21:30

김현정 의원, 예금자보호법 개정안 대표발의
예금보험기금과 별도로 금융안정계정 설치
금융위, 금융사 지원 필요성 판단해 발동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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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부실 막는 ‘124조 안전판’…금융안정계정 도입 재시동 [금융이슈 줌인]이미지 확대보기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금융회사와 전체 금융시스템의 부실을 막는 안전장치인 ‘금융안정계정’ 설치 법안이 재발의됐다. 금융안정계정은 금융위기 상황에서 일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금융회사가 부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제도다. 금융당국과 예보가 지난 2022년부터 추진해왔지만 21대 국회에서 무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융회사가 부실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예금보험공사에 예금보험기금과 별도로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11일 밝혔다.
김 의원은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차단해 시스템 리스크를 예방하는 것이 주 내용”이라며 “금융시장이 급격하게 변해 다수 금융회사의 유동성이 경색되거나 자본 확충 등이 필요한 경우 자금 지원이 적기에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안정계정은 과거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운영했던 금융안정기금 등 긴급 자금지원제도를 상시화하는 것이다. 금융회사 부실을 방지하고 위기의 전염을 차단해 금융시스템 안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도입 취지다.

현재 예보는 은행과 보험, 금융투자, 종합금융, 저축은행 등 각 금융사로부터 재원을 받아 기금을 운영하고 있다. 현행대로라면 예보는 금융사가 파산한 이후 개입해 이 기금을 활용해 유동성을 공급하게 된다. 예금보험기금 지원과 공적자금 조성 등 모두 이미 부실이 발생하고 난 후에 지원이라는 점에서 금융위기 상황에서 부실에 민첩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금융사가 파산하기 전 기금을 활용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파산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스템 리스크 예방과 부실 처리 비용 최소화를 위해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2008년 위기 당시 재무부를 통한 자본확충 프로그램과 연방예금보험공사를 통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했다. 일본의 경우 2014년에 일본예금보험공사가 ‘위기대응계정’을 확대 개편해 정상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 지원기능을 추가했다. 유럽연합도 2014년 ‘예방적 공적 지원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에서는 금융위원회가 2022년 12월 금융안정계정 설치를 골자로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그해 상반기 중 조기가동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안정계정을 통해 금융회사에 대한 사전적·예방적 유동성 공급 및 자본 확충 지원 체계를 상설화함으로써 제도 도입만으로도 금융시장 및 산업에 대한 안정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여기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뱅크런 사태 등으로 국내에서도 금융안정계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금융안정계정 도입을 위해 국회를 설득해왔지만 야당 일각에서 신중론을 펼치면서 속도를 내지 못했다. 결국 금융안정 계정의 자금 지원 발동 결정 주체를 예금보험공사로 할지 금융위원회로 할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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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안정계정 도입은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의 주요 경영 과제이기도 하다. 유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사를 통해 “선제적 위기대응기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금융안정계정 도입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창립 28주년 기념사를 통해서는 “사전 부실 예방기능인 금융안정계정 도입 등 입법 과제의 차질 없는 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안정계정은 예금보험기금 내 별도 계정으로 설치·운용될 예정이다. 개정안은 예금자보호법 제24조의5를 신설해 예금보험기금에 금융안정계정을 설치하고, 예금보험기금의 각 계정 및 특별계정과 구분해 회계 처리하도록 했다. 자금 지원 주체는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금융위원회로 정하고 금융위원회가 금융제도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기획재정부장관, 한국은행 총재, 금융감독원장 등과 협의를 거쳐 예금보험공사에 금융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재원은 예금보험기금채권의 발행으로 조성한 자금, 예금보험기금 각 계정으로부터의 차입금, 금융회사로부터의 차입금 등으로 마련한다. 정부 출연, 정부보증 채권 발행 등은 재원 조달 방식에서 제외해 재정 부담 없이 운영한다. 금융당국과 예보는 금융안정계정이 도입되면 자금 지원 여력이 1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안정계정을 통한 자금 지원을 신청하는 금융회사는 금액과 용도, 기간, 자금 지원 외에 재무 상황을 개선하는 방안 등을 담은 자금상환계획을 작성해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해야 한다. 자금 지원을 받은 금융회사의 경우 반기별로 자금상환계획 이행 상황을 예금보험공사에 제출하고, 예금보험공사는 이를 예금보험위원회와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김현정 의원은 “우리나라도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금융회사 부실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예금보험공사에 금융안정계정을 신설하여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공동발의에는 김동아, 김승원, 김한규, 문진석, 박범계, 오세희, 정성호, 정준호, 정진욱, 최민희 의원이 동참했다.

한아란 한국금융신문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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