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nspalsh
이미지 확대보기전기차 사고로 배터리가 경미한 손상을 입었음에도 배터리 교체를 선택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전기차 도입 초기다 보니 배터리 파손 사례가 부족하고, 전문 수리 기술이 보편화되지 않아 부분 수리 후 화재 발생 등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 전체 교체로 폐배터리가 늘면서 환경 오염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기차 리튬이온배터리 생산은 납축전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9배, 광화학스모그, 오존층, 산성비, 부영양화 영양도 등도 5~1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연구원은 배터리 전체 교체는 소비자에게도 손해로 다가올 수 있다고 봤다. 현재 모든 보험회사는 자차 사고 시 배터리 교체 비용을 전액 보상하는 특별 약관을 도입했다. 특약에 가입한 고객은 배터리 파손에 대한 별도 부담금 비용이 없다.
특약에 가입하면 배터리 교체와 관련해 경제적 부담은 줄어들지만, 향후 전기차 시장 확대로 교체 건수가 늘어나면,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올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천지연 연구위원은 “실제로 지난해 배터리 교환 사고 중 83%가 하부 충격에 의한 차량 단독 사고였다”며 “기존 데이터가 있는 차량 사고 대비 배터리 손상 비율에 대한 예측이 어려워 예상치 못한 수리비(배터리 교체 시 약 2000만원 내외)의 발생은 적정 수준의 보험료 산정에 걸림돌로 작용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차종별로 배터리 규격이 상이하고, 고압 배터리 처리를 위한 인프라 부족하다. 또 기술력이 보편화되지 않아 내연기관 정비업체 보다 고가의 설비 투자 및 전기 관련 기술 습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전기차 도입 초기 시점에서 전기차 정비 가능 업체 확대를 위한 정부의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손상된 배터리를 수리하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통일된 배터리 수리 진단 기준을 마련하고, 전기차 수리 가능 업체 확대를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폐배터리 소재 재활용을 넘어 배터리 재활용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정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정부는 전기차 폐배터리 순환자원 지정,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 검토 등 재활용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반면, 해외의 경우 배터리 재활용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폐배터리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EU는 배터리 규제 일환으로 ‘배터리 여권’을 만들어 개별 배터리의 원료 출저·제조·탄소 인증·용도 등과 관련된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기록하고 이해관계자와 이력을 공유해 배터리 사용을 최적화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California Advanced Clean Cars Ⅱ’규제에 라벨 및 온라인 데이터를 통해 배터리 관련 모든 정보를 공유하도록 하는 요구사항을 포함시켰다. 중국은 재활용 규격, 등록, 회수, 포장, 운송, 해체 등 각 단계별 국가표준을 제정해 적용했다.
현재 전기차 배터리가 제조사별로 상이하다 보니 통일된 진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배터리 순환구조에 전기차 및 배터리 제조사의 역할이 중요해 잔존물 배터리 처리와 관련해선 이들과의 협업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천지연 연구원은 “보험회사들이 배터리 잔존가치 평가 및 판매 가능한 안정적인 판매 채널 확보를 통해 잔존물 배터리에 대한 보험 처리 비용 감소와 처리 비용 예측의 정확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일부 제조사에 집중되는 독과점 문제에 대한 우려도 표했다. 천 연구원은 “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전기차 또는 배터리 제조사 등 일부 기업에 집중될 경우 독과점 문제가 나타날 수 있어 다양하고 안정적인 판매 채널을 확보해 사고처리 비용을 줄이고, 예측 정확성을 향상해 적정한 보험료 산정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기자 ek7869@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