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우려 외에도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 중국 A주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 편입 완료,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주식 블록딜 소식 등이 이날 코스피에 악재로 작용했다. 당분간 코스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96%(48.22포인트) 하락한 2409.03포인트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4일(2408.06) 이후 약 2개월 만에 최저치다. 하락률은 3월23일(-3.18%) 이후 가장 크다.
이날 코스피는 0.42%(10.44포인트) 내린 2446.81에 장을 출발해 점점 낙폭을 키웠다. 오후 2시35분께 잠시 2400선을 내주기도 했다. 장중 코스피 2400선이 붕괴된 건 지난 3월26일(2399.44)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외국인이 6606억원, 기관이 4295억원을 각각 팔아 치운 반면 개인은 1조83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순매도 상위 종목은 삼성전자(455만4500주, 2269억원), LG화학(11만7900주, 392억원), 셀트리온(13만6100주, 361억원), 삼성전자우(84만5100주, 335억원), SK이노베이션(16만1800주, 324만2100주) 등이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1만6077계약을 순매도하면서 2012년 6월22일 이후 최대 매도량을 기록했다.
기관 순매도 상위 종목에는 KODEX 레버리지(1293만2000주, 2063억원), 삼성전자(370만3000주, 1856억원), LG화학(6만1100주, 202억원), 삼성물산(15만8600주, 198억원), KODEX 코스닥150선물(320만1200주, 196억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시가총액 상위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삼성전자(-3.51%)는 4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치면서 7거래일 만에 다시 종가 5만원선을 내줬다. 셀트리온(-0.37%), 현대차(-1.79%), POSCO(-2.01%), 삼성바이오로직스(-1.73%), 삼성물산(-2.72%), LG화학(-3.78%), KB금융(-4.03%), 한국전력(-2.03%) 등도 일제히 주가가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 급락을 이끈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는 건 이탈리아발 유로존 불안이다.
이탈리아에선 현재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반 EU파’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동맹’은 연정을 구성해 주세페 콘테를 총리로 지명했다. 그러나 ‘친 EU파’인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은 콘테 총리 지명자가 구성한 내각에 파올로 사보나 전 산업부 장관이 경제장관으로서 포함된 점에 불만을 품고 내각거부권을 행사했다. 사보나 전 장관은 대표적인 유로존 반대파다.
콘테 총리 지명자는 총리 후보 사퇴로 응수했고 오성운동-동맹 연정은 조기총선으로 국민의 뜻을 묻자며 대통령 탄핵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르면 올 7월 말 조기 총선이 이뤄질 수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반 EU파가 이탈리아에서 더 득세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며 “그리스 사례를 경험한 투자자들은 실제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더라도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영국이 EU를 탈퇴할 예정인 데다 이탈리아까지 EU를 나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유로존 관련 불확실성이 국내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유로존 탈퇴 이슈 외에도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추가로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부각된 점이 국내 증시에 악재로 작용했다.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완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1조원 규모를 블록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코스피 압박에 일조했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존 불확실성 외에도 미중 무역갈등 재부각, 중국 A주의 MSCI 신흥국지수 편입 완료 등이 국내 증시에 악영향을 줬다”며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1조원 규모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IT업종 지수 하락을 이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노 연구원은 “MSCI 신흥국지수 리밸런싱이 오는 31일 종료됨에 따라 외국인 액티브 자금 일부는 이미 빠져나갔을 것으로 보인다”며 “패시브 자금 유출은 다음달부터 한동안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정 기자 sujk@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