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과정에서 삼성SDS가 금융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능력의 한계를 명확하게 드러내긴 했지만 신정보시스템의 경우 짧은 기간동안 ‘뱅스’ 플랫폼으로 모든 아키텍쳐를 통합한 의미있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최종적인 평가는 실제 가동후 유저평가에 의해 이루어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개발작업을 대체로 원만하게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이 삼성SDS와의 재계약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신정보시스템의 성공여부보다는 핵심업무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서 비롯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애초 개발과 운영을 아우르는 토털 아웃소싱을 계획했던 산업은행이 최초 의도와는 달리 아웃소싱 계약범위를 개발부문으로 축소했음에도 불구하고 SDS에 대한 의존도가 제어하기 힘들 정도로 커져버린 것.
반면 최근 산업은행은 핵심업무에 대한 주도권은 계속 유지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산업은행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산업은행 인력만으로 신정보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삼성SDS 혹은 제3의 업체와 재계약을 맺는 3가지 방안이 있다.
산업은행이 독자적으로 혹은 제 3의 업체와 운영하는 방안은 가능성은 있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뱅스’패키지가 상대적으로 벤더 의존도가 낮아 단기간에 운영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산업은행이 삼성SDS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50여명 수준인 전산 실무인력을 단시일 내에 대폭 늘리기도 어렵고 1년여의 개발기간동안 서로의 속사정을 너무 잘 알게 된 것도 삼성SDS를 배제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신정보시스템 개발기간 동안 기술이전이나 노하우 전수도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의 선택은 삼성SDS와 재계약을 하되 범위와 내용에 있어 최대한 주도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삼성SDS측도 신정보시스템의 개발을 담당했던 만큼 단순한 인력파견 업체로서가 아닌 운영부문에서도 일정정도 몫을 가지길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의 딜레마는 아웃소싱 업체인 삼성SDS와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의 관계를 맺지 못하고 종속일변도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에서 비롯되고 있다. 이는 프로젝트 시작 당시 열병처럼 번졌던 ‘토털 아웃소싱’ 바람과 무관하지 않다. 조만간 신정보시스템의 오픈을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춘동 기자 bom@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