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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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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1999-10-05 17:05

증권사-은행 제휴 ‘제동’ …우체국-한미은행 제휴 여부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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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미국 하원은 33년동안 유지됐던 글래스스티걸법(은행, 증권, 보험업무간의 상호진입을 금지하는 법) 폐지를 골자로 하는 금융제도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다른 업종간 상호진입을 허용, 금융기관들이 업무다각화를 이뤄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함이었다.

이어 6월에는 가까운 일본에서도 금융 빅뱅이 시작됐다. 금융업 상호참여가 허용돼 은행, 증권, 보험간의 벽이 급격하게 허물어 졌고 이에 따라 보험회사에서 은행 종합계좌를, 은행 창구에서 투자신탁상품을 팔 수 있게 됐다. 신속한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운영 효율을 높여 자본의 해외유출을 막기 위한 대장성의 처방이었다.

선진국 금융당국은 이처럼 자본자유화 시대에 대비, 자국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금융시스템 개혁을 이미 1년 전부터 시도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 국내에서는 고객 기반 확대와 영업 다각화 등을 목적으로 은행-증권사간에 추진됐던 업무제휴가 금감원에 의해 제동이 걸린 ‘사건’이 일어났다.

한빛은행-삼성증권, 평화은행-한화증권 등이 은행에서 증권 계좌개설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은행에 시세조회 단말기를 설치하는 등의 비교적 기본적인 내용의 업무제휴를 시도할 계획이었던 것. 그러나 이에 대해 금감원은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감독6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의 증권사 계좌개설이 은행의 증권업 대행이냐 아니냐를 신중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은행에 이를 허용해줄 경우 신용금고 등 중소금융기관들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첫 단추를 조심스럽게 꿰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단말기 설치에 대해서도 유사한 이유를 달았다.

이처럼 금감원이 ‘단호한’ 입장을 보이자 이미 업무제휴 계약까지 체결한 은행, 증권사들은 “당장 시행될 업무 교류는 아니다”며 ‘몸조심’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증권사간의 업무제휴가 금감원의 유권해석에 따라 일단 보류되자 금융계 관계자들의 관심은 지난 주 발표된 한미은행과 우체국의 업무제휴 성사 여부로 집중돼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금감원은 긍정적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감독 2국 관계자는 “은행-증권사간의 업무제휴와 마찬가지로 우체국과 은행간의 제휴 역시 우체국의 은행업 겸영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우체국은 대출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는데, 은행자금으로 대출이 이뤄지더라도 표면적으로는 우체국이 대출을 하는 것과 같지 않냐는 논리다.

이에 대해 은행과의 제휴를 추진한 정통부의 이석중 사무관은 “자금공여, 심사, 사후관리는 물론 부실에 대한 책임까지 은행 몫인데 어떻게 이를 업무영역 파괴로 볼 수 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이번에 추진한 제휴는 농어민에 대한 대출 편의를 제고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계획된 업무제휴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 문제로 인해 금감원이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은행-증권사간의 제휴 건은 간단하게 보류시킬 수 있지만 정부부처가 포함된 전략적 제휴에 제동을 걸기에는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보다 큰 문제는 감독당국이 뚜렷한 명분 없이 금융기관들의 발목을 잡는데 있다. 쉴틈없이 진행돼온 금융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국내 금융계도 퇴출, 합병 등을 겪어 봤고 그 과정에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른 영역간의 제휴와 교류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체감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여전히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는 먼저 빈약한 논리의 ‘칼’을 들이대며 사사건건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수십여년동안 계속된 관치금융에 길들여진 국내 금융기관들이지만 감독당국이 여전히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음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세계 금융환경은 물론 국내 금융계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데 감독당국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이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한결같은 목소리다.



박태준 기자 june@kf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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