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홀딩스 주가 추이./출처=한국거래소
이미지 확대보기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L홀딩스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47만193주를 추후 설립할 비영리재단에 무상 출연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사회적 책무 실행 목적이라는 취지다. 해당 자사주는 지난 2020~2021년 주주가치 제고 목적으로 매입한 자사주 56만720주의 83.8%에 달하는 물량이다. ‘주주가치 제고’를 강조했지만 스스로 약속을 어긴 셈이다.
자사주 매입 자체는 주주가치 제고에 일부만 도움이 된다. 자사주에는 의결권이 없어 배당이 되지 않기 때문에 자사주 매입은 주당 배당수익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자사주 소각이 아닌 매각 혹은 출연 등을 통해 의결권이 살아나면 배당수익률은 재차 낮아지게 된다.
한국금융신문인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지난 2020년 1월 이후 현재까지 HL홀딩스의 누적 총주주환원율(TSR)을 산출한 결과 -7.63%가 도출됐다. 이 기간 동안 HL홀딩스 주가는 25.05% 하락했으며 누적 배당수익률은 17.43%를 기록했다.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매년 주당 2000원씩 배당을 하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한 것이다. 배당총액을 늘리지 않는 이상 자사주 의결권이 살아나면 그나마 TSR을 지탱한 힘이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 주도로 ‘기업 밸류업’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HL홀딩스의 자사주 무상 출연은 이를 역행하는 격이다.
자사주 매입 재원은 기업의 현금성 자산이다. HL홀딩스의 자사주 무상 출연 결정은 기업 자금으로 자사주를 매입한 후 아무 대가 없이 재단으로 넘기는 셈이다. 주주 입장에서는 HL홀딩스가 회사돈을 남용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자사주를 소각할 경우 배당수익률을 유지한 채 주당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주주들의 반발은 더욱 강할 수밖에 없다.
정몽원 회장 지분율이 25.03%에 불과하다는 점도 재조명되고 있다. 특수관계인 지분(KCC 포함)을 고려해도 30%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자사주 무상 출연이 최대주주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자사주를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및 지배력 확대와 승계 꼼수 등은 그간 수없이 지속돼 왔다”며 “밸류업이 강조되고 자사주 소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HL홀딩스의 결정은 주주 입장에서 더욱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