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당근마켓에서 낚싯배를 팔고 있는 모습. 사진 = 당근마켓 앱 갈무리
제주도에서 당근마켓은 필수 애플리케이션이다. 왜 그럴까? 워낙에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서비스이긴 하지만 제주는 ‘섬’이라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다른 어떤 곳보다 지역성이 크게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2015년 중고 거래앱으로 등장한 당근마켓(공동대표 김용현, 김재현)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2018년 서비스 범위를 전국으로 넓혔다. 지난해 기준 당근마켓 이용자는 1600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국민의 3분의 1이 당근마켓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 중 당근마켓이 잘 나가고 있는 지역이 있다. 바로 제주도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20~64세 인구수 대비 당근마켓 사용자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1위 세종(121.7%) ▲2위 제주 (100.1%) ▲3위 경기 (78.1%) ▲4위 서울(74.3%)이다. 제주가 2위에 올라올 정도로 당근마켓 이용이 활발한 게 눈에 띈다.
제주도에서는 거래하는 품목도 다양하다. 제주 지역 당근마켓을 살펴본 결과 오토바이, 일반 가구, 세탁기·에어콘 등 가전 제품은 물론 낚싯배도 판매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섬이라는 제주도 특성, 거주지와 직장이 같은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이 당근마켓이라는 커뮤니티 내 거래와 교류를 활발하게 일으킨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섬의 어떤 특성이 당근마켓을 필수품으로 만들었을까. 섬에서 거주하기 때문에 감내해야 할 ‘불편함’ 때문이었다.
제주도청이 지난 1월 발간한 ‘제주도민의 온라인쇼핑몰 및 택배서비스 이용 실태’에 따르면 도서 지역 불편 때문에 온라인 쇼핑 경험을 포기한 제주도민은 75.1%에 달했다. 가구류가 59.7%, 가전제품이 41.4%를 차지했다.
또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려고 했던 사람 중 73.7%는 기본 배송비에 도서·산간 추가 배송비 부담으로 구매를 포기했다고 답했다. 포기한 품목 중 의류는 50.7%, 가구가 47.9%, 가전제품이 43.2%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에서 살고 있는 30대 A씨는 “제주도는 섬이기 때문에 부피가 큰 제품은 배송을 안해주는 경우가 많다”며 “특히 가전제품이나 가구는 제주 배송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전, 가구 등 부피가 큰 제품을 구매할 때는 인터넷 쇼핑몰과 당근마켓 앱을 비교한 뒤 당근마켓을 먼저 선택한다고 말했다.
제주 지역에서는 당근마켓 내 커뮤니티도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었다. 최근에 이사를 한 B씨는 “인테리어, 도배 등을 알아볼 때 당근마켓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근마켓을 먼저 찾아본 이유에 대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를 검색해도 제주 지역 인테리어 사업자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며 “동네 상권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연락 기능이 있는 당근마켓 플랫폼 특성상 편하게 문의를 남기기 쉽다”고 답했다.
당근마켓도 제주를 각별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당근페이’를 가장 먼저 선보인 곳이 다름 아닌 제주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근페이는 당근마켓 자회사가 개발한 간편결제 서비스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제주도는 도민을 하나로 연결하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며 “타겟 인구수 대비 당근마켓 가입률이 95% 이상으로 제주도 생활에 없어서 안될 필수 생활 서비스로 자리잡고 있는 점을 반영해 먼저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당근페이는 서비스 운영 초기 3개월 간 제주 지역에서 이뤄진 전체 중고 거래 중 10% 이상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사용 비율도 약 30%에 달했다.
당근마켓은 제주 지역에서 성공적 론칭에 자신감을 갖고 지난 2월 당근페이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김재현 당근마켓 대표는 “당근페이는 이용자의 지역생활 편의를 높이고 이웃을 더 가깝게 연결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선혜 기자 hisunny20@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