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쫓고 쫓기는 구도를 두고 ‘치킨집끼리 치킨게임을 하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해는 배달 수요 증가까지 겹쳐 주요 치킨업체들은 때 아닌 성수기를 맞았다. 이를 기반으로 가정간편식(HMR), 외식 가맹사업 확대 등 다양한 분야로의 사업 확장에도 나섰던 시기였다. 2020년이 마감된 지금 치킨업계 왕좌는 누가 차지하게 될까.
◇ ‘커지는 치킨 시장’에 가파른 성장세
통계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등 자료를 취합하면 치킨 프랜차이즈들의 매출액은 2015년 3조3562억원에서 지난해 5조2972억원으로 늘어나며 5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다. 업체들은 점점 확대되는 시장을 반색할 만도 하지만,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늘 경계하는 업종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총 2만5741개로 전 업종의 프랜차이즈 가운데 편의점(19.2%), 한식(14.4%)에 이어 3위(11.9%)를 차지할 정도로 많다.
이 중에서도 교촌에프앤비·BHC·제너시스BBQ 등이 주요 치킨업체로 꼽힌다. 2019년 기준 주요 치킨 업체 중 매출 기준 1위는 교촌 3693억원, 2위는 bhc 3186억원, 3위는 BBQ 2438억원 순이다. 2018년 2위 bhc와 3위 BBQ 매출 격차는 72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 750억원 수준으로 벌어졌다. bhc가 교촌을 맹추격하는 모양새다. 업계는 교촌치킨과 bhc치킨 사이의 경쟁에 주목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꾸준한 매출액을 내며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bhc의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실제 bhc의 2019년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급증했다. 지난해 역시 업계 특수로 매출 고공성장이 기대되고 있어 세 치킨업체들이 거둘 성적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교촌의 지난해 총매출액은 4400억원대로 예상된다. bhc는 4000억원대, BBQ는 3500억원대 돌파가 전망되고 있다.
◇ 치킨 가격 인상은 신중, 신메뉴 개발로 돌파구
치킨으로 몸집을 불렸지만 치킨 외의 사업에는 약하다는 평가가 있었다. 사업 다변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치킨은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이 매우 커 주요 제품들에 대한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공개(IPO), 외식 브랜드 인수 및 론칭, 가정간편식(HMR)과 신메뉴 개발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교촌은 그간 쌓아온 브랜드 이미지와 꾸준한 매출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10월 코스피에 입성해 ‘외식 프랜차이즈 최초 직상장’이라는 칭호를 얻게 됐다. 그간 꾸준히 IPO 의지를 밝혀 온 제너시스BBQ 역시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 제너시스비비큐는 2012년 당시 계열사였던 bhc로 상장을 추진하다 실패한 뒤 bhc를 매각한 바 있다.
◇ ‘종합식품기업’ 준비 활활
브랜드 외연 확대에는 사활을 걸었다. 주력 사업인 치킨을 넘어 종합식품기업을 목표로 삼았다. 교촌은 그간 사업 확장에 신중한 행보를 보였지만, 2019년 소진세 회장 영입 이후 도약에 나서고 있다. IPO를 앞두고 진행한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이어트식, 밥류, 간식과 같은 가공식품, 닭가슴살을 활용한 반려동물용 사료, 건강기능식품과 조미 소재 등 고부가가치 사업 진출 계획을 내놓은 것이 대표적이다.
bhc는 외식브랜드의 인수·합병(M&A)을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2014년 한우 전문점 ‘창고43’ 인수를 시작으로 ‘큰맘원조할매순대국’과 ‘그램그램’을 인수했다. 지난해 8월에는 자체 신규브랜드 ‘족발상회’도 내놨다. BBQ는 지난해 브랜드 이미지 회복과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 왔다면, 올해는 배달·포장 특화매장 BSK과 HMR 사업 확장에 더욱 활동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치킨 브랜드 외 프랜차이즈 강화에도 초점을 맞췄다. 제너시스BBQ는 1999년 ‘닭익는 마을’을 시작으로 ‘시크릿테이스트치킨’, ‘우쿠야(돈가스)’, ‘올떡(떡볶이)’, ‘소신275°C(한우)’, ‘와타미(이자카야)’ 등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유선희 기자 ysh@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