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1년차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 추이 / 자료=국토교통부, 직방
이미지 확대보기서울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격이 86%에 달하는 등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아파트 분양 시에 계약자가 계약금의 20%만을 낸 뒤 나머지 중도금과 잔금은 전셋값으로만 채우는 이른바 ‘전세 레버리지’가 나타나기 쉬워졌다는 의미다.
최근 청약시장 호황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주)직방(대표 안성우)이 입주 1년 미만 아파트(이하 신축아파트)를 대상으로 분양가격대비 전세가율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20년 입주 1년차 이하 아파트(이하 신축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전국 76.6%, 서울 86.3%로 조사됐다.
갭 투자란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주택의 매매 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투자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매매 가격이 5억 원인 주택의 전세금 시세가 4억 5,000만 원이라면 전세를 끼고 5,000만 원으로 집을 사는 방식이다.
전세가율이란 주택매매가격에 대비한 전세가격의 비율이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전세가율이 높으면 갭 투자에 유리한 시기라는 신호로 해석된다.
갭 투자는 부동산 호황기에 집값이 상승하면 이익을 얻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깡통주택으로 전락해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거나 집 매매를 위한 대출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
◇ 80% 넘는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분양가 턱 밑까지 추격
2018년 전국 69.5%, 서울 84.6%에 비해 전국 7.1%p, 서울 1.7%p 상승했다. 인천∙경기는 2018년 70.6%에서 5.8%p 상승한 76.4%, 지방은 2018년 66.5%에서 6.8%p 상승한 73.3%로 조사됐다. 지방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컸다.
2020년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격대별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전국의 경우 6억 원~9억 원 이하가 82.4%로 가장 높았다. 인천∙경기의 분양가 6억 원~9억 원이하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이 90.7%로 높게 나타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6억 원~9억 원 이하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81.6%로 80% 이상으로 조사됐다.
서울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4억원 이하가 90.0%로 가장 높고, 4억 원~6억 원 이하 89.8%, 15억 원 초과 89.6% 순으로 조사됐다. 분양가격이 6억 원 이하에서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았고, 15억 원초과도 강남∙서초에서 전세거래가 발생하면서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이 90%에 육박했다.
서울의 신축 아파트 분양가 대비 전세가율은 기존 아파트 매매실거래가 대비 전세 실거래가에 비해 29.6%p나 높게 형성되면서 다른 지역의 차이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서울은 기존 아파트 보다 분양아파트에서 전세를 활용한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출 규제의 영향으로 고가 아파트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매매시장은 거래량 감소 등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매매시장의 안정세와 달리 청약시장은 수요가 집중되면서 과열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직방은 이를 청약시장의 호황은 분양 이후 발생하는 시세차익과 신축 아파트 선호뿐 아니라 전세를 활용한 자금 조달의 수월성도 원인으로 판단했다.
서울의 경우 분양가의 80%이상을 전세를 활용해 조달할 수 있어 초기 20%의 계약금만 자기자본만 필요한 상황이다.
중도금대출도 주택담보대출처럼 규제를 받고 있지만 기존 주택에 비해 높은 전세레버리지 효과는 자금조달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또한 아직 민간택지분양가상한제 시행 전이라서 거주의무기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직방은 “수도권 외에도 지방의 공공주택으로 거주의무기간을 확대하고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의 거주의무기간이 적용되면 현재와 같은 전세레버리지 효과는 줄어들 수 있다”고 전하는 한편, “‘아크로서울포레스트’와 ‘영통자이’의 사례와 같이 무순위 청약 등의 기회가 발생할 경우 청약수요가 집중되는 현상은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금보증보험 도해도 / 사진=SGI서울보증
이미지 확대보기◇ 갭 투자 부추기는 환경…세입자들은 ‘깡통전세’ 우려
이처럼 ‘갭 투자’에 유리한 환경이 형성되면서, 전세에 들어가 살고 있는 세입자들의 불안감도 높아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깡통전세’란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하면서 집이 경매에 넘어가 버렸기 때문에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간 사람이 전세보증금을 몽땅 날릴 처지에 놓여 있는 경우를 가리키는 속어다.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소득 중하위계층들은 일명 ‘눈 뜨고 코 베이는’ 깡통전세에 대해 우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동산 커뮤니티 한 회원은 "전세가율이 높아져서 전셋값이 올라갈 우려는 적어졌다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크게 좋은 신호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이렇게 갭 투자를 부추기는 기사들이 나와서 집주인들이 무리하게 투자에 나서는 게 더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깡통전세를 피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근저당, 매매가를 포함한 등기부등본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하며, 잔금날 반드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확인하는 등 절차를 정확하게 밟는 것이 안전하다.
깡통전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보험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SGI서울보증보험이 취급하는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은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는 일이 있어도 세입자에게 보증기관이 대신 전세금을 반환해주는 보험이다.
이를테면 임대차계약이 만료되고 30일이 지났는데도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계약 기간에 전셋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어가 배당이 이뤄졌음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때에는 보증기관이 내 보증금을 대신 반환해주는 식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