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로 인해 신규 수요 창출이 어려운 보험업계에서도 어떻게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려는 현장의 노력은 새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본 기획에서는 보험설계사 및 영업현장의 전문가들이 직접 뽑은 ‘올해의 핵심 보험상품’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심층적으로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올해와 내년에 걸쳐 6·25 전쟁 직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베이비부머, 1955∼1963년생)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세대의 은퇴는 보험사들에게 있어 위기가 될 수도 있지만, 아직 개척되지 않았던 시장을 개척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생명보험사 교육팀장 A씨는 “5060이 고령자로 대표되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이제는 7090세대를 위한 보험이 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인해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보험사들이 판매해오던 전통적인 상품 판매 패턴이 깨져야 한다는 것이다.
A씨는 기존에는 20대에는 실손보험, 30대부터는 암보험이나 건강보험, 어린이·자동차보험, 중년층부터 변액보험 등 저축성보험을 설계하는 방식이 쓰였다면, 앞으로는 생애주기별 보험 설계가 큰 폭으로 변화할 것으로 봤다.
보험설계사 B씨 또한 “환경오염과 생활패턴 변화로 질병 환자들이 늘면서, 질병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 보험가입을 문의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B씨는 “유병자·고령자를 위한 상품판매 유인도 함께 늘어났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상품들은 수입보험료 규모도 젊은 고객들에 비해 크기 때문에 영업 현장에서도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보험사들이 최근 핀테크 결합 서비스를 통해 젊은 세대의 시선 끌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베이비붐 세대를 비롯한 중장년층들은 보험업계에 있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고객들이다. 중장년층이 되면 건강에 서서히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하고, 부양해야 할 가족이 생김에 따라 보험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또 경제 고도성장 시기에 자리를 잡은 베이비붐 세대들은 젊은 세대와 달리 다양한 보험을 구매할 수 있는 구매력도 충분하다.
기존 보험업계는 구매력은 있지만 질병 발생률이 높아 위험률이 큰 고령·유병자들에 대한 보험 판매를 지양해왔다. 그러나 저출산·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새로운 수요를 찾기 어려워진 보험업계는 최근 2년 여간 보험 가입나이를 늘리고 조건을 완화하는 등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보험사들의 유병자보험 신계약건수는 218만 건으로, 전년 동기 146만 건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젊은 층에 비해 구매력은 있지만 젊은 시절에 보험에 가입해두지 않아 통상적인 보험 가입이 어려운 고령층들이 관련 상품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손해율 관리라는 어려운 과제가 있긴 하지만 현재 보험 시장으로서는 이런 리스크를 안고서라도 영업력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DB손해보험은 최근 5년 이내 암·뇌졸중·심장질환의 진단·입원 및 수술 기록이 없으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1Q 초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최근 5년 이내 암·뇌졸중·심장질환의 진단·입원 및 수술 기록이 없음의 1가지 질문으로 보험가입이 가능해진 것이 특징이다.
한화생명 역시 지난 2일 유병자·고령자들도 간편심사로 가입이 가능한 「한화생명 간편가입 100세 건강보험」을 선보였다. 간편심사를 통해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게 한 것은 물론, 가입나이를 80세까지 늘려 고령화시대에 대비하고자 한 것이 특징이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