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임시회의를 개최하고 신영자산신탁(신영증권·유진투자증권), 한투부동산신탁(한국투자금융지주), 대신자산신탁(대신증권) 등 3곳에 대한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를 의결했다.
앞서 금융위가 지난해 11월 말 부동산신탁업 예비인가 신청서를 접수한 결과 총 12곳이 예비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이 중 8개 증권사는 자산운용사와 컨소시엄을 맺거나 금융지주사와의 협업형태 또는 단독형태로 출사표를 던졌다.
NH농협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해 대신증권, 부국증권이 각각 신청서를 냈다. 신영증권·유진투자증권, 키움증권·현대차증권·마스턴투자운용·이지스자산운용, SK증권·바른자산운용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금융감독원은 내부통제, 회계, IT 등 분야별 전문가 7명으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를 통해 예비인가를 신청한 12곳을 대상으로 서류심사·프레젠테이션(PT) 심사·질의응답 등을 진행했다. 이들 회사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인적·물적요건 등을 갖춰 본인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이후 한 달 안에 본인가를 받으면 영업 개시가 가능하다.
부동산신탁업은 부동산 소유자로부터 권리를 위탁받은 신탁회사가 해당 부동산을 관리·개발·처분하고 그 이익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는 사업이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음에도 2009년 이후 약 10년 동안 신규진입이나 퇴출이 없어 사실상 과점체제라는 지적이 많았다. 부동산신탁업은 그동안 11개 회사가 운영해왔다.
부동산신탁사들은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다. 국내 11개 부동산신탁사의 작년 상반기 기준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7.6% 늘어난 2853억원을 기록해 반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증권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한 부동산신탁업을 선점해 기존 투자은행(IB) 부문,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동산금융 시너지를 창출해나갈 전망이다.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받게 되면 단순 대출이나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뿐만 아니라 개발부터 투자, 분양 등 전반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 전 과정에 뛰어들 수 있다.
대신증권은 최근 부동산 자산관리 전문 그룹으로 전략을 바꾸고 부동산 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대신증권은 작년 6월 미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뉴욕 맨해튼 빌딩두곳에 1227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본사 명동 빌딩(2400억원), 위례 부동산, 청담 영업점 등 6000억원 규모의 국내외 부동산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벨기에 에그몬트 빌딩(2200억원) 및 미국 필라델피아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본사(1100억원), 스페인 네슬레 본사(1200억원) 등을 인수했다. 이들 증권사는 앞으로 부동산신탁업을 통해 부동산금융 영역을 확대와 전문성 강화 등의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국내외 부동산 경기 하강 우려가 제기되면서 업계에서는 올해 부동산신탁업계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시장의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대체투자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및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 보인다”며 “당분간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초과공급이 예상됨에 따라 공실률 증가, 투자수익률 하락 등의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