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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흥국①] 미국發 악재에 신흥국 펀드 ‘비상’

한아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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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 2018-06-23 13:10 최종수정 : 2018-06-23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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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신흥국①] 미국發 악재에 신흥국 펀드 ‘비상’
[한국금융신문 한아란 기자] 지난 5월부터 이어져 온 달러 강세 흐름에 신흥국 자금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기준금리를 1.50~1.75%에서 1.75~2.0%로 0.25% 인상했다. 올해 연간 금리 인상 횟수는 기존 3차례에서 4차례로 상향해 금리 인상 속도를 높였다. 14일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말까지 양적 완화(QE) 정책을 종료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신흥국 6월 위기설이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앞서 이탈리아발 유로존 정치 리스크와 미중 무역분쟁 우려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신흥국에서 자금이 유출되는 양상이 빚어졌다. 여기에 미 금리 인상 우려, 국제유가 등 원자재가격 상승이 더해지면서 신흥국 금융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경상수지 적자 및 재정적자, 과도한 외채 등 경제적 여건이 취약한 국가에서 자금유출과 통화가치 급락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올 2분기 선진국과 신흥국주식 수익률 격차는 7.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특히 남미주식(-18.3%)과 신흥유럽주식(-11.5%)이 큰 폭의 약세를 보였다. 지난 5일 JP모건의 신흥시장 통화지수(EMCI)는 65.937로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헤알화와 아르헨티나 페소화 등이 무너지는 등 일부 신흥국 통화 약세도 계속되고 있다. 헤알화는 지난 7일 달러당 3.95헤알까지 떨어지는 등 지난 2016년 3월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신흥국 위기 현실로? 자금유출 ‘급속’

미중 무역전쟁 등 포함한 글로벌 무역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채 글로벌 변동성과 미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까지 더해지면서 신흥국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에 이어 브라질에 대한 우려 또한 신흥국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 위축을 견인할 가능성이 대두된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큰 형님 격인 미국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올리고 유럽이 금리 인상을 내년 상반기 이후부터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신흥국 통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며 “여기에 중국과 미국의 무역 전쟁이 다시 한번 부각되며 신흥국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주가 하락에 신흥국 펀드 수익률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23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액 10억원 이상 전체 해외 주식형 펀드 1개월 평균 수익률은 지난 21일 기준 –1.59%를 기록했다.

이 중 신흥국주식펀드(–4.24%), 신흥아시아주식펀드(–3.17%), 신흥유럽주식펀드(–6.44%)에서 줄줄이 손실이 발생했다. 중남미주식펀드는 –11.77%로 전체 주식형 펀드 중 가장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브라질펀드가 –13.52%의 수익률로 가장 부진했다. 이어 베트남(-5.66%), 러시아 (-6.26%), 인도(-0.11%)도 잇따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저조한 수익률에 투자자금도 빠져나가고 있다. KB증권에 따르면 6월 셋째 주 신흥국 펀드는 아시아 주식형 펀드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유출세가 지속 및 확대됐다.

주식형 펀드에서는 전주보다 38억6000달러 증가한 52억달러, 채권형 펀드에서는 전주와 비슷한 규모인 17억달러의 자금이 이탈되면서 총 69억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주 대비 2.6배 증폭된 수치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준이 6월 FOMC에서 연내 금리 인상 횟수를 한차례 늘린 반면 지난 14일 ECB는 내년 여름까지 저금리 기조를 지속할 것임을 발표하면서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게다가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완화적 기조가 후퇴하고 긴축발작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신흥국 펀드에서의 자금유출 강도가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 “달러 강세에 신흥국 약세 이어진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통화정책 격차가 확대된 가운데 신흥국 통화 약세와 자본유출 위험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의 장기 국채 금리가 높아지고 달러 강세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신흥국으로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단기적으로 제한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펀더멘털이 취약한 신흥국에서는 낮은 신용과 정치적인 불확실성, 부채상환의 부담을 안고 있어 우려가 큰 편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신흥국주식 약세에는 글로벌 제조업지수 하락, 성장률 전망 하향 등과 같은 경기모멘텀 둔화와 선진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에서의 부채 부담 가중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은 하반기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최보원 연구원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의를 앞두고 산유국들의 증산·감산 의견이 나뉘며 당분간은 유가의 하방 경직성은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나 달러 강세 흐름이 완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투자 심리 위축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아란 기자 ara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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