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은 이날 오전 10시10분 신 회장에 대한 첫 번째 공판을 진행한다. 신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지난 2월13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으나 곧바로 항소를 제기했다.
신 회장은 구속된 뒤 약 100여일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지난 25일 구속된 지 101일 만에 최순실 씨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공판에 모습을 드러냈으나 이는 증인 신분이었다.
이번 재판은 신 회장이 2016년 4월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취득한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실제 부정청탁을 했는지 여부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앞서 재판부는 롯데가 2016년 3월 K스포츠재단에 추가로 출연한 70억원의 성격이 제3자 뇌물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롯데면세점은 2015년 7월과 11월 특허심사에서 탈락했으나 이후 특허권을 추가로 따내면서 문을 닫았던 월드타워점을 다시 열 수 있었다.
검찰은 2016년 3월14일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에서 면세점 특허 취득과 관련한 애로사항을 전달한 뒤 70억원의 뇌물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면세점 특허 재취득은 신 회장이 주도한 호텔롯데 상장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고, 이는 그룹 현안과 관련된 것으로 부정청탁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검찰은 1심 재판부가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의 진술과 수첩 내용을 토대로 신 회장의 뇌물 혐의를 ‘묵시적 청탁’으로 판단한 데 반발해 항소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 롯데면세점과 관련한 내용이 적혀있는 만큼 이를 ‘명시적 청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롯데 측은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의 지원과 면세점 특허권의 대가성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신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독대 전 이미 신규 면세점 입찰 공고가 진행됐다는 게 롯데 측의 주장이다.
지난해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2016년 1월 시내면세점 추가를 이행하겠다고 청와대에 보고했다. 또 당시 정부가 면세점 특허 숫자를 대폭 늘리기로 한 것은 롯데의 특허 추가 취득 가능성을 높게 보고 특혜 시비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롯데 측은 주장했다.
이와 관련 신 회장은 25일 최 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박 전 대통령에게)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지 모르지 않느냐”며 그룹 현안을 위해 면세점 특허 취득을 청탁했다는 검찰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신 회장 측의 요청에 따라 뇌물공여 혐의 재판과 함께 롯데그룹 총수일가 경영비리 사건을 병합해 진행한다. 경영비리에 대한 재판이 7월 중순 경 마무리되면 재판부는 법정 휴정기를 지나 9월 말이나 10월 초 신 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선고할 예정이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