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대해상 사옥
IB업계와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하반기 중 5억 달러(한화 약 54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아직까지 금액이나 발행 주관사가 정해진 바는 없지만 그런 논의가 오고가고 있는 것은 맞다”고 밝혔다.
영구채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으로, 부채지만 발행자의 명시적 상환의무가 없다는 측면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으로 인정받고 있다. 따라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고, 유상증자와 비교 시 대주주 지분율도 그대로 유지되어 지배구조에 변동 없이 자본 확충을 동시에 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최근 대기업들의 자금조달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간 자본확충을 위해 글로벌 영구채 발행 카드를 꺼내들었던 보험사는 모두 생명보험사에 국한되어 있었다. 교보생명이 지난해 7월 가장 먼저 5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중소형사인 흥국생명 역시 같은 금액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을 성사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여기에 지난 4월에는 한화생명이 사상 최대 규모인 10억 달러의 글로벌 영구채 발행에 성공하면서, 보험사들의 새로운 자본 확충 창구로 글로벌 영구채가 매력적인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다.
현대해상이 영구채 카드를 꺼내든 이유는 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도입을 앞두고 재무건전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인 지급여력 비율 부문에서, 현대해상은 지난해 말 기준 186.8%로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살짝 웃도는 수치를 보였다. 손해보험업계 평균인 232.2%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대해상이 손보업계 2위 규모의 대기업인 것을 고려할 때 이는 다소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현대해상은 앞선 2017년에도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고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국내 후순위채 발행으로 5000억 원의 자본확충을 진행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이번 글로벌 영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칠 경우 지급여력비율이 200% 이상으로 끌어올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호성 기자 hs6776@fn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