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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보는 갑질③] 회장님은 사퇴하면 그만? ‘오너리스크’

신미진 기자

mjshin@

기사입력 : 2017-09-21 19:37 최종수정 : 2017-09-22 12:39

올해 상반기 ‘갑질’ 몸살을 앓은 대한민국. 어제 오늘일이 아닌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매번 되풀이되는 이유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미 지나버린 갑질을 되짚어보며 해결책을 모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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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좌),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좌),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회장

[한국금융신문 신미진 기자] “이건 그냥 포기에요. 직원들이 ‘그분’의 자정안을 직원들이 직접 마련할 수 있나요? ‘그분’이 먼저 나서기 전에 개인적인 일이라 알 수 없다고 일단 대응하는 수밖에요. 리스크 중에 리스크죠. 답답합니다”

한 유통업체 홍보 관계자는 최근 국내 산업계에 불어 닥친 ‘오너리스크’에 대해 이 같은 심정을 토로했다. 계약관계와 구조적인 문제에서 발생하는 갑질은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지만, 기업의 오너나 CEO의 일탈과 관련한 리스크는 손을 쓸 수조차 없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점의 입장에서도 오너리스크는 ‘악질 리스크’다. 삽시간에 온라인을 통해 퍼지며 불매운동까지 휩싸이기 때문이다. 실제 오세린 봉구스밥버거 대표의 마약 투입 사실이 밝혀졌을 때 네티즌들은 ‘뽕구스밥버거’라는 별칭을 만들어 비난에 나섰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의 ‘치즈통행세’와 보복출점 등으로 논란을 빚은 미스터피자는 ‘갑질피자’, 최호식 전 호식이두마리치킨 대표의 성추행 논란을 겪은 호식이두마리치킨은 ‘호색이두마리치킨’이라는 비아냥을 들으며 불매운동이 일었다.

이는 곧바로 가맹점 매출하락으로 이어진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4월 정 전 회장의 ‘경비원 폭행사건’ 당시 전체 가맹점의 14%에 달하는 60여개가 매출에 타격을 받으며 폐점했다.

호식의두마리치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최 전 회장의 성추행 사건이 보도된 시점부터 5일간의 가맹점 매출(신한·KB국민·현대·삼성카드 자료바탕)을 전월과 비교한 결과, 최대 40%까지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단 계약관계 당사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장한 종근당 회장의 운전기사 욕설파문이 공개된 당시 종근당 주가는 3.36% 떨어졌고, 종근당홀딩스(-2.58%), 종근당바이오(-2.28%)도 하락한 채로 마감했다. 이에 소액주주들은 오너리스크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공분한 바 있다.

◇정부·정치권·프랜차이즈업계 도입 서둘러

자신의 개인 일탈 행위로 물의를 일으킨 오너들은 ‘사퇴’를 명분으로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이미 타격을 입은 가맹점의 피해를 보상할 길은 없다. 현행 가맹사업법상 오너리스크로 인한 이미지 타격과 매출 하락은 보호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가맹계약서 상 가맹점들의 불법 운영 등으로 본부가 피해를 입으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돼 있는 것도 불합리한 계약구조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 같은 문제가 계속해서 지적되자 관련업계와 정치권, 정부에서는 오너리스크 피해 방안 마련에 한 마음으로 나섰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가맹본부가 가맹사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등 가맹사업자에게 손해를 끼칠 경우 법적인 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 법안은 일명 ‘호식이배상법’으로 불린다. 반론도 적지 않다.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경영 악화를 법적 책임으로 묻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가맹점주들이 오너리스크로 피해를 입었을 때 배상을 받고자 소송을 제기할 시 관련 근거가 없기 때문에 길고 긴 법적다툼을 거쳐야 한다. 이를 막고자 가맹계약서에 오너리스크에 대한 배상 의무를 적시하고자 하는 게 해당 개정안의 골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발표한 ‘가맹분야 불공정관행 근절대책’에 오너리스크에 대한 본사의 배상책임제 도입을 포함시켰다. ‘호식이배상법’과 같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 ‘을(乙)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취지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가 발족한 프랜차이즈혁신위원회의 수장인 최영홍 한국유통법학회장도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간의 거래관계에서 오너리스크 등으로 피해를 볼 시 보상받도록 해야 한다”며 “시스템 차원에서 잘 못된 것은 바로 잡을 수 있게 법률적으로 명확히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식품·프랜차이즈업체의 경우 오너의 가족들이 경영에 참여하는 ‘오너경영’을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점차 커져가는 오너리스크에 오너가(家) 대신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택하는 업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쇄신적인 인사를 통해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는 한편 효율적 경영을 이끌겠다는 복안이다.

지난 12일 미스터피자를 운영하는 MP그룹은 정 전 회장이 물러난데 이어 아들인 정순민 부회장이 내달 임시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전문경영인으로는 정 전 회장과 함께 가맹점주에 대한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최병민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이상은 MP그룹 중국 베이징 법인장이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MP그룹 관계자는 “투명경영과 대대적인 쇄신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호식이두마리치킨도 지난달 이명재 신임 대표를 선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했다. 최 전 회장이 물러나면서 호식이두마리치킨은 상생혁신 실천방안으로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약속한 바 있다.

건강식품 전문기업 천호식품은 33년 만에 오너경영 체제의 막을 내리고 이승우 전 아워홈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천호식품 창업주인 김영식 전 회장은 지난해 말 불거진 중국산 가짜홍삼 원료 논란과 촛불집회 폄하 발언 등으로 논란이 일자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이어 2015년부터 대표이사를 맡아온 김 전 회장의 아들 김지안 대표마저 최근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왔다.

이밖에도 지난해 4월 ‘썩은 밀가루’ 파동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78% 급감했던 신송그룹도 최근 핵심 계열사인 신송식품을 조승현·조승우·안영후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했다. 창업주 조갑주 회장의 장남인 조승현 대표 단독체제에서 차남인 조승우 대표와 대상그룹 출신 전문경영인 안영후 대표가 각자 계열사를 운영하는 체제로 전환한 셈이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전문경영인도 리스크가 없다고 말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기업과 동일인은 아니기 때문에 인사 등으로 쇄신안을 마련할 수는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업체들이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미진 기자 mjshi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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