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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마케팅, 젊은층 ‘카 푸어’ 양산

유명환 기자

ymh7536@

기사입력 : 2017-09-18 00:13 최종수정 : 2017-09-18 12:59

8월까지 15만대 넘게 팔면서 쉬운 구매 유도
원금 유예 달콤한 유혹 나중엔 ‘빚더미’ 수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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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마케팅, 젊은층 ‘카 푸어’ 양산
[한국금융신문 유명환 기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동차, 한국지엠, 르노삼성자동차, 쌍용자동차 등이 내수 판매가 감소한 반면 해외 수입차량 판매량이 증가했다. 젊은 층들이 구매할 능력이 떨어짐에도 수입차량 업체들이 각종 저금리 프로모션과 각종 행사를 통해 이들을 흡인했기 때문이다.

◇ 외제차 판매 꾸준한 증가세

17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수입차 판매 누적 대수는 15만3327대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만8411대 보다 3.3% 늘어났다.

8월 브랜드별 등록 대수는 메르세데스-벤츠 5267대, BMW 4105대, 토요타 1210대, 렉서스 1201대, 미니 826대, 포드·링컨 792대, 랜드로버 743대, 크라이슬러·지프 630대, 볼보 602대, 혼다 541대, 닛산 498대, 푸조 358대, 인피니티 258대, 재규어 175대, 캐딜락 152대, 시트로엥 95대, 포르쉐 68대, 벤틀리 16대, 롤스로이스 7대, 피아트 3대 등이었다.

8월 베스트셀링 모델은 BMW 520d(921대), 렉서스 ES300h(733대), 메르세데스-벤츠 E 220 d 4MATIC(690대) 순이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등 국내 자동차 5개사의 8월 국내외 판매량은 총 63만187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4만2170대) 대비 1.6% 감소했다.

◇ 국산 외면 젊은층 구매 욕구 자극

평균 연봉 3000만원 안팎인 젊은 층의 수 천 만원에 달하는 외제차를 어떻게 구매하는 것일까?

중견기업에 다니는 A씨(30·서울 이태원동)는 올해 봄 자신의 ‘드림카(Dream Car)’였던 독일제 중형세단을 구입했다. 연봉 3000만원대에 불과했던 그가 수입차 오너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유예리스’ 덕이었다. 딜러는 “6000만원대인 OO모델의 경우 선납금 30%만 내면 오너가 될 수 있다. 이후에는 36개월 동안 매월 리스비 30여 만원씩만 내면 된다. 3년 뒤 나머지 60%를 일시에 납부하면 차량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그게 부담스러우면 그때 가서 재리스를 하면 된다”고 A씨에게 제안했다. 몇 해 전부터 외제 차를 사고 싶었지만 목돈 마련할 길이 없어 꿈도 못 꾸던 그는 ‘타던 국산 소형차를 처분하고, 적금을 깨서 마련한 돈으로 선납금 2000여 만원을 투자해 차량을 구매했다.

◇ 알고 보니 어느새 ‘카 푸어’ 전락

이를 전혀 몰랐던 A씨는 약정기간 만료가 다가오면서 불안감에 휩싸였다. 상환유예원금 4000여 만원을 만들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부러워 하는 차를 소유했지만, 정작 A씨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출근길이면 늘상 ‘만원 지하철’에 시달려야 했다. 주말에도 마트에 쇼핑하러 갈 때나 이용할 뿐이었다. 아내와 연애할 때처럼 드라이브를 간다는 것은 엄두도 못냈다. 3000㏄인 차의 기름값이 두려워서였다. 전형적인 ‘카푸어(Car Poor)’였다.

A씨는 길었던 3년이라는 시간을 보낸 뒤 보유하고 있던 ‘드림카’를 유예원금을 갚고 팔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중고차 값은 유예원금에 전혀 미치지 못하는 3000여 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수입차의 경우 보증기간이 끝나면 소위 “길바닥에 돈을 뿌려야 탈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더구나 고장으로 정비업체에 갈 경우 상상할 수 없는 금액 앞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

A씨는 결국 차량을 힘겹게 판매했지만 원금 상환액 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 탓에 부족한 액수를 은행 신용대출을 받고 나서야 ‘카푸어’에서 해방됐다.

◇ ‘위험한 유혹’…9월 수입차 할인 프로모션

이런 상황인데도 토요타와 닛산, 푸조, 마세라티 등 수입차 브랜드들이 9월 주유상품권과 할부프로그램 등을 실시한다. 또한 수 백 만원 상당의 주유상품권과 차량교체 지원금, 여행경비 제공 등으로 고객 유치 전쟁에 나섰다.

한국토요타는 9월 프리우스브이를 구매할 때 30% 선수금을 지급하면 2년 동안 무이자할부를 제공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차 가격의 40% 선수금을 조건으로 3년 동안 한 달에 16만 원가량을 내고 차를 이용한 뒤 차 가격의 50%를 일시에 지불하는 유예할부를 할 수도 있다. 또는 정기점검과 소모성부품 무상교환을 4년 동안 8만 킬로미터까지 제공하는 더블FMS쿠폰 선택도 가능하다.

한국닛산은 무라노 하이브리드 구매자에 350만 원어치 주유상품권을 준다. 최초 구입자에 한해 배터리 보증기간도 기존 3년 동안 10만킬로미터에서 이제 10년 동안 20만 킬로미터로 연장한다.

푸조 공식딜러인 한불모터스는 9월 한 달간 유로6 기준을 충족하는 차량을 구입할 경우 노후차량의 교체 지원금과 제주도 렌터카 이용권, 내비게이션 무상 장착 등을 제공한다.

마세라티는 기블리와 콰트로포르테 구매자에게 36개월 금융리스 프로그램을 통해 유예율을 60%로 적용할 때 선수금을 0%에서 30%까지 10% 단위로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 초기 비용 적다고 샀다가는 ‘낭패’

유예할부는 차 값의 30~50%를 미리 내고 이후 2~3년간 매달 저렴한 비용만 납입하면 수입차를 몰수 있다는 점 때문에 당장 목돈이 없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하지만 유예할부 제도는 치명적 위험이 내포돼 있다. 바로 ‘유예율’이다. 유예율은 전체 차 값에서 계약기간 만료 시 완납해야 하는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유예율이 60%라면 계약기간 만료 시 전체 차 값의 60%를 일시에 완납해야 한다는 얘기다. 즉 차 값의 60%를 해당 수입차 업체가 빌려준 셈이다. 매달 나눠 내는 금액에는 차 값 중 원금 일부와 업체가 빌려준 60%에 대한 이자가 포함돼 있다. 만약 계약 기간 만료 후 유예된 금액을 완납하지 못하거나 월 납임금을 제때 내지 못하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있다. 또 법적 책임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이 대출을 받아 갚기도 한다.

◇ 손해보고 팔자니, 갖고 있자니 ‘골칫덩어리’

온라인 중고차 매매사이트 SK엔카에 따르면 3년 된 수입차 25개 모델 중 잔존 가치가 신차 가격 대비 60% 이상인 것은 4개 모델에 불과하고 21개 모델이 40% 이하에 그쳤다. 게다가 전체 중고차 매물 중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9.3%, 2012년 10.1%, 2013년 11.6%로 점점 늘어났다. 특히 올해는 9월30일까지 이미 13.8%에 달했다. 수입차 관계자는 “카푸어 양산을 이유로 지난 2013년부터 수입차 업체들이 유예할부의 홍보를 자제해 왔다”며 “하지만 지난해 수입차 시장이 전년 대비 7% 가량 역성장하자,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유예할부 마케팅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유예원금 내지 못하면 고금리 연장 권유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가 적극 활요하고 있는 유예 리스를 통한 마케팅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동차 금융 전문가는 “유예 리스는 사용 여하에 따라 괜찮은 수입차 금융 상품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3년 뒤 유예원금을 확실히 준비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 이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유예리스는 금융리스로 분류돼 3년 뒤 차량 반납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소비자가 미리 알고 계약해야 한다”면서 “운용 리스로 둔갑하는 3년 뒤 차량을 반납하도록 만들어 놓은 상품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조언했다.



유명환 기자 ymh753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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